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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전국일반

지역역사와 민주주의

등록 2016-11-30 11:06수정 2016-11-30 22:09

이야기 담담
정태관
목포문화연대 대표

목포하면 먼저 떠오르는 것이 해양 근대도시라는 이미지다. 목포는 부산·인천·군산 등과 함께 일제 강점기에 도시 모습이 형성됐다. 원도심에는 당시 세워진 영사관·동양척식회사·동본원사 등 건축물이 즐비하게 남아 있다. 도시의 과거를 담은 건축물들은 근대역사관 등으로 보존되고 있다. 원도심 일대를 걷노라면 타임머신을 타고 1930~40년대로 여행하는 느낌이 든다.

이런 풍경을 품은 목포는 개항일을 ‘시민의 날’로 기념하고 있다. 항구를 연 1897년 10월1일을 기린다는 뜻이 담겼다. 하지만 시민의 날을 변경해야 한다는 의견도 만만치 않다. 개항을 ‘자주적’으로 볼지, ‘강제적’으로 볼지에 따라 의견이 갈린다. 논란은 시장이 바뀔 때마다 고개를 내밀고는 했다.

목포시는 최근 ‘목포 정명 찾기’에 나서 동마다 순회 보고회를 여는 등 변경 수순을 밟고 있다. 옛 문헌들을 보면, 음력 1439년(세종 21년) 4월15일 해역방어를 위해 목포진이 설치되고 수군 만호가 부임했다. 목포는 577년의 역사를 간직한 유서 깊은 도시인 것이다. 이런 역사를 근거로 시민의 날을 변경하자는 주장이 일고 있다.

사초를 더 살피면, “고종은 1897년 7월3일에 의정부가 그해 10월1일로 날짜를 택해 개항할 것이라는 협의를 거쳐 상주(上奏)하니, 제칙(制勅)을 내려 재가(裁可)했다”는 기록이 있다. 이 기록은 조선의 자주적 개항과 일제의 강제적 개항이라는 해석이 맞설 수 있는 여지를 남겼다.

용역 조사에는 “시민의 날이 63년 5월 처음 도입됐지만, 65년 9월27일 관련 조례에 의해 10월1일 거행됐다. 시민의 날이 5월에서 10월로 변경된 이유는 정확히 알 수 없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이 보고서엔 “64~65년 전국에서 한일회담 반대시위가 있었고 목포에서도 크게 펼쳐져 시민의 날 행사를 야외에서 진행하기 어려웠을 것이고, 62년 군산이 개항 기념일인 5월1일을 시민의 날로 지정한 사례를 고려했을 것으로 본다”는 해석이 들었다.

이런 자료를 보건대 현재 시행 중인 목포시민의 날이 어떻게 지정됐는지 연구가 더 필요하다. 시민의 지지를 받을 수 있는 날짜를 두고 격의 없는 토론을 벌여야 한다. 행정기관이 독단적으로 밀어붙이지 말고 전문적인 학술 토론과 민주적인 의견 수렴을 해야만 한다. 이를 생략한다면 도시의 정체성과 시민의 자부심에 심대한 영향을 끼치는 시민의 날을 두고 논란이 가라앉지 않을 것이다.

광주시는 2010년 시민의 날을 11월1일에서 5월21일로 바꾸었다. 직할시 승격일보다는 80년 5·18민중항쟁 당시 시민군이 계엄군을 물리치고 전남도청에 진입하면서 이뤄낸 빛나는 ‘승리’를 선택했다. 나주시는 지난 99년 시민의 날을 4월15일에서 10월30일로 전환했다. 특산물인 배꽃 만개 시기보다는 29년 학생독립운동의 도화선이었던 한국인과 일본인의 나주역 충돌 사건을 중요하게 여겼다. 앞선 사례들은 시민의 날 제정이 도시의 역사를 살펴 시민의 긍지를 높이는 과정이라는 사실을 웅변해준다.

목포시도 이런 중요한 절차를 거치고 있다. 시민의 날은 오랜 역사를 통해 형성된 시민정신을 계승하고 확장하는 계기로 삼을 수 있다. 개항 기념일이나 목포진 설치에 집착할 이유는 없다. 시민이 자부심을 느낄 만한 역사적 계기나 사회적 사건에 맞추는 방안도 열어두어야 한다.

목포시는 여론몰이에서 벗어나 시민이 스스로 선택할 수 있도록 토론 광장을 열어야 한다. 다른 도시가 본받고 싶어할 민주적 과정을 통해 결론을 끌어내야 한다. 논의 과정에서 시민들은 역사를 배우고, 긍지를 느끼고, 지역을 더 사랑하게 될 것이다. 이런 절차를 무시하면 시민의 지지를 이끌어 내기 어렵게 된다. 눈과 귀를 가린 채 독단적으로 국정을 이끌다가 100만 촛불 앞에 몰린 박근혜 대통령의 고집불통을 반면교사로 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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