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낮 대구 중구 대신동 서문시장 4지구와 2지구 사이에 있는 만남의 광장에서 서문시장 상인들이 잿더미로 변한 점포를 바라보고 있다.
“겨울이 다가와서 팔 옷을 창고에 마이 사다 놨는데 이제 우짜노…”
2일 오후 대구 중구 대신동 서문시장 만남의 광장에서 만난 4지구 상인 이복련(59)씨는 자신의 점포를 손으로 가리키며 눈물을 글썽였다. 불탄 그의 점포는 철골 뼈대만 앙상하게 남아 있었다. 점포 앞에는 이씨가 팔던 옷이 반쯤 불길에 그을린 채로 나뒹굴고 있었다. 큰 불이 난 지 이틀이 지났지만 이날 서문시장 곳곳에는 매캐한 냄새가 코를 찔렀다.
서문시장 4지구와 2지구 사이에 있는 2층 높이 만남의 광장에서는 불로 점포를 잃은 4지구 상인들을 자주 볼 수 있다. 4지구 점포가 훤히 보이는 이 곳에서 4지구 상인들은 자신의 점포 흔적을 찾는다.
지난 1일 오후 만남의 광장에서 만난 4지구 상인 도기섭(63)씨는 타버린 자신의 점포를 한 동안 바라봤다. 그는 “4지구 건물을 다시 지으려면 몇년이 걸릴 텐데 그동안 우리는 어디 가서 뭘 하면서 생계를 이어나가야 하느냐. 아까 대통령이 왔다 갔는데 4지구 상인은 만나지 않고 별 말도 없이 가버려서 허탈했다”고 했다.
지난달 30일 새벽 2시8분께 서문시장에서 난 큰 불은 4지구 건물(지하 1층·지상 4층) 을 태워 점포 679개가 모두 잿더미로 변했다. 보험은 4지구 상인회가 단체로 건물에 들어놓은 76억원 짜리 화재보험 하나가 전부다. 4지구 상인 중에서 화재보험을 든 사람은 25%안팎에 불과하다. 이들은 주로 자기 가게에서 장사를 해온 사람들이다. 4지구 상인의 60%를 차지하는 세입자들은 대부분 화재보험에 가입하지 않았다.
4지구에서 숙녀복을 팔았던 유영애(58)씨는 “겨울철 대목이라서 불이 나기 하루 전에 2000만원 어치 옷을 사다가 창고에 넣어놨다. 고작 5평 짜리 소매점을 한 나도 3000만~4000만원쯤 피해를 본 것 같은데, 도매점을 크게 했던 사람들은 수억원 피해를 봤을 것 같다. 전통시장 상인들은 화재보험을 들고 싶어도 보험회사에서 기피한다. 빚을 내서 점포를 운영했는데 더이상 살고 싶지 않은 심정이다”고 말했다.
4지구 건물 바로 남쪽에는 중부소방서 대신119안전센터가 있지만 피해가 컸던 것은 4지구 건물에 원단, 옷, 이불 등을 파는 점포가 모여 있었기 때문이다. 점포와 점포 사이에 칸막이도 없어 불은 옷 등을 태우며 순식간에 건물 전체로 번졌다. 스프링쿨러가 있었지만 무용지물이었다. 1920년에 형성된 시장이라 길이 좁고 노점이 많아 소방차의 진입도 어려웠다. 서문시장은 2005년 12월29일에도 누전으로 추정되는 불로 2지구 점포 1060개가 잿더미가 됐다.
4지구 상인들은 대책위원회를 꾸리고 서문시장 주차장 건물(지하 2층·지상 7층)에서 장사를 다시 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대구시에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다른 서문시장 상인들은 이에 부정적이다. 대구시는 서문시장 남쪽에 있는 옛 계성고등학교 건물과 터 등을 4지구 상인들에게 내주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하지만 바로 옆에 계성중학교가 있고 사립 학교법인 계성학원 소유라 걸림돌이 많다.
김영오(63) 서문시장 상가연합회 회장은 “4지구 상인들의 고통이 크고 다른 지구 상인들도 손님의 발길이 크게 줄었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4지구 상인들이 당장 장사를 할 수 있도록 대체 상가를 마련해주고 화재로 무너진 건물을 복구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경찰은 2일 오후 4시 화재현장감식을 모두 마쳤다. 경찰은 4지구 건물 남서쪽 1층 점포에서 불이 난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일부 상인들은 점포가 아닌 4지구 남서쪽 노점에서 불이 났다며 경찰 수사에 반발하고 있다.
대구/김일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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