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월 경기도 고양시의 한 거리에 ‘고양시여성단체협의회 주최로 행신역 앞에서 다문화 축제가 열린다’는 내용의 펼침막이 걸려 있다. 경기도의원의 지역구 축제로 둔갑한 다문화 행사에 경기도 예산 1억원이 사용됐다. 고양시여성단체협의회 제공
문화사업과 무관한 경기도 고양시여성단체협의회(고양여협)가 경기도의회 의원이 앞장서 편성한 경기문화재단 예산 수천만원으로 2년 연속 부적절한 축제를 벌여 논란이 일고 있다. 이 단체 박아무개 대표는 “여성단체 성격에 맞지 않는 행사”라는 내부 반발에 부닥치자 회의를 거치지도 않고 기획사에 맡겨 도의원 지역구에서 축제를 강행한 것으로 드러났다. 고양여협은 대한적십자, 한국부인회, 새마을부녀회, 여성소비자연합 등 단체 14곳의 대표로 구성돼 있다.
12일 경기문화재단과 경기도의회, 고양여협 등의 설명을 종합하면, 경기도는 지난 4월 새누리당 곽미숙 도의원(고양4)이 제안한 ‘다문화 정책사업’ 예산 1억원을 경기문화재단에 배정했다. 경기문화재단은 10월 심의를 통해 300만원을 뺀 9700만원을 고양여협에 전달했다.
고양여협 지원금은 경기도의회가 자율 편성한 경기도 ‘연정예산’이다. 이처럼 공모도 안 거치고 경기문화재단을 거쳐 각 단체에 전달된 예산은 문화체육관광위 소속 의원을 중심으로 적게는 100만원에서 많게는 1억원까지 올해만 총 300건, 70억원이 집행됐다.
고양여협은 이 가운데 7600만원을 들여 지난 10월22일 곽 의원 지역구인 행신동에서 ‘2016 다문화와 함께하는 행복축제’를 진행했다. 축제는 풍선날리기 등 체험 행사와 레크리에이션, 가수 공연으로 꾸며졌다. 다문화 축제였지만, 전통민속공연 등을 빼고는 다문화인의 참여는 거의 없었다.
축제 5일 전 거리에 나붙은 펼침막을 보고 행사 사실을 알게 된 부회장, 감사 등 7개 단체 회장단은 긴급회의를 열어 “행사 관련 회의 한 번 없었고 예산이 나온 줄도 몰랐다. 다문화인을 위해 투명하게 사용돼야 할 예산이 이런 식으로 쓰이면 안된다”며 경기도에 행사 취소 결의문을 보냈다. 하지만 경기문화재단은 “심의를 거쳐 지원금 교부가 이뤄져 취소하기 어렵다”고 밝혔고, 행사는 강행됐다.
지난해 10월 고양여성단체협의회 주최, 경기문화재단 후원으로 ‘행신문화거리 행복축제’가 열리고 있다. 고양시여성단체협의회 제공
박 대표는 지난해 10월30일에도 여협 내부에 알리지 않은 채 곽 의원이 확보한 경기문화재단 예산 5000만원을 들여 ‘메르스 극복, 행신문화거리 행복축제’를 개최한 바 있다. 곽 의원과 박 대표는 평소 ‘언니 동생’하는 막역한 사이로 알려졌다.
이 단체의 한 회장은 “‘왜 이런 행사를 해야 하냐’고 반대하자 박 대표가 강행했다. 여성단체와 다문화 이름을 빌린 도의원 지역구 축제에 국민세금이 낭비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박 대표는 “다문화 관련 교육프로그램을 하려 했는데 사정상 잘 안됐다. 회의를 거쳤고 보조금이 잘못 쓰인 것은 없다”고 해명했다.
경기문화재단 관계자는 “연정예산은 의원들이 지역구의 특정사업을 염두에 두고 편성된 지원금이라 재단이 관여할 수 없다. 정산을 통해 잘못 사용된 부분이 있으면 환수하겠다”고 말했다. 곽 의원은 여러 번 통화를 시도했으나 응하지 않았다. 고양여협은 남은 예산으로 11·12월 ‘2016 고양어린이 세계문화 퍼레이드’와 ‘기예경진대회’를 진행했다. 박경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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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10일 경기도 고양시 어울림누리 별무리경기장에서 고양시여성단체협의회 주최로 열린 ‘2016 고양어린이 세계문화 퍼레이드’에서 최성 고양시장이 축사를 하고 있다. 고양시여성단체협의회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