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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전국일반

100년 동안의 유폐를 허물어뜨린 소록도 예술혼

등록 2016-12-14 12:10수정 2016-12-14 15:18

해록예술회, 17~31일 고흥 남포미술관에서 ‘경제를 넘어 마주 보다’전
“소록도 한센인의 애환 담은 시·서·화로 섬 바깥으로 나가겠다”
내년 3월에는 제주 서귀포에서 두 번째 전시 예정
소록도 주민들의 얼굴을 담은 벽화프로젝트 고흥 남포미술관 제공
소록도 주민들의 얼굴을 담은 벽화프로젝트 고흥 남포미술관 제공
소록도 한센인들이 100년 동안의 유폐를 허물고 세상 밖으로 나와 첫 전시회를 연다.

해록예술회는 오는 17~31일 전남 고흥군 영남면 양사리 남포미술관에서 ‘경계를 넘어 마주 보다’는 제목으로 순천 원미회와의 교류전을 연다. 1916년 소록도병원이 설치된 지 100년 만에 처음으로 열리는 외부 전시다.

전시할 작품 52점 중 김영설의 ‘소록의 바닷가’, 장규득의 ‘마을풍경’, 한광희의 ‘경천 애인 친토’ 등 12점은 소록도 주민들이 창작했다. ‘해록(海鹿)’은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소록도에 갇혀 살았던 한센인들을 상징한다. 이 단체는 지난 4월 미술·문학·음악 등에 소양을 가진 소록도 주민 12명으로 만들어졌다. <소록도 천국(賤國)으로의 여행>, <곡산의 솔바람 소리> 등을 출간한 시인 강성봉씨를 비롯해 서양화가 김영설·장규득씨, 서예가 고귀환·김용하·한광희씨, 연주가 김기춘·김원용·류승열씨 등이 활동 중이다.

대부분 70~80대인 고령이고 병 치료로 몸이 약해졌지만 예술에 대한 열정으로 극복하고 있다. 서예가 고귀환씨는 “13년 전 소록도에 들어와 좌절의 나날을 보냈다. 쓰는 데 몰두하면서 마음이 차분해지고, 차츰 생활에 활력이 생겼다”고 말했다. 그는 병으로 손가락이 뭉툭해진 탓에 붓이나 펜을 주먹 손에 고무줄로 칭칭 동여맨 채 성경 구절이나 불교 화두를 써왔다. 그는 “한두 시간 쓰면 상처가 생기기 때문에 마음속으로 정한 진도만큼 나가지 못하는 것이 아쉽다. 그래도 쓰는 재주를 받았으니 한글뿐 아니라 한문에 도전해 보겠다”고 웃었다.

서양화가인 김영설·장규득씨는 한센인들의 애환이 서린 수탄장이나 공원길 등 소록도의 풍광, 해안과 마을, 성당 등의 사계를 소재로 삼아왔다.

17일 오후 2시에 열리는 개막식에선 고귀환씨가 ‘경계를 넘어’, 한광희씨가 ‘마주 보다’라는 대목을 각각 쓰고, 원미회 작가들이 그림을 그리는 ‘시화 포퍼먼스’를 공동으로 진행한다. 회장인 강선봉씨는 “지난 100년간 차별과 편견 속에서 살다보니 서로가 서로를, 섬에서 육지를 제대로 못 보고 살아왔다. 예술을 통해 자신과 이웃을 돌아보게 됐고, 한 발짝 한 발짝 사회로 나가 우리도 일원임을 알리려 한다”고 말했다.

주민들은 내년 3월 제주 서귀포에서 두번째 전시를 여는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주민들은 지난 2005년부터 10년 남짓 지속적으로 추진된 남포미술관의 미술교육 프로그램과 병원벽화 프로젝트를 계기로 예술치유와 예술창작에 관심을 갖게 됐다. 곽형수(67) 남포미술관 관장은 “처음에는 주민에게 다가서기도 어려웠다.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동안 예술적 감성을 지닌 분들이 많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앞으로도 이분들이 창작의 열정을 불태울 수 있도록 뒷받침하겠다”고 말했다. 안관옥 기자 okahn@hani.co.kr

김영설의 ‘소록의 바닷가’
김영설의 ‘소록의 바닷가’

장규득의 ‘마을 풍경’
장규득의 ‘마을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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