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효원
전남대 건축학부 교수
광화문 광장의 촛불 뒤 경복궁 너머 청와대가 있다. 대한민국을, 대통령의 권위를 상징하였을 것이나 시국 탓인지, 어스름한 조명 때문인지 을씨년스럽다. 최근 청와대의 공간구조를 뜯어고쳐야 한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왜 그럴까?
인간이 만든 것 중에 건축물이 가장 크다. 그래서 다른 무엇보다 이 건축물을 통해 자신들의 욕망을 투사한다. 돌과 나무로 만들었을 것인데 그 건축물에 신이 살고 있고, 왕의 권위가 구현되며, 국가의 영광이 드러난다고 믿는다. 실제로 그렇다기보다는 인간들이 그러하기를 바란 결과다.
회화에서 인상파, 입체파 하듯이 건축에도 다양한 이름의 양식들이 있다. 대표적인 것이 고딕, 르네상스양식 등이다. 그런데 희한하게도 건축에 ‘제국주의 양식’이라는 것이 있다. 보통의 양식들은 긴 시간 동안 그 사회나 집단의 기술력이나 문화의 성숙도에 따라 만들어지는 것이라면 한 나라가 여러 나라를 지배해야겠다는 정치적 책략이 건축에 반영된 독특한 경우가 바로 이 제국주의 양식이다. 나폴레옹이 황제가 되면서 비롯된 이 양식은 로마제국을 모델로 생각하고, 그리스, 로마의 건축 습속을 따라하면서 시작되었다. 건축역사에서 유례없는 복고의 시절이었다.
이 양식의 건축물은 시작한 프랑스에서 많이 지어졌고, 이후 많은 나라들에 퍼져갔다. 그 대표적인 것인 미국의 국회의사당이다. 민주주의의 보루라고 일컬어지는 미국의 건축형식이 그렇다는 것이 아이러니이지만 다른 한편에서 결국 미국이 지향하는 바가 그런 것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갖게 한다. 이 양식의 또 다른 신봉자가 히틀러다. 더 우스운 것은 이른바 사회주의 혁명에 의해 수립된 소비에트와 중국, 북한이 건축에서 만큼은 제국주의적이다. 사실 이 제국주의 건축의 외양이 장대하고 권위적인 모습을 띠다 보니 많은 나라에서 국회나 국가 수반의 거처를 만드는데 사용해왔다. 건축적으로 후진적인 나라들이 더 그렇다. 원래 제국주의 건축이 왜 나타나게 되었는지를 생각하면 쉽게 이해되지 않는 대목이다.
19세기와 20세기 초 서양의 화두가 제국이었다면 70~80년대 우리나라에서는 민족중흥과 자주독립이란 말을 그렇게도 많이 사용했다. 그래서인지 건축에서도 서양 것은 따를 수 없어서 우리의 전통건축의 형태를 빌려 왔다. 당시 대통령이 직접 관여해 법주사의 팔상전과 불국사의 석계를 조합해 지은 지금의 국립민속박물관이 대표적인 예다. 수 많은 관공서와 박물관들이 콘크리트로 지으면서 기와를 얹었고, 목재의 기둥을 흉내 냈다. 이런 맥락의 연장선상에 지금의 청와대가 있다. 청와대의 본관은 보기에 그럴싸하게 지어져 있을지 모르나 과거 왕이 나와 조회를 하던 정전(正殿)의 모양을 띠고 있다.
건축은 인간이 만들지만, 다시 그 건축에 영향을 받는다. 청와대의 건축양식은 결국 그 거주자들의 의식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 미국 백악관에서 대통령과 그의 보좌진들이 어떻게 의사소통하고 있는지를 설명하며 우리의 상황을 개탄하는 소리를 들었다. 청와대는 그렇게 살아가라고 만들어진 건축이다. 나라의 권위를 드러낸답시고 왕의 궁궐처럼 지었으니, 그 안에 거주하는 자들의 행태가 왕처럼 굴 수밖에 없다. 그런 집에서는 무슨 일을 위해 만나서 상의하거나 논의하는 것이 아닌 알현이었을 것이다. 세월호 당시에 대통령의 행적은 과거 조선시대의 어느 왕들에게서는 있을 법한 일들이었다.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개헌 이야기를 하면서 권력구조 이야기만 하는데, 그 권력이 어디에서 나와 어떻게 논의되고 작동할 것인지가 더 중요하다. 그리고 건축도 그 체제에 합당했으면 좋겠다. 마지막으로, 5층과 18층으로 나눠 좌우대칭이 권위적 형태를 파괴한 광주시청 청사와 콘크리트에 기와를 얹은 경북도청의 사진을 인터넷에서 찾아 비교해보길 보길 권한다. 두 청사의 대조되는 모습을 통해 그 지역에서 지방정부의 위상과 운영철학을 읽을 수 있다면 너무 나간 해석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