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시 북구 일곡지구 아파트 단지 풍경. (사진은 기사 내용과 특별한 관련이 없음).
광주시가 주택법에 의한 지구단위 계획을 세운 뒤 용도구역을 상향해 초고층 아파트를 짓는 민간업체의 편법을 막으려면 입지 여건을 꼼꼼히 따지는 점검지침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높다.
20일 2015년 인구주택총조사 결과를 보면, 광주의 주거용 건축물 가운데 아파트의 비율은 77.4%로 전국에서 가장 높다. 아파트 비율이 76.8%인 세종시가 계획도시로 최근 조성됐다는 점을 감안하면 광주의 아파트 비율은 최고 수준이다. 이는 전국의 아파트 비중 59.9%와 비교해도 마찬가지다.
윤희철 광주시 지속가능발전협의회 기획부장(도시·지역개발학 박사)은 지난 19일 오후 광주시의회와 광주환경운동연합이 공동으로 주최한 정책토론회에서 “무분별한 개발을 규제하기 위해 도입된 지구단위계획이 고층 아파트 건설을 위한 수단이라는 오해마저 불러오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날 토론회는 ‘초고층 아파트 숲이 점령하고 있는 광주의 지구단위 계획 종상향 실태’를 분석한 뒤 대안을 찾기 위한 자리였다.
지구단위계획은 2000년 도시계획법이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국토계획법)로 개정되면서 도입됐다. 즉 낙후지역 정비하거나 도시기능을 재정립할 때, 또는 집단 한옥지구처럼 개발보다는 유지관리에 초점을 두고자 할 때 지구단위계획 구역을 지정할 수 있다. 국토계획법의 지구단위계획은 용도변경 상향이나 환경영향평가 제외 등의 인센티브도 얻을 수 있다. 하지만 지나치게 복잡하고 세부적인 행정지침이 많다고 한다.
이 때문에 민간 사업자들은 주택법이나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을 활용해 지구단위계획을 수립한다. 윤 박사는 “지구단위계획은 국토계획법상의 사업시행 및 개발절차가 사전에 심의를 받지 않아도 되지만, 주택법에 따라 사업계획 인·허가만 받으면 지구단위계획 수립으로 보기 때문”이다. 각종 사전 심의 등은 피하고 ‘용도지구 상향’ 등 국토계획법 상의 각종 인센티브는 비슷한 수준으로 누릴 수 있다.
지난 해 광주시의 지구단위계획 현황을 보면, 총 360곳 가운데 ‘주거형 지구단위계획’이 195곳에 달한다. 이 가운데 주택법에 따른 지구단위계획 구역으로 지정돼 고층아파트가 가능하도록 용도지구가 상향된 곳이 35곳에 달한다. 35곳 중 26곳의 용도지구가 1종 주거지역에서 2종으로, 9곳은 2종에서 3종으로 각각 상향 조정됐다. 윤 박사는 “1종 주거지역은 일반주택 4층까지 밖에 지을 수 없는데, 용도가 2종으로 상향되면 높이 제한이 없어진다”며 “지구단위계획 구역 안 대지 중 일부를 도로 등 기반시설로 자치단체에 제공(기부채납)하면 건축물 높이를 올려주는 사례가 적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같은 방식으로 용도지구를 상항해 초고층 아파트를 짓는 행태를 막기 위해선 자치단체의 사전 심의가 중요하다는 지적이 높다. 서울시는 ‘지구단위계획 입지 예정지 200m 이내에 4층 이하 건물이 70% 이상일 경우 주거지구 종 상향을 할 수없도록 하는 등 ‘체크 리스트’가 꼼꼼하게 마련돼 있다.
조명래 단국대 교수는 “무엇보다 자치단체장의 철학이 중요하다. 서울시는 아파트 지구단위계획 심의가 들어오면 ‘입지요건 점검 리스트’를 중심으로 (주변 입지 등을 고려해) 요건이 충족하는 지를 먼저 판단한 뒤, 도시계획위원회 심의 요청 여부를 결정한다”며 “도시계획위원회 심의 때도 경관이나 (건축물의) 높이 등에 대해 중점적으로 논의하고 특히 높이 상향은 굉장히 보수적으로 심의한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도시계획 전문가들은 “광주 도심에서 초고층 아파트가 우후죽순처럼 들어서는 것을 컨트롤하려면 지금은 사라져버린 고도제한 규정이 다시 복원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신재욱 광주시 도시계획 담당(도시계획학 박사)은 “민간기업이 제안한 지구단위계획을 검토하기 위한 ‘공동주택 관련 지구단위계획 자문 기준 자료’라는 시의 체크리스트가 있지만, 꽤 오래됐다”며 “서울시의 지구단위 계획 지침(체크리스트)처럼 정교하게 만들 필요가 있다. 광주시도 내년 건축주택과에서 가로 구역별 높이를 제한하는 용역을 하는 등 높이 제한에 관심을 둘 것”이라고 밝혔다. 정대하 기자
daeha@hani.co.kr, 사진 광주시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