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연구원 문화관광연구부 부연구위원 취약계층이 여행을 다녀온 뒤로 정체성 자각과 죽음에 대한 성찰, 무기력함·불안·두려움을 극복하는 계기가 마련됐다는 연구결과가 있다. 여행이 삶의 활력과 문제를 극복할 능력을 제공해준다는 이야기이다. 이러한 이유에서 선진국은 ‘모두를 위한 관광’(tourism for all)의 관점에서 사회구성원 전체를 지원대상으로 삼아 여행 활성화 사업을 벌이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프랑스의 체크바캉스이다. 1982년 프랑스 국민의 자국 여행을 촉진하기 위해 도입된 일종의 여행바우처로, 1년을 기간으로 기업과 개인이 매달 50%씩 적립하면 운영기관에서 일정 비율의 여행경비를 더해준다. 우리나라에서는 여행을 복지적 측면보다 경제적 측면에서 바라본다. 지자체마다 관광객을 유치하는데 열을 올리는 것도 지역경제에 도움을 주기 때문이다. 이 때문인지 우리나라에서 여행복지(복지관광)와 관련된 정책은 그리 많지 않다. 지원대상도 일부 저소득층에 제한돼 있다. 문화이용권 사업으로 통합된 여행바우처가 대표적인데 그마저도 예산이 너무 적어 성과라고 말하기 민망하다. 게다가 박근혜 정부가 프랑스의 체크바캉스를 참조해 국정과제로 도입한 ‘한국형 체크바캉스’는 2014년 시범실시한 뒤에 1년 만에 폐지됐다. 1년 동안 252개 업체 5540명이 신청해 180개 업체 2526명이 지원받았다. 근로자가 20만원, 기업이 10만원을 적립하면 한국관광공사가 10만원을 보조해주었다. 특히 혜택을 받은 근로자의 68%가 10명 이하 영세업체에 종사하였다. 취약계층에게 의미 있는 사업이었지만 뚜렷한 이유 없이 폐지되고 말았다. 지자체마다 적지 않은 돈을 들여 관광지를 개발한다. 관광객에게는 경쟁적으로 편의를 제공한다. 시티투어버스를 마음껏 이용할 수도 있고, 여행할인권도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구할 수 있다. 국외여행객이 하룻밤을 묵기만 해도 1만원을 여행사에 지원하기도 한다. 현대사회에서 관광산업은 어떤 제조업에도 뒤지지 않을 만큼 높은 부가가치를 창출하기 때문에 관광객 유치경쟁은 당연하다. 그럼에도 필자는 관광객 유치만큼 지역주민의 여행 활성화에 지자체가 많은 관심을 가져주기를 바란다. 2015년 전라북도 사회조사에 따르면 3년 동안 국외로 여행을 다녀온 사람은 전체 27.5%로 조사되었고, 횟수로는 1.59회이었다. 시 지역 평균은 28.8%였으며, 군 지역 평균은 20.8%이었다. 3년 동안 국외여행을 한 번도 가지 않은 사람이 10명 중 7명을 넘는다는 것이다. 국외여행객이 폭발적으로 늘어났음에도 국외여행은 여전히 특정계층에 집중된 여가임을 보여주고 있다. 게다가 도농 간 여행경험이 차이 나고 있어 여행에서조차 지역적 불평등이 나타나는 것은 아닌지 우려된다. 국민여가활성화기본법이 제정되면서 여가권은 국민의 권리이자, 국가가 책임져야 할 의무가 되었다. 여행은 여가권의 핵심이다. 우리 지역으로 더 많은 관광객을 유치하는 것이 중요한 것은 사실이나, 우리 지역에 사는 주민이 한명이라도 더 많이 여행을 갈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 역시 중요하다. 여행은 현대인이라면 누구나 누려야 할 삶의 질이자, 나이가 먹었다는 이유만으로, 또는 어떤 지역에 살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불평등을 겪어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필자는 박근혜 정부에서 1년 만에 폐지된 ‘한국형 체크바캉스’ 제도를 농촌지역에 적용해볼 것을 제안한다. 농촌에 사는 많은 어르신은 가족이나 이웃과 여행하는 것을 희망한다. 어르신 또는 외지에 나가 사는 자식들이 한 달에 5만원씩 1년 동안 적립하면 한국관광공사와 지자체가 기금을 적립한 뒤에 취약계층을 우선시하여 여행경비를 지원해주면 어떨까? 박근혜 정부에서 실패한 ‘한국형 체크바캉스’ 제도가 다음 정부에서 새롭게 부활하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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