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부산 동구 초량동에 있는 일본영사관 앞 인도에 세워진 ‘평화의 소녀상’. <민중의소리> 제공
30일 오후 부산 동구 초량동에 있는 일본영사관 앞 인도에 ‘평화의 소녀상’(소녀상)이 들어섰다. 부산 동구청이 지난 28일 소녀상을 도로법의 불법 적치물이란 이유로 강제철거한 지 이틀 만이다.
부산의 청소년·대학생·예술인 등이 모여 만든 ‘미래세대가 세우는 평화의 소녀상 추진위원회’(추진위)는 30일 오후 일본영사관 앞 인도에 가로 2m, 세로 1.6m 크기의 대리석 바닥 위 의자에 앉아 있는 소녀상을 설치했다.
추진위는 한·일 정부의 일본군 ‘위안부’ 문제 관련 12·28 합의 1주년인 지난 28일 일본영사관 앞에 소녀상을 설치했다. 하지만 동구는 경찰과 함께 소녀상을 4시간여 만에 강제 철거했다. 우리나라 역사를 바로 세우고, 일본군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의 인권과 명예를 기리는 뜻을 담고 있는 소녀상을 도로법의 불법 노상 적치물로 판단한 것이다. 동구는 압류한 소녀상을 야적장에 방치했다. 추진위가 동구에 “도로법 시행령에 따라 과태료를 내겠다. 소녀상을 돌려달라”고 요청했지만 동구는 “일본영사관 앞에 불법 설치될 가능성이 있다”며 소녀상 반환을 거부했다.
소녀상 강제 철거 뒤 동구에는 “일본 공무원이냐”, “일본 앞잡이” 등의 비난 전화가 빗발쳤고, 동구 누리집도 가동을 멈추는 등 국민적인 항의와 비판을 받았다. 비판 여론이 들끓자 박삼석 동구청장은 30일 오전 기자회견을 열어 “일본영사관 앞에 소녀상을 설치한다면 막지 않겠다”며 철거한 지 이틀 만에 소녀상을 돌려주고 일본영사관 앞 설치를 허용했다.
추진위 관계자는 “시민의 힘으로 소녀상을 돌려받은데 이어 일본영사관 앞에 설치하게 돼 가슴 벅차다. 소녀상 설치가 통해 한·일 역사를 바로잡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 12·28 합의 폐기에도 앞장설 것”이라고 말했다. 추진위는 31일 밤 9시께 일본영사관 앞에서 제막식을 연다.
소녀상은 서울 일본대사관 앞 소녀상을 만든 김서경·김운성 부부작가가 제작했다.
추진위는 지난 1월부터 소녀상 제작에 나섰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을 위한 기부 마라톤에 참가하는 등 소녀상 설립 기금을 모았다. 168개 단체, 19개 학교, 5138명의 시민도 정성을 보탰다. 추진위의 소녀상 설립 목표액인 7500만원을 넘긴 8500만원이 모였다.
추진위는 지난 3월부터 동구에 일본영사관 앞 인도에 소녀상 설치를 허가해 달라고 요청했다. 지난 10월엔 이에 동의하는 부산 시민 8100여명의 서명을 동구에 전달했다. 하지만 동구는 소녀상이 도로법의 시설물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건립을 불허했다.
부산/김영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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