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이자 소설가인 이상(1910-1937)은 ‘면회 거절 반대’ 박태원과 진한 우정을 과시했던 이상은 결혼과 함께 박태원이 바깥 출입을 덜 해서 만나기 어려워질 것을 미리 걱정한 듯 하다.
시인 이상 등과 함께 일제강점기 대표적 모더니즘 작가로 꼽히는 구보 박태원(1909~1986)의 결혼식 방명록이 책으로 나왔다.
서울역사박물관은 소장유물자료집 ‘구보 결혼-구보 박태원 결혼식 방명록’을 간행했다고 5일 밝혔다. <소설가 구보씨의 일일>, <천변풍경> 등으로 유명한 박태원은 일본 유학에서 돌아온 뒤 부유한 집안의 신여성 김정애를 만나 1934년 10월24일 결혼식을 올렸다. 결혼식 사흘 뒤에 연 피로연에는 시인이자 소설가 이상을 비롯해 정지용,이태준, 김기림 등 ‘구인회’ 동인을 비롯한 당대 유명 문인들이 참석해 축하 메시지를 남겼다.
구인회 활동으로 박태원과 친밀한 관계를 유지했던 시인 정지용(1902-1950)은 ‘꽃피였으니 열매 열고 뿌리는 다시 깊히’라고 썼다. 자녀를 많이 두고 가운이 오래 이어지기를 바란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양장본 형태의 방명록에 박태원과 진한 우정을 나눴던 이상은 '면회 거절 반대'라고 적었다. 결혼 후 박태원이 바깥출입을 줄여 만나기 어려워질 것을 걱정하는 듯한 글이다. 소설가 정인택은 ‘결혼은 뒤에 자식이 없으면 마치 세계에 태양이 없는 것과 같다’고 썼다. 시인 정지용은 ‘꽃피였으니 열매 열고 뿌리는 다시 깊히’라고 적었다. 자녀를 많이 두고 가운이 오래 이어지기를 바란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화가 이승만(1903-1975)은 결혼 전후의 박태원을 그렸다. 가운데로 가리마를 하고 머릿기름을 반지르하게 바른 모습에서 어느새 주름살이 생긴 얼굴로 바뀐 것처럼 묘사했다.
화가 이승만은 결혼 전후의 박태원 얼굴을 그려놨다. 가운데로 가르마를 타고 머릿기름을 반지르르하게 바른 모습이 주름살이 생긴 얼굴로 변한 그림이다. 소설가 이태준은 ‘1+1=1’이라며 결혼은 남녀가 결합해 하나가 된다는 뜻을 강조했다. 화가 윤희순은 ‘축 박태원형 화촉’이라는 축하의 문구와 함께 박태원의 안경 낀 긴 얼굴을 그렸다. 이 그림은 이후 박태원의 대표적 이미지가 되었다.
소설가 이태준(1904-?)은 ‘1+1=1’라고 써, 결혼은 남녀가 서로 결합해 하나가 된다는 뜻을 강조했다.
이 책에는 구보 전문가 권영민 서울대 명예교수가 정리한 ‘구보 박태원의 소설세계’, 박태원의 장남 박일영의 ‘구보 박태원의 생애와 연보’ 등도 함께 실렸다. 권 교수는 “우리 문단사의 한 측면을 보여주는 희귀한 풍속사 자료로, 그 가치를 인정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책은 서울책방(02-739-7033)에서 구할 수 있다.
원낙연 기자
yanni@hani.co.kr
화가 윤희순(1906-1947)은‘축 박태원형 화촉’이라는 축하의 문구와 함께 박태원의 안경 낀 긴 얼굴을 그렸다. 이 그림은 이후 박태원의 대표적 이미지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