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점숙씨가 16일 충남 예산군청 앞에서 ‘잘못된 공문서 때문에 집도 못 짓는 땅을 사 손해를 입었다’며 1인 시위를 하고 있다.
“군청이 발급한 토지이용계획확인서를 보고 땅을 샀어요. 그런데 집을 못 짓는 땅이랍니다.”
차점숙(66·충남 당진시)씨는 16일 충남 예산군청 민원실에서 1인 시위를 하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차씨가 시위에 나선 것은 지난해 말 자신의 땅이 ‘농업진흥구역’이어서 건축 허가를 받을 수 없다는 사실을 알고부터다. 차씨의 땅은 예산군 신암면 조곡리 58-25의 밭 8717㎡이다.
그는 2003년 11월12일 예산군청이 발급한 토지이용계획확인서(사진)를 보고 땅을 샀다. 이 문서는 예산군의 1천원 수입증지와 예산군수 직인이 찍혀 있으며, 도시관리계획란에 용도지역은 ‘농림지역’, 용도지구·군사시설·산림·자연공원·하천·문화재 등 10가지 항목에 모두 ‘해당없음’이라고 적혀 있다. 농지 항목은 ‘농업보호구역’으로 표기돼 있다.
차씨는 서울에서 공무원을 하다 퇴직해 2001년께 충남 당진으로 귀농한 뒤 관상수를 길렀으며, 관상수를 늘리려고 땅을 추가 매입했다. 그는 “최근 예산에 집을 지어 이사하려다 이 땅이 ‘농업보호구역’이 아니라 ‘농업진흥구역’이라는 걸 처음으로 알았다”고 말했다. 농업보호구역과 달리 농업진흥구역은 수익의 절반 이상을 농사로 버는 농민만 집을 지을 수 있고, 같은 조건의 농민에게 매매할 수 있는 등 제한이 많다. 예산군은 그에게 집 지을 자격이 없다고 통보했다. 주 수입원이 공무원 연금이기 때문이다.
16일 예산군은 오래전 일이어서 토지이용계획확인서가 잘못 발급된 경위를 확인할 수 없고, 이 문서가 행정기관이 잘못해 발급됐어도 행정심판 청구 기간인 10년을 넘겨 차씨를 구제할 방법이 없다는 태도다. 예산군은 “1999~2002년 사이 전산화를 했는데 용역업체는 군청에서 받은 대로 입력했다고 한다. 이 문서가 잘못 발급된 원인은 전산화 과정에서 입력이 잘못됐는데 담당자가 발견하지 못했거나, 제대로 입력돼 있는데 담당자가 확인하면서 지도를 잘못 보고 고쳐 발급했을 것으로 보인다”고 해명했다.
김응용 예산군청 지적정보팀장은 “당시 가끔 오류가 발견돼 담당자가 지도를 보고 용도 등을 거듭 확인해 문서를 발급했는데 서류 발급대장이 남아있지 않아 누가 담당했는지 모른다. 용도 변경 여부를 확인했으나 차씨는 대상이 아니어서 도울 길이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다른 견해도 있다. 여운철 변호사는 “행정기관은 행정법에 따라 신뢰보호의 원칙을 지켜야 한다. 차씨가 잘못된 공문서를 믿고 땅을 샀다면 행정기관은 차씨가 이 땅에서 기대하는 개발행위를 허용하는 것이 타당하므로 행정 절차를 거쳐 차씨를 구제할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송인걸 기자
igsong@hani.co.kr, 사진 차점숙씨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