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대 철학과 강사 인권 도시 광주에서 올해 퀴어 축제를 하면 어떨까? 전국, 아니 전 세계의 성소수자들을 광주에 초대해 민주·인권·평화의 정신을 공유하는 연대의 장을 마련해 보는 것은 어떨까? 광주 인권 헌장 12조는 ‘모든 시민이 피부색, 종교, 언어, 출신지역, 국적, 성적 지향 등과 관계없이 자신들의 문화를 향유할 권리’를 선언하고 있다. ‘사회적 약자와 함께하는 따뜻한 도시’를 주요 의제 가운데 하나로 표방하는 광주야말로 성소수자들에게 환대의 문을 활짝 열어줄 의무가 있는 셈이다. 흔히 동성애를 둘러싼 논쟁이 종교적 신념에서 비롯된 것이라고들 하지만, 내 생각은 다르다. 내가 아는 한 성경은 동성애 보다 인간의 탐욕과 교만을 훨씬 더 경계해야 할 악덕으로 단죄하고 있기 때문이다. 일부 성경 연구자들은 동성애를 비난하는 문장이 구약의 ‘레위기’를 포함해 단지 몇 군데에서만 나타날 뿐이라고 말한다. 반면 탐욕을 비난하는 문장은 신약과 구약을 합해 수백 개가 넘는다고 한다. ‘부자가 천국에 가는 것보다 낙타가 바늘귀로 들어가는 게 더 쉽다’는 성경의 가르침대로라면, 탐욕이야말로 가장 큰 종교적 혐오의 대상이 되어야 마땅하다. 그런데도 왜 탐욕보다 동성애가 더 큰 혐오와 비난의 대상이 되고 있는 것일까? <혐오와 수치심>의 저자 마사 누스바움은 인간의 혐오 감정에 ‘전염’이라는 신비적 생각이 깔려 있다고 진단한다. 인간은 더럽고 냄새나고 불결한 배설물을 혐오함으로써 자신의 순수성과 비동물성에 대한 불가능한 염원을 표출한다는 것이다. 물론 불결하고 더러운 원초적 배설물에 대한 인간의 혐오 감정은 전염적 질병으로부터 우리를 보호하는 역할을 담당하기도 한다. 그러나 동성애자, 장애인, 인종적 소수자, 여성을 향한 혐오의 감정에는 아무런 타당한 근거도 없다. 그들은 악취를 풍기는 오물도, 질병을 퍼트려 우리를 전염시키는 위험물질도 아니다. 누스바움은 혐오감정이 우리의 동물성, 유한성, 취약성을 부정하고, 이를 사회적 취약집단에게 전가하려는 일종의 낙인찍기라고 비판한다. 사회적으로 만만한 누군가를 골라 그들을 끊임없이 배제하고 주변화함으로써 자기의 완전무결함을 확인하고 이로부터 만족을 얻으려는 싸구려 감정의 일종이라는 것이다. 때문에 낙인을 찍는 자와 찍히는 자는 완전히 분리된 몸체가 아니라 서로의 이면이라는 말은 절대적으로 옳다. 모든 사람은 몸을 가지고 살아가는 한 이런저런 취약함과 결점에 노출되기 마련이다. 아무리 씻어내고 비워내도 더럽고 냄새나는 각종 분비물의 순환을 벗어날 수 없다. 가장 기본적인 생리적 욕구의 진원지도 몸이고, 사소한 생채기 하나에도 아파하는 게 몸이다. 몸을 가진 한 모든 인간은 언젠가 늙고 병들고 죽게 마련이다. 사회적 주류에 합류하여 소수의 비주류를 향해 거침없는 폭력을 행사하는 사람도 몸이 갖는 한계만은 넘어설 수 없다. 누군가를 혐오하고 낙인찍으려는 욕구는 몸의 평등성을 한없이 불신하면서, 내 몸만큼은 특별하고 완전무결하다고 오기를 부리는 것에 불과할 뿐이다. 이성애자와 동성애자를 나누는 기준은 정상과 비정상이 아니다. 정상과 비정상이라는 기준은 다수가 향유하는 관습과 문화 혹은 성적 취향만을 정답으로 아는 맹신의 결과다. 인권은 정상과 비정상이라는 부당한 기준으로 열등한 2등 시민을 양산하는 폭력을 뿌리 뽑겠다는 의지다. 인권은 몸을 가진 모든 인간의 평등과 존엄에 근거하여, 사회적 약자에게 ‘권리를 가질 권리’를 보장해야 한다고 요구한다. 그러니 이제 인권도시 광주에 대해, 그리고 우리 자신에 대해 좀 더 진지하게 되물어 보자. 우리는 각종 혐오의 감정으로부터 얼마나 자유로운가? 침묵하는 소수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을 만큼 귀를 활짝 열고 있는가? 누군가의 참여를 배제하거나 강요하지도 않으면서, 광주를 환대의 도시로 만들 준비가 되어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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