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 담담
전남대 건축학부 교수 좋은 도시가 되는 두 가지 방법이 있다. 첫째, 새로운 산업이 들어와 발전하니 일자리가 늘어나고 시민들이 풍족해졌다. 멋진 가게와 식당들이 늘어났으며 문화에 대한 요구가 늘었다. 당연히 좋은 환경의 주택들이 지어질 것이고 그러다보면 그 도시는 멋진 건축과 공원으로 채워질 것이다. 둘째는 아늑하고 정겨운 자연경관과 돈을 많이 들이지는 않았으나 그 안에 풍취가 있는 건물들이 있어 사람들이 자부심을 갖고 사는 도시가 있었다. 타지의 사람들은 이 도시에 이사 오길 원했고, 많은 업체들이 이 사람들을 따라 이 도시로 회사를, 공장을 옮겼다. 두 방법 모두 모든 도시가 원하는 문화도시의 완성 수순이다. 대부분의 도시는 첫 번째의 방법으로 해보려고 한다. 시장이나 정치가들은 이 방식이 쉽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어도 말하기 좋고, 업적으로 내세우기 좋아 여기에 열심이다. 그런데 막상 산업이 발전해 도시의 소득수준이 높다고 해도 좋은 도시에 산다고 말하는 것은 또 다른 문제다. 포항과 울산이 그렇다. 영속적인 산업이란 없으며, 그 특정 산업에 문제가 생기면 ‘훅’ 간다. 그래서 후자의 방식으로 도시를 만들어가는 것이 지속가능하다. 이 방식이 다분히 낭만적임에도 광주가 어떤 수순을 밟아야 할 것인가를 묻는다면 당연, 후자다. 아니 할 수 있는 것이라고는 이 방법밖에 없다. 광주에도 40층이 넘는 아파트가 들어서기 시작하는데 이런 고층아파트는 도시 전체의 이미지에 영향을 미치니 경관이라든가, 교통, 환경 등 여러 문제를 두루 살피면서 하자는 이야기를 이 자리를 빌어 한 적 있다. 그런데 새로운 국면이 시작되었다. 외곽이 아닌 도심에, 광주 경관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금남로와 광주천의 사이에 40층이 넘는 거대한 성벽과 같은 아파트를 짓자고 하는 일이 생긴 것이다. 무엇이 문제인지, 대안은 없는지 이야기해보고자 했다. 시민단체 관계자와 전문가 몇몇이 하는 것이라 토론회라고 하기도 뭐해서 ‘광주 도심의 변화와 공공성 지키기’라는 제목의 집담회를 열었다. 좋게 마무리는 못했다. 소식을 듣고 온 그 재개발지역 주민들이 행사 중간에 꼬투리 하나를 잡아 난장판을 만든 것이다. 그들의 이야기는 ‘그 동네가 얼마나 낙후되었는지 아느냐?’, ‘살아봐라’, ‘뭐가 어쨌다고 시민단체나 교수가 반대한다는 말이냐?’, ‘광주사람도 높은 데서 살아보자’ 등이었다. 반대하는 사람들의 입장은 ‘개발? 좋다. 하지만 그 자리에 커다란 장벽처럼 높은 것을 지으면, 광주의 경관은 뭐가 되느냐? 짓지 말자는 말이 아니라 도시 전체를 생각해서, 도시의 경관 전체를 고려해보자’고 했다. 광주시는 이 논쟁에서 빠져 있다. 전혀 진척이 없는 도심재생에 이렇게라도 돈이 들어오니 다행이라고 생각할지 모른다. 해당 구청은 인구의 유입과 예상되는 지방세의 증가에 좋아할 것이다. 그러다가 지금 당장의 이익에 눈이 어두워 도시 곳곳에 콘크리트 성벽들을 쌓아놓으면 광주가 경제적으로 아무리 발전해도 후진 도시이며 미래조차 없애버리는 일이다. 외곽에 고층건물이 즐비한 신도시가 있다면, 충장로와 광주천 주변은 원래의 분위기가 남아 있는 방식으로 개선되어야 한다. 그러자면 높아서는 곤란하다. 광주천에서는 넓은 개방감이 있으면 좋겠고, 시내 어디에서든 무등산은 보였으면 한다. 이런 내용을 담은 도시 경관에 대한 종합적인 계획이나 가이드라인의 수립이 시급하다는 이야기를 많은 이가 했다. 앞으로 있을 적지 않은 재개발 사업에서 이와 같은 방식으로 시행하려면, 그 결정이 현재의 상황에서 가장 적합하고 현실적인 대안임을 시장이나 담당 공무원이 당당하게 밝혀야 한다. 위원회랍시고 만들어 거기에 떠넘기고, 사람들을 설득하고 조정해 낼 생각도 없이 당장의 현실이 다급한 주민들 뒤에 숨는 것은 비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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