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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전국일반

‘장애인 공동생활가정’에 36년 외길 헌신한 천노엘 신부

등록 2017-01-30 19:18수정 2017-01-30 20:43

무지개공동회 대표
아일랜드 출신 60년전 한국 와
무등시장옆 주택 2채서 첫 실험
‘대형시설에 집단 격리’ 편견 깨
본인도 한 장애인 그룹홈서 생활
천노엘 신부는 국내에 처음으로 장애인 그룹홈(공동생활가정)을 도입한 장애인 인권 활동가이다.
천노엘 신부는 국내에 처음으로 장애인 그룹홈(공동생활가정)을 도입한 장애인 인권 활동가이다.
“교회를 용서해주시렵니까?”

사회복지법인 무지개공동회 대표이사 천노엘(85·본명 오닐 패트릭 노엘) 신부는 1979년 가을 사망한 지적장애인 여성 ㅇ씨의 무덤 앞 비석에 “나를 용서해주시렵니까. 긴긴 세월동안 나는 당신을 외면했습니다”라고 적었다. 천 신부는 연고 없이 병사한 ㅇ씨의 주검을 해부용으로 기증해달라는 요청을 거절하고 한 천주교회 묘지에 묻었다. 천 신부는 추석마다 이 묘를 찾아 벌초한다. 아일랜드 출신의 사제로 1957년 한국에 온 천 신부는 이 여성의 죽음을 접한 뒤 장애인 특수사목에 관심을 갖게 됐다.

1981년 9개월 동안 안식년 휴가를 받았던 그는 캐나다 라르쉬 공동체와 오스트레일리아·뉴질랜드 등의 인권친화적 장애인 정책 등을 체험하고 돌아왔다. 천 신부는 ‘장애인 거주시설은 지역사회에 가까울수록, 작을수록 더 아름답다’ 등을 배웠다. 그는 1981년 10월27일 광주시 남구 주월동 무등시장 옆 주택 2채에서 지적장애인들과 함께 생활하는 그룹홈(공동생활가정)을 국내에서 처음으로 시작했다. ‘장애인들은 대형시설에서 집단으로 격리돼 산다’는 편견을 깨는 새로운 실험이었다. 장애인 그룹홈은 2015년 12월 말 현재 전국에 717곳(2899명)에 달할 정도로 이젠 일반화됐다.

천노엘 신부는 `사람 중심의 서비스 지원'이라는 복지 철학을 갖고 있다. 지난 2010년 광주 한 이불집에서 장애인들이 사용할 이불을 사는 천노엘 신부.
천노엘 신부는 `사람 중심의 서비스 지원'이라는 복지 철학을 갖고 있다. 지난 2010년 광주 한 이불집에서 장애인들이 사용할 이불을 사는 천노엘 신부.
‘사람 중심의 계획’(Person Centered Planning)’이란 모토에 천 신부의 장애인 인권 철학이 압축돼 있다. 그는 1993년 엠마우스 복지관 등을 아우르는 사회복지법인 무지개공동회를 설립해 대표이사를 맡고 있다. 무지개공동회엔 엠마우스산업, 보호작업장, 그룹홈(6곳) 등 모두 9개의 장애인 시설이 있다. 그는 광주시 북구 운암동의 한 아파트 장애인 그룹홈에서 지적장애인 4명과 함께 생활하고 있다.

광주/정대하 기자 daeha@hani.co.kr, 사진 엠마우스집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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