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로는 분류학적으로 황새목 백로과(Family Ardeidae)에 속하며, 긴 부리와 긴 목, 긴 다리를 가진 물새다. 전 세계적으로 721종이 기록되어 있으며, 이 중 국내에는 18종이 분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중 왜가리와 중대백로, 중백로, 쇠백로, 황로, 해오라기 등 6종은 국내 도시림에서 번식하는 대표적인 백로로, 이른 봄 국내에 도래해 인간의 거주지역과 인접한 낮은 산림이나 구릉 등에서 번식을 하고 가을철에 중국이나 동남아시아 등으로 남하하는 이동 특성을 보인다.
백로는 희고 깨끗한 외형적 특징 때문에 예로부터 인간의 고고함과 청렴함, 그리고 평화의 상징으로 여겨졌을 만큼, 우리나라 국민에게 좋은 이미지를 가진 조류였다. 그러나 2000년대 이후 대전, 고양, 청주, 태안 등 일부 도심의 주거지 인근 산림에서 번식하면서 악취와 소음, 깃털 날림 등 피해로 주민 민원이 제기됐고, 현재는 길조에서 골칫거리로 전락했다. 지금까지 주민 피해가 발생하면 백로 번식이 끝난 뒤 수목을 솎아내는 간벌 방식으로 관리가 이뤄졌다. 그러나 간벌은 직접적인 번식 방지책은 될 수 있으나, 근본적인 대책은 아니다.
미국과 일본의 일부 도심에서도 백로의 번식으로 피해를 받고 있다. 미국의 경우 대체로 백로의 초기 정착을 막는 관리가 이뤄진다. 이를 위해 텍사스나 오클라호마 일부 시의 경우 지자체 예산으로 번식기 모니터링을 해 초기 정착을 막고 있다. 일본의 경우 1990년대 중반부터 매년 도시림에서 번식하는 백로 4천∼8천여마리를 포획해 사살하고 있다.
국내의 여건을 고려했을 때 도시림에 번식하는 백로와 상생할 방법은 없을까? 주민 피해를 최소화하면서 안정적인 백로 서식 환경 마련이 기본방향이라는 데 대부분 공감하지만,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주민 피해를 방관할 수도 없고, 일본과 같이 포획에 의한 직접적인 관리도 법적으로 불가능하다. 유해 야생동물 지정이나 개체 수 조절도 기초자료 부족 탓에 쉽지 않다.
우선 국가적 차원에서 정기적으로 전국의 백로 모니터링을 해 번식 개체군 크기의 변화 양상을 파악해야 한다. 번식생태, 이동 특성, 선호 서식환경, 배설물에 의한 산림천이(식생의 변화) 등과 같은 다양한 생태학적 연구를 통해 백로의 습성을 파악할 필요도 있다. 이를 통해 국내 백로 현황, 국내외 관리 사례를 고려한 제도적 검토가 필요하며, 국가 차원의 백로 관리 매뉴얼 구축도 가능하다.
지자체 차원에서는 백로의 잠재 번식지를 파악하고 백로 모니터링단을 구성해 초기 정착기(1월 말∼4월 말)에 주민 피해 우려 지역의 초기 정착을 막아야 한다. 그리고 주민 피해가 작은 지역으로 백로를 유인하려는 노력도 병행할 필요가 있다.
이제 추운 겨울이 끝자락에 머물렀다. 백로가 도래할 날도 머지않았다. 올해 백로가 어디에서 살까? 인간과 백로의 영역 다툼은 현재진행형이다. 이은재 대전세종연구원 책임연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