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운동연합 등 52개 단체, 대책 촉구 회견
유성구청장은 자치단체 불시 현장조사권 요구
유성구청장은 자치단체 불시 현장조사권 요구
한국원자력연구원이 핵폐기물을 불법 처리한 사실이 드러나자 대전지역이 분노하고 있다. 시민사회단체와 자치단체는 일제히 관련자 처벌과 철저한 조사, 재발방치 대책을 촉구했다.
‘핵 재처리 실험 저지 30㎞ 연대’는 10일 오전 대전 유성 한국원자력연구원 정문 앞에서 ‘원자력연구원 폐기물 무단폐기 규탄’ 기자회견을 열어 “원자력안전위원회가 9일 밝힌 중간조사 결과를 보면, 원자력연구원은 2011년부터 2015년까지 방사성 콘크리트를 충남 금산군에 불법 매립하고, 토양 폐기물을 연구원 야산에 묻었으며, 중저준위 폐기물을 임의로 소각하고, 제염과정에서 발생한 오염수를 우수관과 일반 하수도로 방출했다. 또 가연성폐기물처리시설에 설치된 배기가스 감시기의 측정기록도 기준치 이하로 조작했다. 원자력을 운용하는 전문성과 기술력을 악용해 천인공노할 범죄를 저질렀다”고 비판했다.
대전·충남·세종 52개 단체로 꾸려진 이 단체는 “원자력연구원의 불법 행위는 대전과 세종 등 충청민 280만명은 물론 온 국민의 건강에 해악을 끼친 것으로, 과징금 부과·관리 강화 같은 솜방망이 처벌은 안 된다. 구속 수사를 원칙으로 책임자를 처벌하고 관리 감독을 소홀히 한 원자력안전위원회의 책임도 엄중하게 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핵폐기물 관리도 불법으로 하는 원자력연구원이 안전과 규정을 지켜 치명적인 방사성 물질인 사용후핵연료를 다루는 핵 재처리와 복잡한 과정의 고속로 연구개발을 할 리가 만무하다. 핵 재처리와 고속로 연구는 당장 중단돼야 한다. 사용후핵연료를 이용한 실험과 연구는 절대 안 된다”고 요구했다.
대전환경운동연합도 성명을 내어 “원자력연구원이 조사대상 외 기간인 2011년 이전에는 규정을 지켜 핵폐기물을 처리했을까 의혹이 든다. 원자력연구원의 안전 대책을 신뢰할 수 없다”며 “정부는 이번 사건의 책임자·관련자를 엄중히 처벌하고, 특별조사를 벌여 불법 처리한 핵폐기물 규모와 오염도를 밝히고 전량 회수해야 하며, 안전점검 및 원자력 안전관리 체계를 개선해야 한다”고 밝혔다.
허태정 대전 유성구청장은 “원자력연구원은 문제가 발생할 때마다 안전과 소통을 강조해왔으나 외부에서 의혹이 제기되거나 조사가 이뤄진 뒤에야 과오를 시인하는 결과를 반복해 왔다. 특히 이번에는 핵폐기물을 불법으로 야산·농촌에 묻거나 태우고, 방출해 사태가 위중하다. 철저한 조사를 통한 진상규명과 재발방지를 위한 안전 대책을 마련해야 하며, 시민단체 및 전문가 그룹이 공동으로 참여하는 자체 불시 현장조사권을 지방자치단체에 부여해야 한다”고 말했다. 허 구청장은 “최근 내진 보강 과정에서 발생한 폐기물도 철저한 검증과 규정에 따라 지자체와 협의해 처리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송인걸 기자 igsong@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