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안군에 2013년 7월 인도된 54톤급 요트형 행정선 2004호. 신안군 제공
전남 신안군이 도입한 고속형 다기능 행정선이 건조 과정에서 속력과 용도 등 계약조건을 충족하지 못한 탓에 무용지물로 방치되고 있다. 군은 복원성이 부족한 행정선을 운항하지 못하자 이 선박을 건조한 뒤 폐기하기로 했던 옛 행정선을 수리해 쓰고 있다.
감사원은 15일 신안군 행정선 2004호의 건조 계약과 납품 검수를 소홀하게 처리하는 바람에 막대한 재정 손실을 초래한 군 공무원 6명을 징계하라고 통보했다. 건조사인 ㅍ사에는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내라고 요구했다. 감사원 감사 결과 선박 복원성은 애초 계약했던 여객선 기준에 미치지 못했고, 기타선(여객선·어선 이외 선박) 기준만 충족했다. 이는 어업지도를 할 수는 있지만 다른 용도로 쓰기 어렵다는 뜻이다.
또 군은 1만2000㎢의 해역과 72곳의 유인도를 오가며 다목적으로 활용할 고속 행정선의 도입을 추진했으나 속력이 설계보다 떨어지고 안전조차 장담할 수 없는 선박을 인수해 예산을 낭비한 것으로 드러났다.
군은 지난 2011년 11월 연안에서 어업지도, 해난구조, 환자후송, 민원처리 등 행정 업무를 처리할 54톤급 고속형 다기능 행정선을 건조하겠다는 입찰공고를 했다. 이에 따라 2012년 1월 ㅍ사와 30억원에 건조 계약을 하고, 같은 해 8월까지 두 차례 설계를 변경해 예산을 35억원으로 늘렸다.
군은 시방서에 속력 33노트, 길이 24.38m, 정원 50명(여객 48명 선원 2명), 용도 고속선(최대 속력 25노트 이상 여객선)인 선박을 요구했다. 이듬해인 2013년 7월 군은 검사를 마친 선박을 인수했다.
하지만 이 선박은 시방서보다 속력이 9노트 느린 24노트, 길이는 0.77m가 짧은 23.61m, 정원 50명(임시승선자 48명 선원 2명), 용도 기타선으로 요구에 한참 못 미쳤다. 한국선급이 발급한 검사증서에는 25노트 미만으로 항해하도록 속력제한 조건까지 붙어있었다.
군 공무원들은 이 선박을 덜컥 인수한 뒤에야 선박검사를 쉽게 통과하려고 속력과 용도를 변경했다는 사실을 알아차렸다. 군은 2014년 5월부터 한 해 동안 하자 수리를 하고도 거의 운항을 하지 못했다. 운항부서에서 복원성이 부족하다며 안전성 문제를 제기했기 때문이다. 하자 담보 기간이 입찰공고 때 5년에서 계약 당시 1년으로 짧아진 또 다른 잘못도 불거졌다. 현재는 기간이 지나 책임을 물을 방법이 마땅하지 않다. 어쩔 수 없이 이 선박을 건조한 뒤 폐기하려던 옛 행정선을 8억5000만원에 수리해 쓰고 있다.
안관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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