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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전국일반

유달산아 말해다오

등록 2017-02-22 16:40수정 2017-02-22 21:45

이야기 담담
정태관
목포문화연대 공동대표·화가

“예쁘던 노적봉도 변함없이 잘 있고/안개 낀 삼학도에 물새들도 잘 있느냐/그리워서 보고파서 불러보는 옛 노래/님이여 들으시나 못 들으시나/유달산아 말해다오. 말 좀 해다오.”

가수 이미자가 부른 노래 ‘유달산아 말해다오’다. 요즘 들어 이 노래가 유난히 구슬프게 들린다. 유달산(儒達山)은 높이 228m의 작은 산이다. 목포 8경의 하나로 남해의 영산이며 목포의 상징이다. 기암괴석이 병풍처럼 펼쳐져 호남의 ‘개골산’이라고도 불린다. 일등바위에 올라보면 원경, 중경, 근경 등 시점에 따른 다도해의 풍경이 한 폭의 아름다운 한국화를 연상시킨다.

유달산은 삼학도와 함께 목포 예술인들의 작품에 가장 많이 등장하는 소재다. 목포사람들은 시문에 깃들고, 그림에 나타나고, 가사에 등장하는 고향의 유달산을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어머니처럼 여기고 살아왔다.

유달산 자락의 노적봉은 임진왜란 때 충무공 이순신 장군이 왜적을 물리치기 위해 자연지형을 이용한 유서 깊은 유적지다. 이순신 장군은 높이 60m의 노적봉에 낟가리 이엉을 덮어 군량미를 쌓아 놓은 것처럼 위장했다. 많은 군사가 주둔한 것처럼 보이려는 전술이었다. 더불어 인근 영산강 하구에 백토 가루를 뿌려 바다로 흘러드는 물줄기를 쌀뜨물인 양 속였다. 왜적들은 지레 겁을 먹고 물러났다. 유달산으로 올라가는 들머리에는 이순신 장군의 동상이 지금도 앞바다를 굽어보며 당당히 목포를 지키고 있다.

목포의 정기가 서린 유달산에 거센 개발 바람이 불고 있다. 유달산은 역사와 운치를 간직한 채 그대로 서 있는데 이를 가만히 두지 않으려는 이들은 예부터 이어지고 있다.

일제 강점기엔 정병조라는 인물이 목포사람들의 입길에 올랐다. 그는 유달산을 일본인들에게 팔아먹은 ‘일제판 봉이 김선달’로 불렸다. 그는 자기 이름을 새긴 말목을 세워 유달산의 나무와 바위, 심지어 토양까지 따로따로 일본인에게 팔아먹었다. 사람들이 유달산을 팔아먹었다고 매국노 취급을 하자 그는 “유달산을 팔아먹은 게 뭐가 잘못이냐? 유달산을 일본으로 떼어 가느냐?” 고 맞받아칠 정도로 뻔뻔했다고 한다.

유달산의 수난은 그치지 않았다. 일제는 민족의 정기를 끊으려 유달산에 쇠말뚝을 박아넣는 만행을 서슴지 않았다. 이런 쇠말뚝을 제거하려는 노력이 사회단체를 중심으로 최근까지 펼쳐졌다.

2010년대에 들어서는 유달산에 야간 경관 조명을 설치하면서 마찰이 일었다. 시민단체가 반대했지만 막지 못했다. 이 때문에 유달산에는 밤마다 귀곡산장을 연상시키는 불빛이 비춰지고 있다. 이 조명이 목포의 인상을 흐린다고 못마땅해하는 이들이 아직도 많다.

해상케이블카 사업을 둘러싼 갈등은 20여년 동안 이어졌다. 목포시는 2015년부터 유달산~고하도 케이블카 설치사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최근 목포시와 영산강유역환경청은 환경영향평가 협의를 진행했다. 환경당국은 유달산의 경관이 상당 부분 훼손될 우려가 있으므로 시민의 사전 동의가 필요하다고 했다. 유달산 주변에는 법정보호종인 붉은배새매와 황조롱이, 희귀종인 지네발난과 왕자귀나무 등 보존가치가 높은 동식물의 서식이 확인됐다며 생태계 훼손에 우려를 나타냈다. 기존 케이블카의 수익성, 설치계획 현황, 관광수요 예상 등을 분석해 타당성을 제시하라는 요구도 덧붙였다. 시민단체들도 밀어붙이기식 사업 추진을 즉각 중단하라고 외치고 있다.

유달산은 자연공원이다. 목포의 상징이며, 시민의 자산이다. 우리 세대 누구도 어머니 같은 유달산을 파괴할 권리가 없다. 목포의 역사와 시민의 숨결이 새겨진 유달산을 있는 그대로 보전해서 후손에게 물려주어야만 한다. 개발이익에 눈이 멀어 서둘러서는 안 된다. 급하게 먹은 밥은 체하기 마련이다. 성급한 판단으로 일단 훼손한 다음에는 원상태로 되돌리기가 어렵다. 파괴의 책임은 또 누가 지겠는가. 유달산은 오늘도 말없이 우리를 바라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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