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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전국일반

상징의 부재와 오염

등록 2017-03-15 14:20수정 2017-03-15 21:52

이야기 담담
이효원
전남대 건축학부 교수

인간은 복잡하거나 추상적인 사실을 간명하게 표현하는 강력한 의사소통 수단을 가지고 있다. 상징이다. 기호가 가장 간단한 방식이고 보통은 구체적인 사물을 이용한다. 언어적 속성을 띠며, 일종의 약속이다. 그래서 상징이 제대로 작동하려면 정확하고 간명한 것을 사용해서 오해가 없어야 한다.

인간이 만들어낸 가장 큰 물건인 건축물은 여러 경우에 상징으로 사용된다. 에펠탑과 시드니 오페라하우스는 도시 자체를 상징하는 직설적인 대표 사례다. 청와대와 국회도 기관을 나타내는 문장에 건물 모양이 그대로 들어가 있다. 시대와 상황이 바뀌면서 상징의 범위가 옮겨 간 경우도 있다. 한때 신의 거처였을 그리스 신전의 모양은 권력과 권위를 표상했다. 절대 권력이 없어진 지금 맨해튼에 있는 신전 모양의 건물에는 은행이 들어가 있다. 지금의 권력이 돈이라는 것을 대놓고 표현한 것이나 다름없다.

사람들이 한옥에 관심을 갖게 된 지 꽤 되었다. 아파트에 대한 불만이 가장 큰 이유다. 중년의 한 남성이 한옥을 짓겠다기에 짓는 비용도 더 들고 살면서 유지비가 만만치 않을 거라고 했고, 아파트에 익숙해진 탓에 꽤 불편할 거라고도 했다. 하지만, 고집을 꺾지 못했다. 그가 어렸을 적 살던 동네에 한두 채 있었을 기와집은 그에게 나이가 들면서 해소해야 할 결핍과 성공의 징표였다. 불편함이 문제가 아니었다. 커다란 기와지붕을 가진 집만이 그에게 유일한 ‘집’이기 때문이다.

아파트에 대한 불만은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들여다보면 눈에 띄는 것이 바로 모양이다. 박스처럼 생긴 아파트가 도저히 집 같지 않다는 것이다. 집을 마음에 떠올리고 나서 간단하게 그려보라면 경사진 지붕을 가진 오각형의 그림을 그릴 것이다. 사실 경사 지붕이란 비와 눈을 막기 위한 장치였다. 동서양이 모두 경사진 지붕을 사용했으나 우리의 지붕이 다른 것은 돌로 벽을 세운 서양과 달리 나무를 주재료로 하는 탓에 그 처마의 길이가 더 길어야 해서 생긴 일이다. 한옥의 외양에서 제일 크기도 하고 눈에 띄는 것이어서 그게 우리의 마음에 집의 모양으로 각인된 것이다.

콘크리트로 된 집과 도시에 살면서 온전한 의미의 집에 살고 있지 않고, 좋은 도시에 살고 있지 못하다고 느끼는 것은 내가 살고 있는 이 집이 내 마음의 집과 불일치하기 때문에 생긴 일이다. 상징의 부재이며, 이는 현대 사회의 중요한 특징이다. 그렇다고 해도 도시 가득 못난 고층의 아파트들이 삐죽삐죽 솟아있게 놔둘 수도 없다. 개인을 넘어 공동체가 그 문제를 같이 느끼고 있다면 문제는 문제다.

집은 단순히 생리적 욕구를 충족해주는 것을 넘어 사는 사람의 삶에 대한 태도나 세상을 바라보는 의식까지를 보여주는 것이며, 만들어가는 곳이다. 그런 집에 사는 사람들이 함께 어우러지는 곳이 도시다. 그런 점에서 우리의 건축과 도시는 일정 부분 실패했다. 편리하고 편리한 방식을 쫓아가며 작동하고 있으나 우리의 마음을 얻지 못했다. 그걸 채운답시고 다른 도시의 한옥마을을 구경 다니고, 어쩌다 한번 한옥 모양의 펜션에 묵는 것은 비록 그 상징이 변질되고 오염되었더라도 일정 수준 작동하고 있는 현재 상황을 보여주는 단면이다.

다른 이야기. 상징과 관련하여 최근에 엉뚱한 일이 생겼다. 우리나라를 가장 간단하게 상징하는 태극기가 묘하게 사용된 것이다. 우리 역사 전반이 그렇기도 하고, 3·1절과 손기정의 가슴에 있던 태극기가 더 인상에 남아서인지 항상 아린 느낌이 없지 않았다. 이걸 극복하게 해 준 것이 2002년 월드컵이다. 그런데 이제야 자랑스러워진 그 귀한 상징을 특정한 집단이 자신들의 생각을 드러내는 장치로 사용해 버린 것이다. 바뀌기도 쉽지 않지만 한번 오염되면 다시 그 자리로 돌아오기 힘든 것이 상징의 속성인데 큰일이다. 상징이 공동체의 증거이기에 더욱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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