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 담담
복지공동체 여민동락 대표 살림꾼 얼마 전, 대선 예비후보 초청 광주시민 만민공동회가 무산됐다. 불참 후보가 생겨서다. 대선 정국이라 정치 쟁점화가 된 사건이다. 무산의 자잘한 이유야 여기서 논할 바 아니다. 씨 뿌린 성과에 주목할 뿐이다. 100인 접주와 1000인 시민이 기획한 만민공동회는 광장 민심을 정치와 정당, 제도와 정책으로 수렴하는 직접민주 실험이다. 아래로부터 민주주의를 실현하는 광주형 정치 축제이자 민주 대성회의 표본이 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줬다. 십시일반 시민 기금을 다음 시도를 위해 적립하자고 뜻을 모았다. 첫 시도는 실패했으나, 실패로만 끝나진 않은 셈이다. 요새 나는 만민공동회, 시민총회, 시민의회, 민회 등 이름은 다르나 취지는 비슷한 여러 실험과 모색을 반긴다. 제주에선 민회를 제도화하기 위한 논의가 시작됐다. 민회는 지역의 중요 사안에 대해 주민이 직접 토론하고 협의하는 회의체다. 주권자가 참여하는 공론장을 통해 집단의사를 결집하는 직접-숙의 민주주의 과정이라 할 수 있다. 성숙한 대의민주주의 기초 위에 직접-숙의제가 융합된 시민민주주의를 이뤄가는 모색이다. 촛불항쟁은 새로운 민주주의의 에너지다. 정당정치의 실종이 시민정치를 불렀고, 결국 거리의 저항이 정당정치를 작동하게 하는 형국이 됐다. 혹자는 촛불항쟁의 에너지를 대선정국으로 수렴할 수 있다고 말하나, 현재의 정당정치를 볼 때 희망을 걸기 어렵다. 누가 되든 사람 바뀌는 ‘정권교체’는 가능하겠으나, 국가 대개조에 상응하는 ‘사회교체’란 쉽지 않아 보인다. 구 체제 정당과 정치인들 속에서 어떻게 주권자가 바라는 개헌과 개혁이 가능하겠는가. 재벌들은 승승장구하고, 정경유착은 노골적이고, 엘리트 정당정치는 자영업으로 변질된 지 오래다. 민주주의 파산은 시민 살림 붕괴로 이어지고 있다. 수십 년에 걸친 산업화 민주화의 결과는 국민소득 상위 10%가 국부의 50%를 독점하는 격차사회 양극화다. 이런 사태를 만든 최대 주범은 정치이고, 공범은 주권자를 배신한 '정치 대리자'이다. 오해하진 마시라. 그렇다고 직접 민주주의 방식의 만민공동회 혹은 민회가 기존 의회를 무작정 대체할 순 없다. 정당정치 직업 정치인의 지속성과 책임성을 폄하할 수 없다. 다만, 실패해 왔고 실패할 수밖에 없는 정당정치만의 방식으로 미래를 열 순 없다. 사회학자 슘페터의 말대로, 지금 시민의 역할은 시장에서 상품을 소비하는 것처럼 정치 시장에서 자신을 잘 홍보하는 후보를 선택하는 데 그치고 만다. 선거 구경꾼에 불과한 처지다. 이제 '메이드 인 코리아 촛불 민주주의' 주권자답게 진짜 민주주의를 해보자. 간단하다. 광장을 살려 제도와 만나게 하는 시민정치의 내재화다. ‘광장이 있는 도시’ 광주도 꿈틀대고 있다. 5월21일 광주시민의 날 '금남로 시민정치 페스티벌' 같은 만민공동회를 눈여겨봐야 한다. 좋은 정책을 사고파는(알리고 배우는) 정책마켓과 자원봉사박람회는 기본이고, 광주형 정치 대성회인 시민총회를 연다질 않는가. 공장·학교·마을·회사·단체 등을 총망라해 100개 민회를 열고, 민회를 통해 수렴된 정책 제안을 광주시·시의회와 협약을 맺고 조례로 제도화하겠다는 구상이다. 그것도 5·18 그때처럼 금남로 그 거리 분수대에서 말이다. 의회와 여러 전문가의 자문을 위해 민회 지원단까지 둔다니, 가슴 설레지 않을 수 없다. 오랜만에 광주가 광주다워지려 한다. 동토를 개간하며 묵묵히 씨 뿌려온 촛불시민들의 유산이 뭘까. 온라인에서건, 거리에서건, 광역단위의 시민총회나 자치구 시민의회, 마을 만민공동회, 공장 민회를 열자. 이름은 제각각이어도 좋다. 처음엔 쇼처럼 즐겨보고, 다음엔 상설화해서 과정을 배우고, 마침내 제도화해서 무기로 삼자. 그래서 일터와 삶터에서 진짜 민주주의가 무엇인지, 어떻게 해야 세상이 변할 수 있는지, 그 장엄한 떨림을 체험하자. 광주는 그렇게 살아보자. 민주주의가 '밥'이 되게끔 '진짜 민주주의' 를 실현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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