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팽목항 떠나는 미수습자 은화·다윤 엄마 “울지마, 이제 시작이야”

등록 2017-03-31 07:26수정 2017-03-31 10:29

운반선 출항 전인 31일 오전 5시에 팽목항 숙소 떠나
미수습자 가족 3명 목포신항까지 뱃길 105㎞ 동행
팽목항 임시숙소 10동은 이날 목포신항으로 옮겨져
단원고생 조은화·허다윤양의 어머니가 31일 새벽 팽목항 분향소 제단에서 미수습자 9명의 사진 없는 액자들을 챙기고 있다.
단원고생 조은화·허다윤양의 어머니가 31일 새벽 팽목항 분향소 제단에서 미수습자 9명의 사진 없는 액자들을 챙기고 있다.
“울지마, 이제 시작이야.”

31일 새벽 5시 전남 진도군 팽목항 분향소. 단원고생 조은화양의 어머니 이금희씨와 허다윤양의 어머니 박은미씨가 3년 동안 사진도 없이 분향소에 두었던 아이들의 액자를 제단 위에서 내려놓았다. 손바닥만한 작은 액자들을 상자 안에 소중하게 담는 손길이 가늘게 떨렸다. 상자를 든 박은미씨가 눈물을 보이자 이금희씨가 어깨를 감싸 안으며 다독거렸다.

두 어머니는 이어 자신들을 내려다보는 단원고생 희생자들을 향해 마지막 인사를 건넸다. ”친구들아, 이제 은화와 다윤이가 돌아올 수 있도록 도와다오. 꼭 도와다오.”

팽목항의 미수습자 가족들은 이날 오전 7시 세월호를 실은 반잠수식 운반선 화이트마린호가 참사해역인 맹골수도를 떠나는 시간에 맞추기 위해 새벽부터 부산했다. 가족들 가운데 두 어머니와 단원고 양승진 교사 부인 유백형씨 등 3명은 목포신항까지 항로 105㎞를 동행하러 떠날 참이었다.

분향소 바깥에는 궂은 비가 내리고 있었다. 우산을 받고 빗속에 선 채로 항구로 실어다 줄 차를 기다리던 이들에게 팽목항을 떠나는 심정을 물었다.

이금희씨는 만감이 교차하는 듯 한참 동안 생각에 잠기더니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3년 전) 팽목항에 오는 날 비가 내리더니 떠나는 날에도 비가 내리네요. 이런 땅이 다시는 없기를 바랍니다. 그리고 이런 아픈 사람들도 다시 없기를 바라고요.” 그의 눈에 어느 틈에 이슬이 맺혔다.

박은미씨는 “다윤이가 드디어 육지로 간다. 꼭 만나서 손잡고 집에 가고 싶다. 그동안 응원해준 주민들에게 감사드린다. 지금은 경황없이 떠나지만 아이를 찾아 꼭 다시 찾아오겠다”고 말했다. 유백형씨는 “외로울 때 팽목항 바닷가에서 주웠던 돌을 챙겼다”며 떠났다. 그는 참사 1주기 때 팽목항에서 서망항 쪽으로 남편을 생각하면서 걷다가 돌 하나를 주웠다. 이후 이 돌에 각별한 애착이 생겨 ‘그립다, 보고 싶다, 언제 와요’라는 글자를 새긴 뒤 소중하게 간직해왔다.

미수습자 가족들은 3년 동안 가족들을 기다려온 팽목항을 아프고 슬픈 곳으로 기억하고 있다. 이들은 “하도 오래 머물러 어떨 땐 제2의 고향 같다는 생각도 들어요. 하지만 원해서가 아니라 있을 수밖에 없었잖아요. 언젠가는 떠날 수밖에 없는 곳이었죠”라고 착잡한 표정을 지었다.

이들이 머물던 임시숙소 10동은 이날 오후 목포신항 철재부두 안으로 옮겨진다. 분향소와 휴게소, 회의장 등은 당분간 팽목항에 보존하고, 파출소와 성당 등은 다른 기관이 설치한 시설은 순차적으로 철수된다.

진도/글·사진 안관옥 기자 okahn@hani.co.kr

단원고생 허다윤 양의 어머니 박은미씨가 31일 새벽 세월호 미수습자 9명의 액자가 담긴 상자를 안고 차량에 올라 있다.
단원고생 허다윤 양의 어머니 박은미씨가 31일 새벽 세월호 미수습자 9명의 액자가 담긴 상자를 안고 차량에 올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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