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창문 밖을 보며 구조를 기다리는 아이들의 눈물을 보면 가슴이 아려온다. 홍성담 화백은 <4월16일 오전 10시20분>이라는 작품을 통해 먹먹한 아픔을 담고 있다. 이 작품은 2014년 세월호 참사 이후 홍씨가 그린 작품이다. 홍 작가는 지난 28일부터 광주시립미술관 본관 제1·2전시실에서 열리는 <세월오월>전에 세월호 관련 회화 작품 24점을 전시하고 있다.
바다 밑 깊숙한 곳에 들어가 손길을 내밀었던 고 김관홍 잠수사는 <김관홍 잠수사>라는 작품으로 부활했다. 국가가 국민의 생명을 보호하는 책임을 방기한 자리에 한 ‘의인’의 사투가 눈물겹게 다가온다. 세월호를 물 밖으로 번쩍 들어 올리는 장면을 형상화한 <꿈>은 마치 세월호 인양을 예측한 것처럼 느껴진다. 홍씨의 ‘꿈’은 이제 현실이 됐다. <내몸은 바다-4-청와대의 밤>이라는 작품엔 청와대 주변을 서성이는 세월호 넋들의 ‘분노’가 스며 있다.
홍 작가는 “어마어마한 국가폭력에 의해서 물속에서 아이들과 승객들이 천천히, 아주 천천히 사흘간에 걸친 물고문으로 죽어간 대 학살극이 바로 세월호 참사”라고 말했다. 광주시립미술관 쪽은 “홍씨가 세월호 관련 그림들을 통해 아이들이 마지막 순간 어떤 고통을 당하면서 죽어갔는지, 아이들의 영혼은 지금 어디를 서성이고 있는지 등을 사실적으로 보여주고 있다”고 소개했다.
2014년 박근혜 전 대통령을 허수아비로 풍자했다가 전시가 불허됐던 홍성담의 걸개그림 <세월오월>이 확대 실사돼 지난 28일부터 광주시립미술관 외벽에 설치됐다.
이번 전시회엔 박근혜 전 대통령을 허수아비로 풍자해 2014년 광주비엔날레 20돌 특별전에 전시하려고 했으나 전시가 허가되지 않았던 홍씨의 걸개그림 <세월오월>도 3년 만에 선보이고 있다. <세월오월> 작품을 확대 실사 출력한 대형 걸개그림이 미술관 외벽에 설치됐다. 이번 전시는 5월11일까지 이어진다. 2014년 걸개그림 <세월오월> 제작 과정을 담은 다큐멘터리(제작 조재형 감독) 영상도 상영된다. 개막행사는 31일 오후 5시에 열린다.
정대하 기자
daeha@hani.co.kr, 사진 광주시립미술관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