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랫쪽에 까맣게 보이는 게 끈벌레이고 위 쪽에 하얀 생명체가 죽은 뒤 색깔이 변한 실뱀장어이다. 한강살리기어민피해비상대책위원회 제공
지난 수년간 한강 하구 어민들에게 막대한 피해를 안겨준 유해 생물인 ‘끈벌레’가 올해 봄에도 또 출현해 경기도 고양지역 어민들이 울상이다.
고양시 행주어촌계와 ‘한강살리기어민피해비상대책위원회’는 지난달 말 조업을 시작한 한강 하류 행주대교와 신곡수중보 사이에서 끈벌레가 다량으로 출현했다고 3일 밝혔다. 행주 어민들이 제공한 영상과 설명을 들어보면, 한강에 설치한 실뱀장어 포획용 그물의 90% 이상이 붉은색 끈벌레로 가득찼다. 이 때문에 검회색 실뱀장어는 잡히자 마자 대부분 하얗게 폐사했다. 어민 한상원(59)씨는 “보통 3월 말부터 4월 말까지가 실뱀장어를 잡는 철인데,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그물에 온통 끈벌레로 가득차 있고 끈벌레 점액질로 새끼 뱀장어는 금방 죽어버렸다. 이런 상태가 지속되면 올해도 실뱀장어 조업이 힘들 것같다”고 말했다.
끈벌레는 보통 30∼40㎝ 크기로 주로 모래나 개펄 속, 해조류 사이, 바위 밑에 서식하며, 신경계 독소를 뿜어내 마비시키는 방법으로 환형동물, 갑각류, 연체동물 등을 닥치는 대로 잡아먹는 것으로 알려졌다. 10여년 전 한강 하류에서 처음 발견된 뒤 해가 지날수록 개체 수가 급격히 늘고 있지만 생태와 출현 이유 등은 알려져 있지 않다.
끈벌레는 특히 한강 하류 어민의 주소득원인 실뱀장어 조업에 막대한 지장을 주고 있다. 행주어촌계의 설명을 들어보면, 끈벌레가 출현하기 전인 2006·2007년 행주어민의 실뱀장어 판매량은 184·169㎏였으나 끈벌레가 본격 출현한 2012~13년엔 15·4㎏으로 크게 줄었다.
어민들은 끈벌레의 발생 원인으로 행주대교를 기점으로 한강 상류 쪽 6∼7㎞ 지점에 있는 서울시 서남물재생센터와 난지물재생센터가 정상처리하지 않은 하수·분뇨를 한강에 무단 방류한 탓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심화식(62) 비상대책위원장은 “김포 전유리와 강화에는 끈벌레가 안잡힌 걸로 봐서 하수처리장의 오염된 방류수와 신곡수중보 영향 때문으로 보인다“며 “하루빨리 끈벌레의 발생원인을 정확히 규명해 어민들의 생존권을 보장해 줄 것”을 주장했다.
고양시는 끈벌레의 실체와 발생원인을 밝히기 위한 연구용역을 진행 중이며 내년 6월께 최종결과가 발표될 예정이다.
한편, 고양경찰서는 지난달 20일 한강에 미처리 하수를 무단방류하고 수질을 조작한 의혹이 제기된 난지물재생센터를 압수수색했다. 고양경찰서는 지난해 6월엔 서남물재생센터와 위탁계약을 맺은 서남환경에 대해 수사를 벌여 같은 해 11월 하수도법 위반 혐의로 서남환경 전 대표 등 임직원 3명과 법인을 불구속 입건한 바 있다. 서남환경은 2009년 2월부터 7년간 주로 심야에 234회, 2134시간 동안 정상처리하지 않은 하수·분뇨를 무단 방류한 혐의를 받고 있다.
박경만 기자
mania@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