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시 구좌읍에 있는 천연기념물 제98호 만장굴 인근 역사문화환경보존지역에 있는 잡종지를 훼손한 현장. 제주도 자치경찰단 제공/연합뉴스
제주도 내 도시지역만이 아니라 읍·면 지역에도 수익을 올리기 위한 이른바 ‘타운하우스’ 건설 바람이 부는 가운데 천연기념물이자 세계자연유산지구인 제주 만장굴 인근까지 마구잡이 개발이 이뤄진 것으로 밝혀졌다.
제주도 자치경찰단(단장 나승권)은 5일 문화재청으로부터 현상변경허가도 받지 않은 채 몰래 토목공사와 형질변경 등 산림을 마구잡이로 훼손한 혐의(문화재보호법 및 산지관리법 위반)로 부동산개발업자 이아무개(57)씨의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이씨는 제주시 조천읍 등지에서 타운하우스와 단독주택을 짓고 있다.
수사 결과, 이씨가 훼손한 지역은 천연기념물 제98호 국가지정문화재이자 세계자연유산인 제주시 구좌읍 만장굴에서 직선거리로 280m 떨어진 역사문화환경보존지역이다. 만장굴은 역사, 문화적 가치가 커 주변지역을 4구역으로 나눠 역사문화환경보전지역을 설정해 보존·관리하고 있다. 적발된 지역은 문화재청 고시에 따라 문화재 현상변경허용기준 2구역에 해당해 1m 이상 터파기 공사와 토지형질 변경을 하려면 문화재청으로부터 현상변경허가를 받아야 한다.
그러나 이씨는 문화재청의 현상변경허가와 제주시의 산지전용허가도 받지 않고 지난해 8월말부터 9월초 사이에 중장비를 이용해 소나무 85그루와 잡목을 뽑아 매립하고, 높이 1~2.4m 암석을 절토하거나 25t 덤프트럭 57~75대 분량의 흙과 돌로 0.8~1.8m를 메우는 등의 방법으로 4939㎡를 훼손했다. 국유지(도로) 597㎡도 침범해 평탄작업을 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씨는 이곳에 단독주택 12채를 지어 분양하기 위해 지난해 3월 아들 명의로 주변 시세보다 싼 1억9천만원에 사들인 뒤 지난해 9월초 문화재청에 현상변경허가 신청을 했으나, 같은 달 21일 문화재 심의위원들이 현장을 방문했을 때는 이미 훼손된 상태였다. 심의위원들은 같은해 10월4일 공사 현장이 만장굴 구간 가운데 낙석과 붕괴위험이 있는 구역이어서 현상변경허가가 어렵다며 현상변경허가를 불허했다.
자치경찰단은 건축물이 들어설 경우 최초 매입가 1억9천만원보다 4배 많은 7억5천만원으로 올라 5억원 이상의 시체차익을 올릴 것으로 내다봤다. 자치경찰단은 지난해 산림사건 전담수사반을 편성해 73건을 수사해 투기 목적 부동산 개발행위 6건을 찾아내 9명을 구속했으며, 올해도 10건을 수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허호준 기자
hojoo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