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제주4·3 70주년을 앞두고 제주지역에서 4월3일을 ‘지방 공휴일’로 지정하자는 움직임이 일고 있는 가운데 제주도와 도의회가 원칙적으로 이에 찬성하고 있어 결과가 주목된다. 지난 3일 제69주년 4·3희생자추념식에 참석한 유족들이 위패봉안소에서 희생자 위패를 둘러보고 있다. 제주도 제공
내년 제주4·3 70주년을 앞두고 4월3일을 ‘지방 공휴일’로 지정하자는 논의가 일고 있는 가운데 제주도와 제주도의회도 지방 공휴일 지정에 원칙적으로 찬성했다. 원희룡 제주지사는 제주도의회 제350회 임시회 도정질문 첫날인 10일 도의회에 참석해 “4·3은 이미 국가추념일로 지정됐다. 지방정부와 교육청, 도내 모든 기관이 협력해서 기념주간, 기념사업들을 해나가는 데 아무런 이견이 없다”며 원칙적으로 찬성 입장을 밝혔다.
이날 원 지사의 답변은 도정질문에 나선 도의회 4·3특별위원장 손유원 의원(바른정당·조천읍)이 “4·3추념일을 지방 공휴일로 정하는 과제는 특위의 주요 활동 가운데 하나다. 제주4·3의 경우 두 가지 방법이 있는데 대통령령으로 된 공휴일 규정을 바꾸는 방법과 제주도 조례로 만드는 방법이다. 의회의 계획에 찬성하느냐”는 질의에 따른 것이다.
그러나 원 지사는 “대신 공휴일로 지정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현행법상 공휴일은 법으로 국가가 지정해야 하고 지방 공휴일이라는 제도 자체가 없다”고 말했다. 원 지사는 “추모 기간 지정과 공휴일 지정 때 무엇이 다른지 검토해 본 결과 몇 가지 해결해야 할 문제가 있다. 제주도만 공휴일로 지정해서 모든 업체와 직장들을 쉬게 할 경우 휴일수당을 어떻게 지급할지 등이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손 의원이 “조례로 지방 공휴일을 추진하면 재의를 요구하겠냐”고 묻자 원 지사는 “못 받아들일 이유는 없다. 위헌·위법이 아닌 이상 당연히 받아들여야 한다. (도정에서는) 재의를 요구하지 않겠지만 행정자치부가 재의를 요구할 수는 있다”고 말했다.
원 지사는 또 손 의원의 4·3 희생자들에 대한 국가의 배·보상 가능성을 묻는 말에는 “국가가 민간인을 학살한 경우에는 원칙적으로 배상 책임이 있다. 다른 사건들과의 형평성을 보더라도 충분히 가능하다고 본다. 정치권에서도 많은 분이 도와주려는 의지가 있는 만큼 이번(대선)이 기회라고 본다”고 말했다.
제주4·3희생자유족회와 4·3 관련 단체들은 4·3의 추모 확산과 후세대 교육 등을 위해 지방 공휴일로 지정해야 한다는 의견을 활발하게 전개해왔다. 일본 오키나와현의 경우 법적 근거는 없었지만 매년 6월23일을 태평양전쟁 말기 오키나와전투 희생자들을 기리기 위해 조례로 위령의 날 및 지방 공휴일 지정을 추진했고, 1991년 정부 지방자치법 개정을 통해 공식 공휴일로 인정받았다.
허호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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