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 대선 후보인 홍준표 전 경남지사가 10일 오전 경남도청 대강당에서 열린 도지사 퇴임식에서 손을 흔들고 있다. 경남도 제공
홍준표 전 경남지사는 대통령선거 출마 전부터 도지사직에서 물러나더라도 도지사 보궐선거를 막겠다고 공언했고, 또 실제로 그렇게 했다. 이 때문에 그는 지난달 31일 자유한국당 대선 후보로 선출된 이후에도 도지사직을 유지한 9일까지 예비후보 등록을 할 수 없어 제대로 선거운동을 할 수 없었고, 10일 퇴임식을 하고 경남을 떠나는 순간까지도 소금 세례를 받는 등 도민들의 거센 반발을 샀다.
‘헌법의 수호자’인 대통령이 되겠다는 이가 왜 법을 어겨 고발을 당하면서까지 이런 무리수를 뒀을까? 홍 전 지사는 보궐선거 비용 지출을 막기 위해서라고 이유를 밝혔으나, 지역 정가에선 자신의 대선 가도에 보궐선거가 불리하게 작용할 것으로 판단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홍 전 지사는 10일 오전 10시 경남도청 대강당에서 열린 도지사 퇴임식에서 “도지사 보궐선거를 하게 되면, 기초단체장이나 국회의원의 줄사퇴가 이어지고, 또 그 자리를 채우기 위한 연쇄사퇴가 불가피하다. 300억원의 혈세 낭비와 혼란이 있게 되고, 도민들은 제대로 검증도 못 해보고 도지사나 시장·군수를 뽑아야 한다. 도정은 세팅이 다 되어 있기 때문에, 권한대행체제로 가도 도정공백은 없을 것이다. 충분한 시간을 두고 내년 6월에 새로운 도지사를 선출하는 것이 맞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홍 지사와 같은 자유한국당 소속 한 기초자치단체장은 “도지사 보궐선거를 의도적으로 막는 것은 법적으로도 상식적으로도 옳지 않기 때문에 홍 지사는 욕을 먹을 수밖에 없다. 그러나 정치적으로 홍 지사는 그런 결정을 할 수밖에 없었고, 경남의 자유한국당 소속 정치인들은 대부분 홍 지사의 결정에 동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 자유한국당은 대통령 탄핵을 불러일으킨 폐족이다. 이런 상황에서 도지사 보궐선거를 하면 자유한국당 후보가 결코 이길 수 없고, 보궐선거에 현직 국회의원이나 시장·군수가 출마하면 그 자리마저 빼앗길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당연히 홍 지사의 대선도 망칠 것이다. 그런데 어찌 보궐선거를 하겠느냐”고 말했다.
경남도선거관리위원회 관계자는 “홍 지사는 2012년 12월19일 대통령선거와 함께 치러진 경남도지사 보궐선거를 통해 경남도지사가 됐는데, 당시 도지사 보궐선거 비용으로 118억원이 들어갔다. 만약 이번에도 대통령선거와 함께 도지사 보궐선거를 한다면 비슷한 비용이 들어갈 것이다. 홍 지사가 어떤 근거로 보궐선거 비용으로 300억원이 든다고 했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이미 중앙선관위는 보궐선거를 의도적으로 막으려는 홍 지사 문제와 관련해 ‘잔여임기가 1년 이상 남았을 때는 보궐선거를 하는 것이 공직선거법의 정신’이라고 공식입장을 밝혔으며, 현재도 이 입장에 변함이 없다”고 덧붙였다.
홍준표 전 경남지사는 2012년 12월19일 대통령선거와 함께 치러진 도지사 보궐선거에 출마해 당선됐었다. 하지만 그는 다음달 9일 열리는 대통령선거에 출마하며 경남도지사 보궐선거 발생을 의도적으로 막았다. <한겨레> 자료 사진
정영훈 더불어민주당 경남도당 위원장은 “선거비용을 이유로 드는 것은 전형적인 핑계이자 물타기이다. 대선에서 스트롱맨 이미지를 세우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는 생각에 보궐선거를 의도적으로 막았다고 본다. 하지만 지금까지 여론조사 결과를 보더라도, 홍 지사 판단은 완전히 오판이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고 말했다. 정 위원장은 또 “홍 지사도 어차피 대통령 당선을 기대하진 않았을 것이고, 대선 이후 제1야당의 당권을 쥐고 후일을 도모하려 할 것이다. 대선도 떨어지고 경남도지사까지 날려 먹은 사람이라는 소리를 들으면 당권도 멀어질 것이라는 판단을 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여영국 정의당 경남도당 위원장도 “철저히 자신의 정치적 유불리를 따져서 보궐선거를 억지로 막은 것이지, 선거비용 문제와는 전혀 관계없다”고 잘라 말했다. 여 위원장은 “입 밖으로 내뱉은 모든 것을 끝까지 밀어붙여 해내는 뚝심 있는 정치인이라는 이미지를 국민들에게 각인시키는 것이 첫번째 목적이었을 것이다. 게다가 도지사 보궐선거 분위기가 야권에 유리한 쪽으로 기울면 자신의 선거에 불리할 것이라는 계산도 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시민단체 ‘적폐청산과 민주사회건설 경남운동본부’의 김영만 상임의장은 “오로지 자신의 정치적 유불리를 따져 도지사 보궐선거를 막았다고 본다. 일부 사람에겐 욕을 먹더라도 자신을 지지하는 보수층의 결집을 이끌어낼 수 있다고 판단했을 것이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이성적 판단이 아니라 완전히 잘못된 정치공학적 판단이었다는 것이 드러났다. 최소한 경남에서 홍준표의 미래는 없다”고 말했다. 창원/최상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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