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털치다’, ‘끄실리이다’, ‘깔롱지기다’
‘털치다’는 다른 사람 손에 있는 물건을 잽싸게 빼앗다, ‘끄실리이다’는 좋지 않은 인상을 남기다, ‘깔롱지기다’는 지나치게 멋을 부린다는 뜻으로 알고 있다면 당신은 ‘경상도 토박이’일 가능성이 크다.
그럼, ‘공가다’ ‘구불치다’ ‘꽁치다’ ‘넘가트리다’ ‘넘구다’ ‘제찌리다’ ‘보들티리다’ 등은 무슨 뜻일까? 경상도 토박이라면 이 모든 단어가 ‘넘어뜨리다’라는 뜻임을 알 것이다.
‘곰도리’ ‘곰배이’ ‘곰자리’ ‘깽자리’ ‘남자리’ ‘농바리’ ‘빼갱이’ ‘수배이’ ‘잔자리’ ‘잰자리’ ‘질라라비’ ‘창랑개비’ ‘철기’ ‘필랑개비’ 등은 모두 ‘잠자리’의 경상도 방언이다. 여기서 ‘잠자리’는 하늘에 날아다니는 곤충으로, 사람이 잠을 자는 ‘잠자리’가 아니다. 경상도에선 곤충 잠자리를 말할 땐 가운데 ‘자’를 높게 소리 내고, 잠을 자는 잠자리를 말할 땐 첫소리 ‘잠’을 높게 소리 낸다. 경상도 방언엔 소리의 높낮이, 즉 성조가 남아 있기 때문이다. 같은 글이라도 성조를 다르게 소리 내면, 잠자리처럼 전혀 다른 뜻이 되기도 한다.
경남방언연구보존회가 12일 경남도 지원을 받아 상·하 2권으로 이뤄진 <경남방언사전>(사진)을 펴냈다. <경남방언사전>은 경남과 부산·울산의 방언 1만9000여개를 담고 있다. 이 사전은 경상도 방언의 특징인 성조를 모든 단어에 표시해, 발음할 때 길고 짧음뿐만 아니라 높고 낮음에 따라 뜻이 달라진다는 것을 알려주고 있다.
경상도의 독특한 생태·문화·역사 등 때문에 같은 뜻의 표준어가 없는 경남 방언도 따로 정리해뒀다. 꼬꾸람, 너불래기, 당세기, 데살이, 도배기, 머구, 방까재, 버풀, 세포리, 엉더꾸, 요롱, 윤디, 조래, 찻나락, 타르박, 풍개, 홀깨 등 글로 설명하기 어려운 방언 280여개엔 사진까지 실었다.
김정대 경남방언연구보존회장(경남대 국어국문학과 교수)은 “방언이 표준어에 밀려 점차 사라지는 것처럼, 한국어도 영어나 중국어 등 세계적으로 강력한 언어에 밀려 소멸될 수 있다는 위기감을 느껴야만 한다. 이런 차원에서 소멸 위기에 처한 내 고장 말을 모아 사전으로 펴냈다. 방언을 사랑하는 것은 한국어를 사랑하는 것과 조금도 다르지 않다”고 말했다. <경남방언사전>은 우선 비매품으로 발간돼, 대학·지방자치단체·공공기관 도서관에 비치된다.
최상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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