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식납품 문제는 예방보다 사후 조처, 학생만 골탕
지역 친환경농산물 부족한데 10% 이상 안 사면 불이익
지역 친환경농산물 부족한데 10% 이상 안 사면 불이익
대전 학교급식 제도가 곳곳에서 허점을 보이고 있다. 대전시와 시교육청이 대책을 협의하고 있으나 사후 조처에 급급한 데다 발 빠르게 대처하지 못해 학생·급식 조리종사자·납품업체들만 골탕을 먹고 있다.
18일 대전시교육청과 대전지역 학교급식 납품업계에 따르면, 16개 학교에 식재료를 납품하는 ㅇ업체가 지난 4일께 ㄷ중학교 등 5개 학교의 납품권을 포기했다. 이 업체는 ‘부득이한 이유로 일부 학교의 급식재료 납품을 포기했다. 5월부터 학교급식에서 철수하겠다’는 태도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업체가 재료를 제대로 납품하지 못하는 바람에 한 학교는 감자 미역국 대신 감잣국을 급식했다. 박아무개 ㄷ중 영양사는 “(ㅇ업체가 아침이 아니라) 오전 11시에야 점심 식재료를 공급해, 조리하는 데 애를 먹었다. 차순위 납품업체와 계약을 다시 맺고 급식하고 있다”고 했다.
시교육청은 “납품 계약을 못 지키면, 계약법에 따라 해당 학교가 문제를 보고하면 절차를 거쳐 6개월에서 2년까지 해당 업체의 입찰을 제한한다. 예방 대책은 검토하지 않고 있다”는 태도다. 시교육청 급식 관계자는 “공정거래, 균등한 기회 등을 고려해야 하므로 시교육청이 일률적으로 자격을 정해 입찰을 제한할 수는 없다. 다만 반석초의 경우처럼 학생 수가 다른 학교에 비해 많은 점을 들어 1년 이상 납품 경험이 있는 업체로 입찰 자격을 제한하면 된다”고 말했다.
지역 생산 친환경 농산물 구매 규정도 현실을 도외시한 채 일률적으로 적용하는 바람에 학교급식 납품을 왜곡하고 있으나 개선되지 않고 있다. 대전시는 학교 급식비 가운데 친환경농산물 구입 예산을 지원하고 있다. 시의 올해 지원예산은 학생 1명당 220원씩 49억4800만원이다. 시는 이 예산의 10% 이상을 지역에서 생산된 친환경 농산물을 사지 않는 학교는 불이익을 준다는 태도다.
납품업계는 독점적인 농산물 생산업체에서 문제가 발생하거나, 지역의 친환경농산물 생산량이 수요보다 적을 때는 다른 지역의 농산물로 대체하는 대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업계는 “대전 ㅅ업체는 채소류 급식재료 가운데 한 가지를 사실상 독점 공급했으나 최근 재료의 원산지 문제로 논란을 빚고 있다. 그러나 학교가 (지역 생산 친환경 농산물이 아닌) 대체 납품을 허용하지 않아 이 업체 생산품을 납품할 수밖에 없다” 주장했다.
쌀도 비슷하다. 지난해 대전지역 학교가 납품받은 쌀은 모두 2966톤이다. 이 가운데 친환경 쌀은 416톤인데, 대전의 친환경 쌀 생산량은 총 210톤에 그쳤다. 대전 ㅈ농협은 다른 지역에서 생산된 친환경 벼를 사들여 도정한 뒤 대전 친환경 쌀 몫으로 공급했다. 시 농생명산업과 최용빈 사무관은 “시교육청과 함께 대전에서 나는 친환경농산물 부족량을 품목별, 분기별로 따져보고 있다. 충남 등 인근 지역의 농산물로 대체하거나 지역 친환경농산물 구매 비율을 낮추는 등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송인걸 기자 igs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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