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 아산시 송악면 강장1·2리 주민들로 꾸려진 ‘강장리 육골즙 가공공장 설립 반대 대책위원회’가 16일 충남도청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육골즙 공장이 들어서는 강장리 상황에 관해 설명하고 있다. 최예린 기자 floye@hani.co.kr
청정 지역으로 소문난 마을에 ‘육골즙 공장’이 들어서기로 해 주민들이 크게 반발하고 있다. 주민들은 지하수를 사용하는 마을에 공장이 들어서면 ‘물 부족’에 허덕이고, 오·폐수 등으로 인해 환경오염에 시달릴 것이라고 걱정한다.
아산 송악면 강장1·2리 주민들로 꾸려진 ‘강장리 육골즙 가공공장 설립 반대 대책위원회’는 26일 충남도청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아산시는 엄청난 양의 지하수를 쓰는 육골즙 공장 승인을 철회하라”고 촉구했다. 해발 100m인 강장리는 상수도가 들어오지 않아 지하수가 유일한 생활·농업용수인 마을이다. 거의 개발되지 않아 반딧불이와 가재가 살 정도로 환경이 깨끗하다. 충남 친환경에너지 자립 마을 1호인 예꽃재도 이곳에 있다.
청정 지역인 충남 아산 송악면 강장리에서 진행 중인 생태 사업과 육골즙 공장 부지를 표시한 지도. 강장리 육골즙 가공공장 설립 반대 대책위원회 제공
송악농협이 강장리 1만485㎡ 터에 사슴 육골즙 공장의 설립 승인을 받은 것은 지난해 11월이다. 인근 평촌리에 있던 육골즙 공장을 강장리로 확장·이전하는 내용이다. 승인 한 달 만인 12월에 마을 주민들은 주민총회에서 공장 건립 사실을 통보받았다. 김경한 대책위원장은 “육골즙 공장이 들어서면 새로 지하수를 관정을 뚫어 하루 17t 이상의 용수를 사용할 계획이다. 이 지역은 늘 지하수 때문에 애를 먹는 곳이다. 지난해 여름에는 물에 흙이 섞여 나와 먹을 물이 부족했고, 농업용수로 사용하는 관정이 마르기도 한다. 물을 많이 쓰는 공장을 마을에 세우는 것은 지역 상황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결정”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주민들은 공장의 오·폐수로 인해 마을의 실개천과 지하수가 오염될 것도 우려한다. 강정1리 주민인 권세은(46)씨는 “깨끗한 청정 지역이어서 이주해 마을을 이루고 살았다. 물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이웃으로 인정받는 과정도 까다로운 지역이다. 주민 삶의 큰 영향을 미치는 공장 설립을 주민 의견수렴 없이 결정했다는 걸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고 토로했다.
공장 설립 인허가를 내준 아산시는 주민들의 주장이 기우에 불과하다는 태도다. 시는 2013년 실시한 지하수 관리계획을 보면 강정리 마을 주민들이 1년 동안 쓴 지하수의 양은 전체의 27.1%에 그쳐 공장이 들어와도 물 부족 사태는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공장에 오수관로를 설치해 지하수·하천 오염도 걱정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김정호 아산시 공장설립팀장은 “경제 활성화 차원에서 규제가 완화돼 공장 설립 신청 요건에 주민 의견수렴 근거가 없다. 공장 규모에 따라 소규모 환경영향평가를 받는 등 절차상 하자가 없다”고 말했다.
최예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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