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오후 국립광주아시아문화전당 트래블라운지에서 진행된 김신윤주(47) 작가의 ‘광주시민과 함께하는 원하트(one heart) 퀼트 퍼포먼스’에 참여한 5·18유족회 회원들이 완성한 조각보를 펼쳐 보이고 있다. 정대하 기자
“꽃을 보고 까치가 날아와.”
박순금(78)씨는 조각보 안에 한 땀 한 땀 꽃과 새를 새겼다. 청색, 노랑색, 연두색 천 위에 핀 꽃에 박씨의 눈물이 스며있다. 1980년 5월 고교 3학년이던 아들은 지금 광주시 북구 운정동 국립5·18민주묘지에 누워 있다. 그는 “아들이 못피운 꽃을 피웠으면 한다”고 말했다.
지난 29일 오후 국립광주아시아문화전당에서 진행된 김신윤주(47) 작가의 ‘광주시민과 함께하는 원하트 퀼트 퍼포먼스’에 5·18유족회 어머니 10여명이 동참했다. 이들은 침침한 눈으로 실을 꿰 촘촘하게 수를 놓으며 조각보에 문양을 새겼다. 임금단(85)씨도 아들을 보내고 살아온 37년의 ‘슬픔’을 조각보에 풀었다. “이 빨강 것은 피로 물든 광주여. 그 안에 노랑 씨를 심었어. 꽃이 피라고. 평화의 꽃이…”
세월호 유가족 김혜경(43·오른쪽)씨가 29일 세월호광주시민상주모임 회원과 함께 조각보를 완성한 뒤 들어보이고 있다.조재형 영화감독
세월호 참사 희생자 가족 김혜경(43)씨도 이날 이 곳을 찾아 작은 조각보를 완성했다. 경기 안산 단원고 2학년 5반 고 박홍래군의 어머니인 그는 조각보에 꽃 9개를 만들었다. “9명의 미수습자 가족에게 미안한 마음을 담았어요. 그 분들이 빨리 가족 품으로 돌아오길 바랍니다.” 오월 어머니들은 이날 김씨가 건네준 조각보를 받아 당신들의 ‘작품’과 맞대 연결했다. ‘세월호’와 ‘오월’은 조각보를 통해 ‘세월오월’로 이어졌다.
박순금(78)씨가 29일 세월호 유가족 어머니가 만든 조각보를 오월 어머니들이 만든 조각보를 잇기 위해 바느질을 하고 있다. 정대하 기자
29~30일까지 진행된 퍼포먼스엔 5·18단체, 세월호광주시민상주모임, 시민자유대학, ‘시민플랫폼 나들’, 광주로 회원등 70여 명이 참여했다. 친구들과 참가한 임이랑(18·고2)양은 “어둠 속에서 희망을 찾아가는 것을 표현해봤다”고 말했다. 6일부터 11일까지 트래블라운지에서 조각보 만드는 퍼포먼스가 또 한차례 이어진다. 두 차례 이어진 퍼포먼스엔 광주 고려인마을 동포들과 후원자, 노동단체 등 20여 곳과 중고교 학생, 시민 등 모두 500여 명이 참여할 것으로 보인다. 5월12일 오후 3~5시엔 이 곳에서 시민들이 만든 조각보의 뒷판마다 안감을 대 재봉틀(미싱) 작업을 퍼포먼스로 펼친다.
광주 출신으로 미국 뉴욕과 한국을 오가며 조각보를 활용해 개인이 상처를 사회적으로 치유하는 대중참여예술 작품을 활동을 해온 김신윤주 작가. 정대하 기자
김신 작가는 5월13일 오후 1시 문화전당 광장에서 조각보들을 잇고 연결하는 대동한마당 행사를 연다. 민중가수 류의남씨와 젊은 광주의 예술인들의 퍼포먼스, 광주고려인마을 어린이들의 춤 등 공연판도 마련된다. 작은 조각보는 가로 20m 세로 10~15m 정도의 큰 조각보로 재탄생한다. “자기의 (상처난) 마음을 잇고, 타인의 조각보(마음)와 손을 잡은 뒤 세상과 연결하는 겁니다. 개인의 고통은 ‘하나의 마음’이 되면서 사회적으로 치유되는 것이지요.”
29일 오후 국립광주아시아문화전당 트래블라운지에서 진행된 김신윤주(47) 작가의 ‘광주시민과 함께하는 원하트(one heart) 퀼트 퍼포먼스에 참여한 시민들이 조각보를 만들고 있다. 정대하 기자
김신 작가는 5·18전야제행사추진위원회에 5월17일 밤 옛 전남도청 건물에 시민들이 만든 큰 조각보를 늘어뜨리자는 방안을 제안했다. “역사를 마음으로 함께 보듬고, 새로운 날을 열자는 뜻이지요. 큰 보자기 뒤에서 전등불을 켜면 어떤 스테인그라스보다 아름다워요.” 2013년 뉴욕에서 대중참여예술의 대가인 수잔 레이시가 펼친 대형 퍼포먼스에 직접 참여하면서, 조각보 잇기라는 분야를 창안한 김신 작가는 ‘원하트’를 확장한 ‘제뉴인’(Genuine)이라는 프로젝트도 구상하고 있다. ‘민주·인권·평화’라는 광주정신을 중심에 두고 시리아, 아프카니스탄 등지의 아시아로 확장해 크고 긴 조각보들을 연결하는 것이다. “그렇게 완성된 큰 조각보 안쪽에 전등을 환하게 밝히면 광주가 ‘아시아의 등불’이 될 수 있지 않을까요?”
광주/정대하 기자
daeha@hani.co.kr
5·18유족회 어머니들이 29일 조각보를 완성한 뒤 펼쳐보이며 환하게 웃고 있다. 정대하 기자
29일 조각보를 만들고 있는 세월호 유가족 김혜경씨. 조재형 영화감독
29일 국립아이사문화전당 트래블라운지에 광주시민들이 만들어 걸어 놓은 조각보들.
29일 국립아시아문화전당 트래블라운지에서 조각보를 만들고 있는 청소년들. 정대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