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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대 대선 뒤 신규원전 건설은 중단될 듯

등록 2017-05-03 15:50수정 2017-05-03 17:50

【대선공약 검증】 원전
문·안·심·유는 중단 찬성, 홍 답변 거부
문·안·심·유 “원자력안전위원회 독립성, 권한 강화”
대전 원연 사용후 핵연료 실험 심 ‘백지화’, 문 ‘재검토’
탈핵희망 도보순례단이 지난 2월 서울 광화문 앞에서 천막농성을 하며 대선주자들에게 탈핵 공약을 요구하고 있다. 탈핵신문 제공
탈핵희망 도보순례단이 지난 2월 서울 광화문 앞에서 천막농성을 하며 대선주자들에게 탈핵 공약을 요구하고 있다. 탈핵신문 제공
지난달 26일은 체르노빌 원전 사고 31돌이었다. 1986년 발생한 사고로 5년 동안 7000여명이 숨지고 70만명이 치료를 받았다. 지금도 사고 현장 주변 30㎞는 ‘죽음의 땅’으로 불리며 출입이 차단된다. 2011년 3월11일 일본 후쿠시마 지진으로 또 원전 사고가 났다. 원전 안전의 신화는 무너졌고, 전 세계가 ‘탈원전’으로 방향을 틀었다.

하지만 국내 원전은 21기에서 25기로 늘었다. 지난해 12월 상업 운전을 시작한 신고리 3호기를 포함해 원전 25기가 운영 중이다. 숫자로는 세계 6위이며, 원전밀집도는 단연 세계 최고 수준이다. 고리원전 30㎞ 안에만 약 380만명이 살고 있다. 체르노빌같은 사고가 나면 돌이킬 수 없는 재앙이 불가피하다.

지난해 진도 5.8의 강진이 발생한 경북 경주 주변에만 월성과 고리원전 등 12기의 원전이 운영 중이다. 원전 안전성 문제가 이번 대선에서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19대 대선은 정부의 원전 확대 기조의 전환점이 될 수 있을까?

■ 신규·노후 원전의 앞날은? 정부는 현재 울산에 신고리 4·5·6호기와 경북 울진에 신한울 1·2호기 등 5기의 원전을 짓고 있다. 또 울진에 신한울 3·4호기와 영덕에 천지 1·2호기, 삼척 또는 영덕에 2기 등 6기를 추가로 건설할 계획이다.

‘포스트 후쿠시마 시대’에 국내 새 원전에 대한 대선 후보들의 생각은 어떨까? <한겨레>가 문재인(더불어민주당), 홍준표(자유한국당), 안철수(국민의당), 유승민(바른정당), 심상정(정의당) 등 주요 대선 후보의 공약집과 환경운동연합이 질의해 받은 각 후보의 환경분야 답변서 등을 분석했다.

문·안·심·유 후보는 ‘신규 원전 백지화’를 전면에 내세웠다. 이들이 당선되면 강원 삼척 또는 경북 영덕 원전뿐 아니라 신한울 3·4호기와 천지 1·2호기 등 6기의 새 원전 건설 계획이 모두 취소될 수 있다. 주민 투표로 원전 반대 태도를 보인 삼척(84.9%)과 영덕(91.7%)은 특히 대선 결과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하지만 지난해 6월 공사를 시작해 지금 26.7%의 공정률을 보이고 있는 ‘신고리 5·6호기 백지화’에 대해선 태도가 갈렸다. 문·안·심 후보는 공사 초기인 신고리 5·6호기도 백지화하겠다고 밝혔지만, 유 후보는 ‘건설 유보’로 한발 물러섰다. 완공을 코앞에 두고 있는 신고리 4호기(99.5%)와 신한울 1·2호기(93.6%) 처리 문제도 후보마다 셈법이 복잡하다. 심 후보는 ‘운영허가 중단과 백지화’ 태도를 보였지만, 문 후보는 ‘사회적 합의를 통한 운영 여부 결정’으로 여지를 뒀다. 안·유 후보는 언급하지 않았다.

노후원전의 수명연장 문제에 대해 문·안·심 후보는 ‘금지’를 약속했다. 유 후보도 공약집에서 ‘중수로 등 노후원전의 수명연장 원칙적 불허’라고 밝혔다. 하지만 환경운동연합 질의 답변에선 “중수로는 수명연장을 하지 않고 나머지 설계 수명 도래의 원전은 전력수급 상황을 고려해 결정하되 장기 방향은 원전 비중을 점진적으로 축소하겠다”며 모호한 태도를 보였다.

홍 후보의 공약집에는 “원전 해체기술을 확보해 경제를 살리고 안전을 챙기겠다”는 부분만 담겨 있다. 홍 후보는 환경운동연합 질의에도 답하지 않았다. 자유한국당 관계자는 “조만간 태도를 밝힐 예정”이라고 밝혔다.

윤순진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는 “이번 대선에선 원전과 기후변화 등이 주요 의제로 부상했다는 점이 상당히 인상적이다. 정도의 차이가 있지만 후보들이 탈원전 방향에 동의한 것도 고무적이다. 하지만 홍 후보가 공약집에 명확한 태도를 밝히지 않은 것은 국정을 책임지겠다는 자세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 원전 안전성 강화 방안은? 문·안·심·유 후보는 원자력안전위원회의 독립성과 권한 강화를 약속했다. 원전 안전과 규제 업무를 담당하는 원자력안전위원회는 지금 국무총리실 산하에 있다. 하지만 총리는 원전 안전과 규제와 상반되는 원자력진흥위원장도 겸임하고 있다. 원자력 규제와 진흥을 분리하도록 한 국제 기준을 어기고 있는 셈이다.

문 후보는 원자력안전위원회를 대통령 직속으로 승격시키겠다고 약속했다. 또 상임위원수를 늘리고, 원자력진흥업무를 담당한 관료 출신의 근무를 제한하기로 했다. 원전 안전관리 관련 업무의 외주 금지와 직접 고용 의무화, 원전 안전성 자료공개 의무화와 최신 기술적용 등도 약속했다.

안 후보는 원자력안전위원회의 체계를 개편하는 쇄신책을 내놨다. 또 방사능 재난에 대한 범정부적인 광역 통합관리체계를 구축하고 동남권·서남권 광역방사능 방재센터를 설치하겠다고 약속했다. 원전 사고에 대한 매뉴얼을 개정하고 수입·국내산 음식물과 산업자재의 방사능 등 오염 관리방안을 구축하겠다는 공약도 내놨다.

유 후보는 원자력안전위원회의 법적 위상을 높이고 위원장 인선과 위원 선정 조건을 강화해 원전업계로부터 독립성을 높이겠다고 약속했다. 또 원전 주변 지역 정밀 단층조사, 규모 7.5 수준 지진을 견디는 원전 내진설계 0.6g 수준 강화, 실질 비상대피계획 수립 계획도 밝혔다. 원전 밀집도 단계적 완화 계획도 밝혔다.

심 후보는 원자력안전위원회를 대통령 직속 원자력규제위원회로 격상하고 원전 안전성뿐 아니라 경제성·수용성도 심의·의결할 수 있도록 권한을 확대하겠다고 약속했다. 또 원전 주변 지역에 지역원자력규제위원회를 설립해 지방자치단체와 시민, 전문가 등의 참여를 보장하는 다중적 안전관리시스템을 구축하겠다는 계획도 공개해 눈길을 끌었다. 활성단층 지진위험지대인 월성 2·3·4호기의 조기 폐로 계획을 수립하고, 후쿠시마 등 방사능 오염지역에 대한 수입을 규제하겠다는 공약도 밝혔다.

윤순진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는 “예전에 견줘 공약이 구체적이고 개혁적인 방향으로 제시되고 있다. 다만, 공약 달성을 위한 구체적인 조직과 예산, 인력 부분은 빈 곳이 많다. 새 정부가 들어서면 전문가 참여와 사회적 공론화 과정을 거쳐 다듬을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 대전 원연 사용후핵연료 실험? 대전 한국원자력연구원(원연)이 올해 사용후핵연료를 이용한 실험을 시작하기로 했다. 사용후핵연료는 원자력 발전 등으로 타고 남은 고준위 방사성폐기물로 강한 방사선과 높은 열을 방출해 생명체에 치명적이다. 원자력연구원은 사용후핵연료를 재처리하는 파이로프로세싱(건식재처리) 실험을 하고, 재처리된 핵연료를 활용하는 쇼듐냉각고속로 시험시설 개발까지 추진할 계획이다. 시민과 환경단체는 사용후핵연료를 사용한 실험의 안정성에 문제를 제기하며 실험 중단을 주장해왔다.

문 후보는 파이로프로세싱 재검토를 공약했고, 심 후보는 실험 중단과 함께 사용후핵연료 재처리 자체를 금지하겠다고 나섰다. 두 후보는 지난달 14일 탈핵 현안 지역 주민들과 정책협약을 하고 파이로프로세싱 실험 계획을 재검토하겠다고 약속하기도 했다. 안 후보는 고준위핵폐기물 관리 계획을 재검토하겠다고 약속했지만, 파이로프로세싱 실험은 언급하지 않았다. 유·홍 후보는 사용후핵연료 문제와 관련해 어떤 언급도 하지 않았다.

조용준 대전환경운동연합 팀장은 “대전 원자력연구원 문제는 탈핵 이슈에서도 소외됐었다. 문·심 후보가 관심을 갖고 공약한 것은 고무적이다. 하지만 재검토를 넘어 실험 계획을 백지화해야 한다. 문 후보의 재검토는 아쉽다”고 말했다.

■ 탈원전 에너지 전환은 언제? 홍 후보를 뺀 나머지 후보들은 원칙적으로 탈원전 에너지 전환에 찬성했다. 특히 심 후보는 탈핵에너지전환특별법을 제정해 2040년까지 모든 원전을 단계적으로 폐쇄하겠다고 밝히는 등 의욕을 보였다. 문 후보는 40년후(2057년)를 원전 제로 시점으로 밝혔다. 안 후보는 탈핵에너지 전환 계획 수립을 밝혔지만 구체적인 시기는 명시하지 않았다. 유 후보도 “탈핵 시점은 불확실성이 높아 예단하기 어렵고 원전에 대한 실현 가능한 대안을 고려해 점진적으로 에너지 전환 계획을 수립하겠다”고만 밝혔다.

양이원영 환경운동연합 처장은 “19대 대선에선 후보마다 탈핵이라는 시대 변화를 공약에 대체로 잘 반영하고 있다. 심 후보가 가장 적극적인 공약을 제시했고, 보수 후보로 평가되고 있는 유 후보도 탈원전과 재생에너지 확대 방침은 분명했다. 문·안 후보는 큰 차이가 없어 보이는데 문 후보 공약이 전반적으로 좀 더 상세한 편”이라고 평가했다. 박수혁 최예린 기자 psh@hani.co.kr

경북 울진에 있는 한울 원전. 국내에 25기의 원전이 운영 중이며, 현재 5기가 건설 중이고 6기가 추가 건설될 계획이다. 한국수력원자력 제공
경북 울진에 있는 한울 원전. 국내에 25기의 원전이 운영 중이며, 현재 5기가 건설 중이고 6기가 추가 건설될 계획이다. 한국수력원자력 제공

탈핵희망 도보순례단이 지난 2월 서울 광화문 앞에서 천막농성을 하며 대선주자들에게 탈핵 공약을 요구하고 있다. 탈핵신문 제공
탈핵희망 도보순례단이 지난 2월 서울 광화문 앞에서 천막농성을 하며 대선주자들에게 탈핵 공약을 요구하고 있다. 탈핵신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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