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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표소 찾은 강정마을 주민들 “구상권 철회, 10년 고통 해결”

등록 2017-05-09 11:19수정 2017-05-09 12:03

“제주해군기지 진상조사하고 사면복권 추진해야”
제주해군기지 반대투쟁을 벌이다 지난해 34억4800만원의 구상권 청구소송을 당한 서귀포시 강정마을 주민들이 9일 오전 강정마을 의례회관에 마련된 투표소에서 투표하고 있다. 허호준 기자
제주해군기지 반대투쟁을 벌이다 지난해 34억4800만원의 구상권 청구소송을 당한 서귀포시 강정마을 주민들이 9일 오전 강정마을 의례회관에 마련된 투표소에서 투표하고 있다. 허호준 기자
10년 동안 제주해군기지 반대투쟁을 벌여온 서귀포시 강정마을 의례회관에는 9일 아침 일찍부터 주민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의례회관 입구에는 ‘생명평화 강정마을’이라고 적힌 빛바랜 노란 깃발이 비바람에 펄럭였다. 평소보다 기운이 뚝 떨어져 잔뜩 움츠린 채로 우산을 받쳐 들거나 오토바이나 승용차를 타고 온 사람들이 눈에 띄었다. 나뭇가지가 크게 흔들릴 정도로 바람이 세찼지만, 만 10년 동안 고통을 겪어온 주민들은 새 대통령에게 거는 기대도 남달랐다.

이날 오전 8시30분께 투표를 마치고 나오던 문상철(55)씨는 “주민들은 다 같은 마음이라고 생각한다. 정부가 주민과 마을회 등을 상대로 내건 거액의 구상권 청구소송을 철회하고, 마을 공동체 회복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며 “이명박·박근혜 정권 때처럼 주민들을 무시하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강아무개(65)씨는 “해군기지 때문에 주민들이 원수가 됐다. 해결해 줄 후보한테 투표했다. 새 대통령이 풀어줘야 한다”는 바람을 나타냈고, 안진욱(73)씨는 “이런 주민 갈등을 해결해줘야 하고, 정치를 잘해야 한다”고 말했다.

어머니를 모시고 투표소에 온 고성림(57)씨는 “구상권 철회가 먼저다. 미국 구축함이 들어올 수도 있다는 뉴스를 봤는데 그렇게 해서는 안 된다”며 “주민들이 서로 싸우지 않도록 하고, 갈등의 골을 깊게 해서는 안 된다. 서로 어우러져서 살아갈 수 있도록 새 대통령이 잘 해주기를 바란다”고 당부했다. 밭일을 가기 전에 왔다는 홍아무개(62)씨도 ‘구상권 청구소송 철회’를 먼저 꺼낸 뒤 “해군기지 건설과정의 옳고 그름을 밝히기 위한 진상조사를 해야 하지 않겠나”라고 했다.

자신이 비정규직이라고 밝힌 홍아무개(21)씨는 “처음으로 투표했다. 구상권 청구소송을 철회해야 마을이 평화로울 것 같다. 적은 돈이 아니지 않느냐”고 말한 뒤 “군복무기간 단축 공약을 내건 후보에 대해 친구들과 얘기를 많이 했다”며 웃었다.

투표소 앞에서 인증샷을 찍은 오창화(43)씨는 “제주도가 난개발돼 제주도다운 모습이 사라졌다. 관광객들도 제주도만의 특색이 없어지고 있다고 말하고 있다. 옛 모습을 찾을 수 있게 복구해야 한다”며 “환경문제에 신경 쓰는 후보를 선택했다”고 말했다. 강아무개(72·여)씨는 “우리 마을 어려움을 알지 않느냐. 마을주민들이 어려운데, 도와주면 얼마나 좋겠나”라고 했다.

강정마을에 산 지 5년이 됐다는 김학구(44)씨는 “상식적인 세상이 됐으면 좋겠다는 염원을 투표에 담았다. 마을 공동체 회복이 우선돼야 하고, 구상권 청구소송이 철회돼야 한다”며 “해군기지 건설과정에 대해 진상규명을 해야 한다. 10년 동안 고통을 겪은 마을주민의 명예회복도 필요하다”고 밝혔다.

고권일 강정마을회 부회장은 “마을의 많은 현안 가운데 구상권 청구소송 등을 전례가 되지 않도록 확실히 철회하고, 국책사업을 추진할 때 주민 갈등을 최소화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제주해군기지 문제를 덮고 지나가지 말고 진상조사를 해서 사면복권 등을 추진해야 국민과 함께 가는 정부가 될 것이다”며 “제주도의 군사기지화에 대한 우려를 해소해 평화의 섬으로 만들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허호준 기자 hojo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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