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시 도담동 제2투표소, 원주민·이주민 어울려 투표
후보마다 행정수도 원안 건설 공약, 선거 관심 높아져
후보마다 행정수도 원안 건설 공약, 선거 관심 높아져
9일 오전 세종시 밀마루복지마을 1층의 도담동 제2투표소에는 차분한 분위기 속에 시민의 발길이 이어졌다. 이 투표소는 옛 연기군 주민들이 많이 사는 도램마을 7, 8단지를 관할해 원주민인 장년·노년층과 정부 부처 등에 근무하는 젊은 이주민들이 조화를 이뤘다. 투표를 마친 시민들은 “세종시가 애초 계획대로 행정수도가 돼야 한다”고 한목소리를 냈다.
김창제(71·전 연기 남면 이장단협의회 총무)씨는 “헌재의 행정수도 위헌 결정을 보고 원주민들이 사수 결의대회를 한 게 엊그제 같은데 벌써 10여년이 지났다. 행정수도는 사실상 천도라고 여겨 받아들였다”고 회고했다. 그는 “품앗이하며 살던 옛 시절이 그립기도 하지만 나라가 흥하고 자식들이 잘살기 바라면서 문전옥답을 내놓은 것을 후회하지 않는다. 세종시가 행정수도로 거듭나길 바란다”고 말했다. 강명환(72·옛 연기군 금남면 용포리 태생)씨는 “후보들이 모두 세종시를 행정수도로 건설하겠다고 공약해 부담 없이 투표했다. 행정의 효율성과 비용, 유연성, 긴급성 등을 고려하면 언젠가 청와대와 국회가 내려와야 한다”고 밝혔다. 2살 난 아이, 남편과 함께 투표를 마친 서지연(36·2016년 서울서 이주)씨는 “아이가 잘사는 나라를 만들어줄 후보에게 투표했다. 세종시는 행정수도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주거환경은 너무 좋은데 대중교통이 불편하고, 원주민과 어울리기가 쉽지 않다. 원주민과 이주민이 소통하는 프로그램이 있으면 좋겠다”고 제안했다.
“언니, 난 동면 가야 혀. 여기가 아니랴.” 이상균(77)씨는 주소가 세종시 동면이어서 이곳에서 투표할 수 없다는 말을 듣고는 동행한 김길순(81)씨의 소매를 끌고 옛 거주지로 향했다. 그는 “옛날에도 살기 좋았지만 지금 아파트에서 사는 게 더 좋다. 그래도 심심풀이로 상추라도 갈고 싶은데 땅이 없다”고 아쉬워했다.
이 투표소에 등록된 시민은 3200여명이며 이 가운데 1천여명이 사전 투표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진숙(58) 선거관리위원은 “후보들이 행정수도 원안 건설을 공약하면서 세종시의 사전 투표율이 전국 최고를 기록했다. 정치에 관심이 높아 지역 전체 투표율은 전국 평균치를 웃돌 것”이라고 말했다.
세종/송인걸 기자 igsong@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