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충남 아산에서 열린 청소년인권토론회 ‘100수다’에서 한 학교 밖 청소년이 의견을 발표하고 있다. 충남청소년진흥원 제공
“안녕하세요. 학교 밖 청소년입니다. 학교 안 청소년과 학교 밖 청소년은 다른가요?”
16일 오후 충남 아산 교육연수원 대강의실, 마이크를 잡은 가람이(17·가명)는 학교 밖 청소년의 불편을 발표했다. 가람이는 학교를 그만두고 충남청소년지원센터 꿈드림에 다닌다. 가람이는 “재학생으로 자격을 제한하는 공모전이 많아 포기하는 경우가 많다. 자격을 제한하지 않아도 학교, 학년, 반, 번호를 쓰게 돼 있다”고 말했다. 초·중등·대학생으로 나뉘어 있으면 난감하다고도 했다. ‘하위 영역으로 내라’는 답변을 들으면 좌절감을 느낀다고 하소연했다. 대강의실에 있던 또래 청소년들이 “맞아요”라고 거들었다.
학교밖 청소년들은 인터넷에서도 불편을 겪고 있다. 누리집 회원이 되려면 학교를 선택해야 하기 때문이다. 학교 안 친구들과 함께 신청하려다 포기한 일도 허다하다고 했다. 가람이는 “대한민국의 모든 청소년들이 학교에 다니는 것은 아니다. 신청서에 ‘학교 밖 청소년’란을 만들어 달라”고 말했다. 청소년들이 일제히 “고쳐 주세요”라고 외쳤다.
이날 행사는 청소년이 상상한 ‘충남의 내일’을 주제로 충남청소년진흥원(원장 장기수)이 열었다. 청소년상담복지센터, 청소년쉼터, 아동청소년그룹홈 등 청소년단체 5곳의 청소년과 지도자 등 100명이 참석했다. 이들은 화이트보드에 하고 싶은 말을 써서 들었다. 이미원 충남청소년진흥원 상담복지센터장이 지명하면 주장을 밝혔다. 발표가 끝나면 다른 참가자가 이야기를 이어가는 방식으로 토론이 진행됐다.
가람이가 밝힌 ‘학교 밖 청소년 처우 개선’ 의견은 만장일치로 건의사항에 채택됐다. 이에 덧붙여 학생증은 할인 혜택이 많은데 청소년증은 혜택이 적은 점도 개선할 문제라는 의견도 나왔다. 아예 청소년증으로 학생증을 대신하자는 주장도 적지 않았다.
아동청소년그룹홈의 청소년특별회의 위원장 이혜진(23·단국대 4년)씨는 “편의점 등에서 일하는 청소년들 가운데 최저시급을 받지 못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며 개선을 요구했다. 이씨는 “청소년이라고 노동을 착취하고 무시해서는 안된다”고 주장해 박수를 받았다. 천안청소년쉼터 이준호(18·가명)군은 가출 청소년에 대한 사회적 시선, 인식이 바뀌면 좋겠다는 의견을 냈다. 학교 밖 청소년의 수시특별전형 지원제, 정신·지적장애 보호시설 개선 발표도 공감이 컸다.
청소년들은 동고동락하는 지도사들의 발표에도 박수를 보냈다. 박주영 서산시청소년상담복지센터장은 “청소년들이 주말과 휴일에도 학원에 다니느라 쉴 새가 없다. 휴일에는 학원도 쉬는 ‘학원휴일휴무제’를 법제화하자”고 주장해 아이돌 그룹 수준의 갈채를 받기도 했다. 토론회에는 김연·운지상 도의원 등도 참석했다. 김석필 충남도 여성가족정책관은 “의견들을 도정에 반영하겠다. 이 토론회가 청소년 인권의 중요성을 널리 알리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송인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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