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 당진시가 세계관개시설물 유산 등재를 추진하는 합덕제의 석축과 수로 모습. 당진시 제공
충남 당진 합덕제가 세계관개시설물 유산으로 지정될까.
당진시는 19일 시청에서 관개배수 전문가 자문회의를 열었다. 이 회의는 이봉훈 국제관개배수위원회 부회장, 성정용 충북대 교수 등 10명이 참석했다. 이 부회장 등은 합덕제의 역사적 가치 등을 검토했다.
당진시는 다음 달 국제관계배수위원회(ICID, International Commission on Irrigation and Drainage)에 합덕제를 세계관계시설물 유산으로 올려달라고 신청할 계획이다. 등재 여부는 국제관계배수위원회가 심사해 10월께 결정한다.
합덕제는 조선시대 3대 방죽 가운데 하나다. 당진 합덕읍 성동리 일대 23만9652㎡ 규모에, 저수 면적은 175만㎡로 소들평야(합덕평야)에 농수를 공급했다. 1962년 농촌개발촉진법에 따라 김아무개씨 등이 수리조합원 권리를 매입해 매립해 지금은 1771m 길이의 제방과 수문만 남았다. 제방에는 개수 기록을 새긴 조선시대 중수비 5점이 남아있으며, 일제 강점기에 현재의 석축으로 보수했다.
이 제방은 선조의 과학 지식과 물을 배분한 지혜를 엿볼 수 있다. 직선거리는 1000m에 불과한데 제방 길이가 1771m에 달하는 것은 들쭉날쭉한 곡선 모양으로 축조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곡선의 제방이 수압을 효율적으로 분산시켰고, 창합수문(창리·합덕으로 물을 공급하는 수문) 등 8개의 수문을 두고 지역별로 농수를 공급해 물 다툼을 최소화했다고 분석했다.
이 지역은 아산만권 등 서해와 내포 곡창지대를 잇는 관문이어서 보급을 하려면 반드시 차지해야 하는 전략 요충지였다. 합덕제는 930년대 후백제 견훤이 왕건과 결전을 앞두고 군마에게 물을 먹이기 위해 면천·순성에서 내려오는 석우천을 막았다는 옛이야기가 전해온다. 남광현 당진시 문화재팀장은 “934년 견훤과 왕건이 이 지역의 운주성에서 전투했다는 기록이 실재한다”고 했다.
김홍장 당진시장은 “합덕이라는 지명은 주민이 마음을 모아 저수지를 쌓았다는 ‘합덕적심’에서 유래했다고 하고 60년대 말까지 바닷물 역류를 막는 보막이 품앗이도 전해진다. 합덕제는 당진·홍성의 역사를 상징하는 사적으로 평가해야 한다는 의미를 담아 세계관개시설물 유산 등재를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세계관개시설물 유산은 세계 96개 나라가 가입해 있는 국제관개배수위원회가 역사적·예술적·사회적 가치가 높은 관개시설물 보호를 위해 지정하며 국내에서는 수원 축만제, 전북 김제 벽골제가 등재됐다.
송인걸 기자
igsong@hani.co.kr
당진 합덕제는 제방을 곡선으로 축조해 수압을 분산시켰다. 62년 매립돼 저수지는 농경지가 됐으나 제방과 수문은 남아있다. 당진시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