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 담담
광주시학교밖청소년지원센터장·시민활동가 상상에 상상이 더해졌다. '시민정치 페스티벌’이 20~21일 금남로에서 열렸다. 지난 몇 달간 함께 상상하고 토론한 시민정치 페스티벌은 시민들의 아이디어들이 모여 피운 꽃이었다. “시민들이 정치를 가지고 놀면서 친해지면 좋겠다”는 생각, “5·18의 상징과도 같은 ‘민족민주대성회’를 ‘광주시민총회’로 재현하자”는 생각 등을 하나로 연결해 축제의 밑그림을 그렸다. 계엄군이 물러가고 광주가 해방과 자치를 맞이한 5월21일 ‘광주시민의 날’과 가장 잘 어울리는 페스티벌이고, 가장 광주다운 축제가 될 수 있다는 시민들의 제안에 광주시의회와 광주시가 흔쾌히 호응했다. 역시 광주였다. 공동 협업으로 티에프위원회와 기획단을 구성한 뒤 모든 과정을 시민들이 이끌고 행정은 지원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시민정치 페스티벌은 시민총회 전에 100여개의 마을과 단체가 참여하는 풀뿌리 민회를 여는 것부터 시작됐다. 민회란 시민들이 날 것의 목소리로 정치를 이야기하는 자리였다. ‘시민플랫폼 나들’이라는 단체가 주최한 민회에서 시민총회 조례를 만들자고 제안했다. 1년에 한 차례는 마을·회사·단체 등에 민회를 열어 모두에게 필요한 정책이나 사업을 제안하고, 그 제안을 시민총회를 통해 토론하고 결정하면, 최대한 행정과 의회가 이를 존중하고 실행하자는 의견이었다. 시민총회 마무리 순서로 시장과 시의회 의장, 구청장들이 단상에 올라 협약서에 서명을 했다. 시민총회의 제안을 성실하게 이행하자는 약속이었다. 앞으로 시민총회가 더 진화됐으면 좋겠다. ‘시민총회 지원단-민회 지원단’을 구성해 제안을 다듬고 현실성을 높이는 숙의 과정을 진행하고, 민회의 제안을 늘 토론할 수 있는 온라인 플랫폼을 만들자. 투표 기능을 넣어 일정 수 이상의 지지를 받은 제안만 시민총회에서 다루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그리고, ‘시민참여예산제도’를 연계해 시민총회의 정치적 효능감을 확보하는 것도 중요하다. 실제로 스페인의 마드리드시는 온라인 플랫폼인 ‘디사이드 마드리드’를 통해 이러한 과정을 진행 중이다. 이번 시민정치페스티벌엔 전국에서 우수한 정책으로 소문난 기관 28곳을 초대해 시민정책마켓도 열었다. '정책을 바꾸면 삶이 바뀐다'는 것이 주제였다. 시민정책 마켓은 한국 사회가 진보-보수를 넘어 혁신적인 모델이 갈수록 영향력을 키워가고 있음을 확인할 기회였다. 특별히 시민활동가, 시-구의회 의원, 공무원과 연구자 등 정책을 직접 다루는 사람들이 많은 자극을 받았다. 시민정책마켓을 통해 곳곳에 혁신의 바람이 불어올 것이라는 기대가 생겼다. 시민총회가 끝난 뒤 <임을 위한 행진곡>을 부르며 눈물이 났다. 광주라서 가능한 민주주의 축제였다. ‘시민정치’로 불리는 시민들의 적극적인 정치참여는 지역에 에너지와 활력을 불어넣고 역동적인 변화를 만든다는 확신이 들었다. 건강하고 똑똑하고 자신감 넘치는 시민은 지배하기 어렵다. 그래서 독재자들은 시민들을 무기력하게 만드는 많은 장치를 고안해낸다. 촛불항쟁과 대선을 거치면서 시민들은 자신감을 많이 회복했다. 물오른 자부심과 에너지를 어떻게 사용하면 정치를 건강하게 바꿀 수 있을까? 1년 앞으로 다가온 지방선거에서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어느 당의 누가 시장, 교육감이 되느냐보다 더 중요한 것은 ‘시민정치’ 활성화의 성공 여부다. 그래서 올해 첫발을 내디딘 시민정치페스티벌은 지금부터가 진짜 시작이다. 시민들이 뜻을 모아 기획단을 구성하고, 학교-일터-마을에서 도시 전체까지 민주주의가 작동하도록 한 판 축제를 만들어가자. 시민들이 정치를 놀이처럼 생각하며 축제에 참여한 경험을 지역정치 체계에도 접목하는 것을 상상만 해도 즐겁다. 지역에 민감한 현안이 생겼을 때 풀뿌리 민회를 통해 의견을 모아 시와 시의회에 전달하는 구조도 상상해볼 수 있지 않을까? 시민정치의 생활화를 통해 다시는 돌이킬 수 없는 민주주의 시대를 만들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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