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정부지법 “질병 등 사유로 부적당 판단” 신청 기각
장애인단체 “명백한 차별…돈없는 장애인은 어쩌라고”
장애인단체 “명백한 차별…돈없는 장애인은 어쩌라고”
법원이 사회봉사 이행에 필요한 신체적 능력이 없다는 이유로 장애인이 낸 ‘벌금 대체 사회봉사’ 신청을 기각해 논란이 일고 있다. 장애인들은 정부와 지자체가 겉으로는 장애인 일자리를 만든다면서 장애인이 봉사활동은 하지 못할 것이라고 단정하는 건 모순적인 태도라고 비판한다.
4일 의정부장애인차별철폐연대의 설명과 의정부지법의 결정문을 살펴보면, 의정부지법 형사8단독 김기현 부장판사는 지난달 11일 김용란(51) 의정부장애인차별철폐연대 집행위원장 등 중증장애인 3명이 검찰을 통해 청구한 사회봉사허가를 기각했다. 법원은 사회봉사허가 기각 이유로 “벌금 미납자의 사회봉사 집행에 관한 특례법(벌금미납자법) 제6조 2항에 의한 것”이라고 밝혔다. 지법 관계자는 “질병이나 그 밖의 사유로 사회봉사를 이행하기에 부적당하다고 판단되는 경우에 해당돼 기각이 결정됐다”고 설명했다.
앞서 김 위원장 등 장애인 3명은 공무집행방해 등의 혐의로 기소돼 지난 2월24일 서울고법 항소심에서 각각 90만∼280만원의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이들은 2015년 6월 장애인 활동보조 예산 삭감 등 의정부시의 장애인 복지정책에 항의하며 사흘간 의정부시장실 점거 농성을 벌인 바 있다.
김 위원장 등은 상고 포기로 300만원 이하의 벌금형이 확정되자, 벌금미납자법에 따라 벌금을 대신해 사회봉사를 받겠다고 청구했다. 이 제도는 경제적인 이유로 벌금을 낼 수 없는 사람의 노역장 구금을 최소화하기 위해 2009년부터 시행됐다. 장애인 권리와 차별철폐 목소리를 내온 장애인단체들은 그동안 권리확보 투쟁 과정에서 벌금형을 받으면 후원금 모금 등을 통해 내거나 연체해왔다.
김 위원장은 “장애인 중에는 수입이 일정치 않고 기초생활보장 수급자가 많아 대부분 벌금을 낼 형편이 되지 않는다. 장애인의 상태를 보지도 않고 아무 것도 할 수 없을 것이라고 판단하는 것은 부당하고 명백한 차별”이라고 말했다. 그는 “복지관이나 양로원 등에서 책 읽어드리기 등 몸이 불편해도 할 수 있는 봉사활동은 얼마든지 있다. 벌금을 내지 못하면 구금을 당해야 하는데 구치소에 장애인 편의시설이나 활동보조인도 없는 실정”이라고 법원 결정을 비판했다. 김 위원장은 지난달 말 기각 결정문을 받은 뒤 즉각 항고하는 한편,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도 냈다.
경기장애우권익연구소 소장인 최정규 변호사는 “벌금 미납자법은 질병을 직접적인 불허가 사유로 기재하고 있을 뿐 장애를 직접 열거하고 있지는 않다. 법원이 장애인은 무조건 사회봉사 이행에 필요한 신체적 능력이 없다는 전제 아래 이러한 신청을 기각한 것은 장애인 차별 행위로 해석될 여지가 크다”고 말했다.
박경만 기자 mani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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