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년 퇴임 강연을 앞둔 지난달 30일 학생들 앞에서 고별 강연을 하는 인하대 정치외교학과 김용호 교수
평생 정당을 연구해온 원로 정치학자 김용호 인하대 교수가 오는 8월 정년을 앞두고 지난달 30일 고별 강연에서 “지구당의 폐해에 대해 광장이 많은 발표를 했는데 이 때문에 2004년 정치개혁 과정에서 정당의 풀뿌리 조직인 지구당이 폐지됐다”며 “이는 나의 실수”라고 밝혔다. 김 교수는 이날 강연에서 정치학자로서 지난 30년간 정당연구를 한 자신을 돌아보면 조그만 성과에 큰 실수가 있었다며 이렇게 회상했다. 그는 자신이 정당연구만 평생 하게 된 배경과 인생 2막 포부도 밝혔다.
김 교수는 “권위주의 세력들이 정당을 통제수단으로 만들기 위해 만들었다. 지구당을 운영하려면 월 2천만원이 들어가고 연간 1억 이상 들어가기 때문에 지구당을 폐지해야 한다고 수없이 주장했는데 이렇게 갑자기 지당을 폐지할 줄은 몰랐다”고 말했다. 그는 지구당이 없어져 일반 유권자를, 국민을 상대할 정당의 풀뿌리 조직이 없다 보니 정당과 정치인들이 신문·방송 등 미디어와 시민단체의 눈치를 보게 됐다며 정당의 지구당 조직 부활을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했다.
가장 자부심을 느끼는 것은 정치학 연구에 참여관찰 방법론을 도입한 것을 꼽았다. 김 교수는 그는 “우리나라 정치학자들이 미국의 이론만 가지고 한국 정치 상황을 분석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보고 한국의 정치현장에서 무슨 일이 나고 어떻게 움직이는가를 데이터로 만들어 자료화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다”며 “이것이 참여관찰방법론을 도입한 계기”라고 설명했다. 그는 1996년과 2000년 국회의원 선거 때는 참여관찰방법을 도입해 분석했고, 한국정당학회 회장으로 있었던 2004년 국회의원 선거 때는 전국의 정치학자들과 함께 참여관찰을 통해 당시 선거를 분석하여 학계와 정치계의 주목을 받게 되는 등 대박을 터뜨렸다. 지난해 4월 총선 때는 학생 30명을 총선 현장에 투입해 관찰한 보고서를 책으로 만들어 화재가 되기도 했다.
김 교수는 왜 정치학자가 됐는지도 털어놨다. 행정고시를 통한 관료의 길과 대학원에 진학해 정치학자의 길을 놓고 많은 고민 하다 정치학자의 길을 선택했다는 그는 다니던 대학의 교수님들을 보고 나도 공부하면 교수님들 처럼될 것이라는 생각과 시골에서 오랫동안 초등학교 교장을 하신 할아버지의 영향 때문이었다고 전했다. 정치학의 여러 분야 중에서 정당연구를 하게 된 배경도 설명했다. 미국 유학 중 박사 논문을 쓰는 과정에서 거시적인 정치체제보다는 정치제도와 정치행위자 연구와 같은 미시적인 입장에서 하는 것이 좋겠다는 지도교수의 조언 때문이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같은 권위주의 정당인 멕시코의 ‘제도 혁명당’은 40년간 패권주의 정당이 되었는데 한국의 민주공화당은 왜 패권주의 정당이 되지 못했는가를 비교 분석하여 박사학위를 받았다. 그는 1989년 귀국하여 ‘공부는 혼자 하는 것이지만 훌륭한 학자가 되기 위해서는 동료가 많아야 한다'는 모토에 따라 정당연구회를 조직했으며, 지금은 정치학회에서 가장 자랑스러운 학회가 됐다고 했다.
그는 중국에서 살겠다는 인생 2막도 밝혔다. 그 배경은 21세기의 키워드는 두 가지며 하나는 차이나이고 하나는 아이티라고 생각했다. 중국 부상은 우리에게도 엄청난 도전이며, (중국은) 정치 사회 문화 등 모든 분야에서 막강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그는 “13억 인구의 중국과 경쟁하려면 우리나라 5천만이 모두 중국 전문가되어야한다”며 “세상이 엄청나게 변화할 것이고, 가장 속도가 빠른 나라가 중국을 것이며 변화의 중심인 중국에 가서 어떻게 움직이는 가를 관찰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강연을 마무리하며 학생들에게 “제가 겪은 인생 제1막에서 갈길을 모를 때에도 주변에서 길을 가르쳐 준 사람이 있었기 때문에 지금의 제가 있었다”며 “주의에 어떤 사람이 있는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인하대 김용호 교수가 정년 퇴임 고별 강연을 한 뒤 후배 교수, 학생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서울대와 미국 펜실베이니아대를 졸업한 김 교수는 외교안보연구원과 한림대를 거쳐 2002년 2월 인하대로 옮긴 뒤 사회과학대학장 겸 행정대학원장, 한국정치학회장, 중앙선거방송토론위원회 위원 등을 역임했고, 현재도 중앙선거관리위원, 외교부 정책 자문위원 등으로 활동하고 있다. 그는 2011년부터 올해 초까지 매년 방학을 이용해 인하대 학생들을 인솔해 캄보디아 등에서 봉사활동을 해왔으며, 올해 5월 인하대에서 자랑스러운 스승으로 뽑히기도 했다. 정일섭 인하대 사회과학대학장은 “교수의 역할을 교육, 연구, 사회봉사라고 하는데 김 교수님은 세 가지 모두 성공적인 교수생활을 하신 분으로 기억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 교수의 퇴임 강연에는 정 학장 등 동료 교수와 제자, 학생 등 300여명이 참석했다. 김영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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