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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전국일반

천사여, 지역대학을 돌아보라!

등록 2017-06-28 15:30수정 2017-06-28 21:28

이야기 담담
은우근
광주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이 칼럼의 제목은 미국 소설가 토마스 울프의 소설 <천사여 고향을 돌아보라>에서 차용했다. 38살 요절한 그는 <그대 다시는 고향에 못가리>라는 소설에서 부동산 투기라는 추악한 욕망으로 황폐해진 대공황기 지역의 현실을 적나라하게 그렸다.

우리 지역 대학에도 교육 자본가들의 ‘뒤틀린 욕망’이 작동한다. 지난 19일 서남대학교 옛 재단이사회가 전격적으로 서남대학교의 폐교를 신청했다. 호남 사학비리의 화신으로 여겨지는 이홍하가 이 대학 설립자이다. 그는 교비 330억원을 횡령해 징역 9년 6개월을 선고받고 복역 중이다. 대학 구성원, 임시 이사회, 남원 시의회, 전북 국회의원들까지도 서남대 정상화를 주장하고, 정상화 실현 가능성이 보이는 마당에 폐교를 선택한 배경은 무엇일까? 대학 정상화가 이홍하 일족의 대학 지배권을 보장하지 않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또 ‘문재인 표’ 교육 개혁의 시동이 걸리기 전에 빨리 폐교를 확정 지어 폐교 자산을 사유화하려는 얄팍한 계산을 했을지도 모른다.

교육 자본가들은 학생등록금, 자치단체와 국가의 각종 지원을 통해 편법과 불법으로 불린 대학 자산을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다. 그들은 지역사회의 발전이나 교수, 직원들의 앞날에는 관심이 없다. 이 대목에서 조선대학교의 ‘철권 지배자’였던 박철웅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유신독재자 박정희의 광적인 예찬자였던 그는 민립대학으로 출범한 조선대학교를 사유화하고 상상을 초월하는 야만적 권력자로 행세했다. 그의 횡포에 대한 믿기 어려운 일화들이 많다.

세한대학교(옛 대불대)와 목포과학대학 설립자 이경수 일가의 부정·비리도 큰 문제가 되었다. 설립자와 그의 장남은 대학비리 때문에 징역형을 받았지만, 장남은 현재 세한대학교 총장이다. 차남은 목포과학대 총장 시절의 부정으로 전남도의회 의장 재임 중 법정구속 되었다. 이들 대학에서는 부정을 비판한 교수협의회 교수들에 대한 끈질긴 보복이 이루어졌다.

광주여자대학교 또한 재단 설립자가 이사장으로 재직 중 큰아들은 총장, 두 아들과 며느리들은 각각 교수와 학교 직원으로, 나중에는 사위들까지 법인 사무국장으로 임용하여 일가 지배를 확립했다. 2012년 거액의 교비 횡령과 공사 리베이트 수수, 교비를 자신의 가사도우미 급여로 지급해 총장이 구속됐지만, 전업주부였던 총장 부인이 그 이듬해 이사로 취임, 이후 이사장에 이어 총장이 됐다.

이같은 사례는 황폐해진 지역 대학 현실의 극히 일부만을 요약한 것으로, 언급하지 않은 대학도 유사한 일들이 많다. 대학의 지배자들은 부정·비리를 수시로 저지르면서도 구조조정, 경영합리화의 미명하에 교수·연구자들의 노동을 착취, 수탈해 학문과 교육 생태계를 파괴했다. 그들은 일방적이고 경직된 기준으로 교수와 교직원들을 평가하지만, 대학 구성원들로부터 평가받지 않는다. 대학 내에서 제도화된 견제와 감시 장치는 거의 없거나 작동하지 않는다.

중앙권력을 바꾼 촛불 혁명은 이제 일상의 정상화, 즉 지역과 삶의 구체적 현장에서 적폐 청산과 민주주의의 실현으로 나아가야 한다. 지역 대학의 문제는 교육부와 해당 대학 또는 사학재단과 학생, 교수, 학부모들 사이의 문제만은 아니다. 지역 대학을 바로 세우는 것은 지역사회에 희망을 불어넣는 것이다. 부패한 교육 자본가들에게 지식인들이 굴종을 강요당할 때 학문과 교육이 발전할 수 없다. 지식인들이 정당한 처우를 받고, 양심에 따라 가르치며 독립적으로 연구하는 자유를 보장받을 때 대학은 대학다운 모습을 회복해 민주주의와 학문의 발전에 기여할 것이다.

그래서 지역의 교수연구자들이 용기를 내 광주·전남교수연구자연합을 창립했다. 부패한 대학 지배자들의 추악한 욕망이 지역을 황폐화하는 것을 저지하고 민주주의의 구체화를 위해 힘을 모으고자 한다. 따라서 호소한다. 천사여, 지역 대학을 돌아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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