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부여 정림사지박물관에서 개막하는 충청현대한국화초대전에 출품된 작품들. 김진수 ‘잃어버린 시간 회상’, 김철완 ‘부여 유적지’, 김기성 ‘산성을 거닐며’, 임진성 ‘백화정’, 이종필 ‘백제의 노래’, 박석신 ‘작품 2017-56’.(왼쪽 위부터 시계 방향) 충청현대한국화회 제공
“정림사지 석탑 그림자가 길게 드리우고 부소산 소나무숲의 어둠이 짙어질 때 백마강에 비친 낙화암은 그 얼마나 아름다운지…”
옛 사비 백제의 수도인 부여의 유적과 풍경을 그린 한국화전이 8일 충남 부여 정림사지박물관 전시실에서 열린다. 30일까지 계속되는 이 전시회는 백제역사유적지구 세계유산 등재 2주년을 맞아 부여에서 활동하는 한국화가를 중심으로 대전 등 충청권은 물론 서울, 전라지역 작가 등 64명이 참여해 부여의 풍경을 담은 작품들이 선보인다.
한국화의 대가인 조평휘 선생을 비롯해 권경태, 김진수, 박능생, 박미숙, 박홍순, 백남흥, 정황래, 이종필, 박석신, 임진성씨 등 초대작가 34명의 작품은 기품이 살아난다. 푸르름이 건강한 소나무 가지, 백마강의 물결, 기와의 이끼, 거친 낙화암의 주름에도 백제의 기개와 유려한 선이 담겼다.
김기성 회장과 김동옥, 이영옥, 민현옥, 정월규, 서양미, 손현미, 허임순씨 등 충청현대한국화회 회원 30명의 작품은 부여군민들의 손때묻은 부소산성길, 백마강, 궁남지, 백로, 평범하지만 잘생긴 소나무 등 부여 곳곳을 들여다 보듯 섬세하게 담아냈다. 한국화가들 답게 작품 대부분은 한지에 먹으로 그렸다. 이용우 부여군수는 “작품 한 점 한 점이 실경산수를 뛰어넘는다. 백제의 느낌과 작가의 내면이 반영된 진경산수”라고 평가했다.
한국화로 만나는 부여백제유산 특별전에 초대받은 작가들이 지난달 11일 부여 부소산성에서 백마강을 스케치하고 있다. 이번 기획전은 백제역사유적지구 세계유산 등재 2주년을 기념해 열렸다. 충청현대한국화회 제공
작가들은 지난달 10~11일 1박 2일 동안 부여를 방문해 문화유산인 왕릉·부소산성·나성·정림사지에서 직접 스케치해 작품을 완성했다. 이번 전시를 총괄 기획한 김기성 충청현대한국화회 회장은 “백제는 1천여 년 전 왕조이므로 유적·유물이 많지 않지만, 산하와 사람은 남았다. 부여는 옛 왕궁터에 지금도 사람이 살고 장이 서는 삶의 터전이라는 점이 여타 옛 수도와 다른 매력”이라고 설명했다.
이 초대전에는 ‘한국전통촉장전’도 함께 열린다. 흔히 족자라고 부르는 촉장 기능보유자 김귀두 선생이 최고 품질의 촉장을 제공하고 작가 16명이 작품을 그려 전시한다. 한시, 실경산수, 화초, 소나무, 누드, 조류 등 자유로운 주제의 다양한 작품이 전시회를 보는 재미를 더한다.
이종필 목원대 교수는 “작가들이 역사를 이야기하고 자신의 감성을 담아 백제를 스케치했다. 자주 다니지만 정확하게 살피지 않았던 백제의 고도를 들여다보는 즐거움도 좋았다. 이번 전시회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된 백제의 옛 수도 부여를 널리 알리는 데 도움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송인걸 기자
igsong@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