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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전국일반

시민공동정부 상상

등록 2017-07-12 15:17수정 2017-07-12 21:32

이야기 담담
이민철
광주시학교밖청소년지원센터장

어린 시절, 어머니는 “제 앞가림은 하고 살아야지, 남 해코지하면 못 쓴다”며 늘상 말씀하셨다. 어느 날 생각해보니 삶이라는 게 그 정도만 하고 살아도 훌륭하다 싶고, 지금 하는 교육운동도 그 범주를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아침에 버스를 타고 출근하다가 문득, 스스로 할 힘이 약하니 다른 힘에 휘둘리고, 서로를 돌보지 않으니 스스로 설 힘이 약해지는 것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서로를 돌보고 서로를 의지해 자기를 세워가는 수밖에 없는데, 우리 사회는 혼자 잘나가는 독립과 각자도생을 끊임없이 주문한다. 그 결과 소수의 비뚤어진 승자와 다수의 패배자 모두 건강한 자립에서 멀어져 있다.

나는 각자도생의 반대말이 ‘연대’ 또는 ‘협치’라고 생각한다. 광주의 사회복지 현장 단체들은 최근 연대망을 다시 촘촘하게 짜는 중이다. 1만8천여 명의 사회복지 종사자들과 15만여 명의 이용자가 함께 행복한 길이 무엇인지 토론 중이다. 청소년 현장에서도 자기 앞마당만 보던 시야를 점점 넓혀가고 있다. 언젠가 복지연대 토론을 하다가 행정의 칸막이만 문제가 아니라 복지현장의 칸막이도 큰 문제라는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다. 서로를 돌보는 힘이 약하니 현장의 힘이 약해지고, 결국은 행정이라는 외부의 힘에 휘둘리게 된다.

이는 사회복지 현장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협치는 대등한 힘과 힘이 협의하고 협력하는 테이블에서만 제대로 작동하고 지속 가능하다. 소위 괜찮은 자치단체장이 협치를 강조하는 지자체에서도 행정의 횡포를 이야기하는 사례들이 적지 않다. 권력의 빛이 비치는 곳은 협치가 작동하는 반면 권력의 그늘에선 ‘미묘한 갑질‘이 여전히 작동하기 때문이다.

시민사회와 행정, 의회가 협치를 해가려면 무엇보다도 시민사회의 자치역량이 많이 커져야 한다. 어린이와 청소년, 청년과 여성, 장애인과 어르신들이 행복한 도시를 만들기 위해 어떤 비전과 단계별 전략을 가지고 있는지, 현장의 활동가들이 비전을 충분히 공유하고 열정에 차 있는지를 점검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환경·교통·에너지·문화·교육·사회적 경제·마을자치 등 도시의 다양한 의제들을 시민단체와 중간지원조직, 마을 활동가들이 대안을 가지고 움직이고 있는지도 살펴볼 때가 되었다. 몇몇 활동가들이 현장의 비전과 전략을 모아서 2018년 지방선거 정책집을 만들자고 움직이고 있는데, 소수 몇 사람의 작업이 아닌 시민사회 전체의 힘과 비전을 키우는 과정으로 진행되면 좋겠다.

광주는 협치 역량을 키울 수 있는 중요한 원형을 가지고 있는 도시다. 80년 5월이 바로 대표적인 역사의 원형이다. 원형은 계속해서 영감을 주고 우리가 어떤 길로 가야 할지 방향을 알려준다. 옛 전남도청 앞 분수대 주변에 펼쳐졌던 민족민주대성회는 2017년 5월 금남로시민정치페스티벌에서 마을민회와 시민총회로 복권을 시작했다. 가능성을 확인하고 기본 틀이 만들어졌으니 이제 매년 잘 다듬고 키워가면 ‘민주주의 광주’의 좋은 모델이 될 것이다. 또 하나의 중요한 원형이 있다. 80년 5월21일, 시민군이 계엄군을 몰아내고 7일간의 해방, 시민의 완전한 자치를 이룬 사건이 바로 그것이다. 촛불이 나라를 다시 만들고 있는 지금, 원형에서 얻은 협치의 상상력을 바탕으로 ‘시민자치공화국’의 복권을 본격적으로 논의할 때다.

마침 최근 들어 2018년 지방자치선거에서 시민공동정부를 만들자는 이야기가 오고 간다. 공동정부는 협치의 다른 이름인데, 협치의 주체인 자치단체장과 의회, 시민사회를 시민이 주체적으로 재구성하자는 제안이다. 시민을 받드는 대의민주주의를 제대로 구현하는 길이고, 도시를 운영하는 주체들의 협력을 통해 광주가 직면한 많은 문제를 혁신적으로 해결하는 길이라고 생각한다. 정치주체들의 변화와 시민들의 혁신적 도전이 관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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