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전국 전국일반

국가보안법 위반 누명 70대 30여년만에 무죄

등록 2017-07-18 17:41수정 2017-07-18 17:41

제주지법, 징역 7년 간첩죄 재심사건에서 무죄선고
수사당국 불법구금·가혹행위 등 인정
제주에서 불법구금돼 고문 끝에 간첩이 돼 옥살이까지 한 70대가 30여년만에 누명을 벗었다.

제주지방법원 제2형사부(제갈창 부장판사)는 18일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징역 7년을 선고받은 강아무개(77·제주시)씨의 재심 선고 공판에서 무죄를 선고했다. 강씨는 62년 5월 일본으로 밀항해 당시 일본에 있는 친척들의 도움으로 노동을 하면서 17년을 지내다 79년 7월 일본 경찰에 불법체류자로 적발돼 고향으로 돌아왔다. 제주경찰서는 그해 8월 강씨를 간첩 활동을 했다며 체포해 65일 동안 불법구금하고 가혹행위를 하면서 조사를 벌였으나 혐의가 없자 풀어줬다.

그 뒤 별탈 없이 제주에서 생활하던 강씨는 86년 1월 이번에는 보안대 수사관들에게 영장없이 체포됐다. 이번에는 귀국 이후 5년5개월 동안 간첩활동을 했다는 이유에서다. 강씨는 보안대에서 53일에 걸친 불법 구금과 고문에 못이겨 간첩활동을 했다고 자백했다. 당시 검찰이 밝힌 강씨의 혐의 내용에는 강씨가 북한과 재일조선인총연합회(조총련)의 지시를 받고 지인들과 같이 다녔던 제주시 탑동해안의 매립지 공사 시행청과 공사면적이나 도로변에 보이는 군부대 명칭과 임무, 입항신고를 한 경찰초소에 배치된 인력수를 물어보았다는 것이다. 또 민방위교육에 참석해 교육내용을 관찰하고, 강씨가 가입한 민정당 당원에게 지구당위원장과 당원수를 물어보았다는 내용도 포함돼 있다.

강씨는 86년 5월 유죄를 인정받아 징역 7년에 자격정지 7년을 선고받았고, 같은 해 8월 항소심에서도 기각돼 형의 확정됐다. 91년 5월 출소한 강씨는 “당시 공소사실을 인정하는 진술을 했으나 수사기관의 고문과 장기간의 불법 구금 등 가혹행위에 따른 것으로 간첩행위를 한 사실이 없다”며 2013년 4월 재심 청구를 했다. 법원은 지난해 8월 재심 개시를 결정했다.

재판부는 “강씨가 임의동행이 이뤄진 86년 1월24일께 보안부대 수사관들에 의해 영장 없이 체포된 후 86년 2월26일 구속영장이 발부될 때까지 불법으로 구금돼 있었고, 당시 외부와의 접견이 가능했다거나 변호사의 조력을 받을 수 있었다는 흔적이 없다”며 “과거 보안부대 소속 수사관들로부터 조사를 받을 당시 장기간 불법구금 상태에서 가혹행위 등에 의해 임의성 없는 진술을 했다”고 밝혔다.

86년 보안대에서 강씨의 혐의에 대해 참고인 진술을 받은 김아무개씨 등 4명의 지인들은 재심사건 증인으로 출석해 “당시 보안대가 거짓으로 조서를 작성해 서명하라고 하였고, 제가 거짓으로 작성한 조서를 찢어버리자 수사관들로부터 구타를 당하고 다리도 찍히는 등 고문을 당했다”, “5일 동안 잠도 안 재웠다. 정신이 없었다. 보안대에서 협박 받고 구타받아서 없는 말도 끄집어내서 한다”고 경험을 털어놓기도 했다.

재심사건을 담당한 이명춘 변호사는 “그동안은 이런 사건의 경우 증거능력의 유무 등을 따졌으나 이 사건에서는 이 정도의 국가기밀이라는 것은 외부에 오래 있다가 온 사람이 당연히 궁금해서 물어볼 수 있는 사안이라고 판단했다. 증거 부족 등 기술적으로 무죄로 판결한게 아니라 내용 자체가 간첩이 아니다라는 취지의 판결로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허호준 기자 hojoon@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전국 많이 보는 기사

대전 초등생 살해 교사 “어떤 아이든 상관없이 같이 죽으려 했다” 1.

대전 초등생 살해 교사 “어떤 아이든 상관없이 같이 죽으려 했다”

HDC신라면세점 대표가 롤렉스 밀반입하다 걸려…법정구속 2.

HDC신라면세점 대표가 롤렉스 밀반입하다 걸려…법정구속

“하늘여행 떠난 하늘아 행복하렴”…교문 앞에 쌓인 작별 편지들 3.

“하늘여행 떠난 하늘아 행복하렴”…교문 앞에 쌓인 작별 편지들

대전 초교서 8살 학생 흉기에 숨져…40대 교사 “내가 그랬다” 4.

대전 초교서 8살 학생 흉기에 숨져…40대 교사 “내가 그랬다”

살해 교사 “마지막 하교하는 아이 유인…누구든 같이 죽을 생각” 5.

살해 교사 “마지막 하교하는 아이 유인…누구든 같이 죽을 생각”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