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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전국일반

도시재생, 인권이 우선되어야

등록 2017-07-19 15:21수정 2017-07-19 21:28

이야기 담담
정은영
광양 공감#22 마을문화기획자

시내에서 멀지 않은 풍광 좋은 곳에 길고 긴 세월 동안 대를 이어 조용히 살아온 자연마을이 있다. 어떤 연유로 마을 언덕의 커다란 토지가 잘게 나뉘어 도시 사람들에게 팔렸다. 다시 웃돈을 얹어 되파는 사람도 있었다. 그곳에 멋진 집을 지어 내놓는 사람도 있었다. 주인이 자주 바뀔수록 땅값이 오르고 마을에 활기가 넘치는 듯 보였다. 집들도 늘어나고 오래전 젊은이들이 떠나 적막하던 마을이 다시 살아나는 듯했다. 그러나 땅값이 오르자 땅을 팔아 대도시에 사는 자식들 아파트 살 돈을 대는 일이 빈번해졌다. 대대로 땅에 엎드려 땅을 일구며 평온히 살아오던 마을 노인들의 삶에 금이 가기 시작했다. 자식들 위해 판 땅은 오래지 않아 더 많이 올랐다. 새 주인과 옛 주인 간의 위화감도 차츰 생겨났다. 긴 시간 유지해온 공동체에 그림자가 짙어져 갔다.

시내 주변이 개발되면서 아파트들이 들어서고, 아파트 앞에는 상가들이 줄줄이 생겨났다. 전통적으로 오랫동안 시내 중심 상권을 형성했던 상가들은 하나둘씩 도시의 중심공간을 떠나갔다. 사람들이 향유했던 도심의 문화는 이제 도시를 떠나지 못한 기성세대들의 말속에만 무성할 뿐 도심의 공간을 채우던 숱한 기억과 기록들은 사라져 버렸다. 도심의 낯익은 콘크리트 벽돌담 골목골목을 한없이 지켜줄 것 같았던 불빛들도 하나둘 꺼져 사라지고 있다.

도시의 변화는 산업화 시기엔 ‘개발’로, 개발 이후엔 ‘도시재생’이라는 이름으로 진행된다. 특히 지방의 중소도시로 갈수록 ‘개발’과 ‘도시재생’이 함께 발을 맞춰 급하게 이뤄진다. 이 과정에서 ‘도시재생’은 ‘개발’의 또 다른 이름에 불과하다. 도시 주변에 ‘신재생 목질계 바이오매스 발전소’가 들어온다고 하더라도 실제로는 ‘화력발전소’일 뿐이라고 하는 것과 같은 논리다.

이 과정에서 사람들의 삶 중심이 아닌 그럴듯한 시각화가 우선하고, 공간 중심이 아닌 자본 중심의 개발이 이뤄지기에 십상이다. 대대로 뿌리를 내리고 살던 원주민은 갈 곳을 잃어버리고, 일률적인 유명 프랜차이즈가 공간을 빠르게 장악하며 이익을 추구하는 현상이 나타난다. 다양성을 상징하는 예술가들조차 자신의 작품보다 대도시 공장에서 받아 온 저가의 상품을 두루뭉술 내어놓고 팔아 더 많은 이익을 엿보기도 한다.

유네스코와 유엔 해비타트는 도시권, 즉 모든 시민거주자가 누릴 수 있는 권리를 위해 네 가지를 제안하고 있다. 이를 요약하면, “첫째, 지방 민주주의와 도시 거버넌스. 좋은 도시 거버넌스는 도시에서 빈곤과 불평등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된다. 둘째, 도시에서 배제되는 소외된 집단에 대한 사회적 포용. 셋째, 도시의 문화적 다양성과 종교적 자유. 넷째, 도시 서비스에 대한 권리.”이다.

‘도시재생’은 지역민이 주도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국가로부터 예산을 받아 진행하는 행정주도 사업이다. 행정이 주도하면 사업의 방향과 속도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재개발처럼 순식간에 모든 주민이 바뀌어 버린다거나 재생된 도시의 집값과 임대료 상승으로 오히려 기존 주민들이 일상생활을 영위하기 불편해진다면 사업은 애초 취지를 벗어나게 된다. 마을은 본래의 정체성을 잃어버리고 만다. 긴 시간 뿌리내려 살아온 주민들의 ‘인권’ 또한 심각하게 침해당할 수밖에 없다. 도시의 공간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삶이 갑자기 해체되지 않고 지속 가능할 수 있으려면 적응 가능한 속도로 변화가 일어나야 한다.

새 정부의 ‘도시재생 뉴딜 사업’이 본격화하면서 벌써 단독주택 가격이 들썩이고 있다. 아무리 청사진이 좋더라도 2013년부터 시행된 도시재생의 성공사례를 찾아보기 어렵다는 점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지방정부는 이럴 때일수록 경제 논리만 앞세우지 말고 시민의 도시권 확보와 시민참여 방안을 찾아야 한다. 도시재생, 인권이 우선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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