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이야기 담담
전남대 건축학부 교수 올여름 도시가 무척이나 뜨겁다. 한낮에는 30도를 웃도는 햇볕 아래 바깥활동을 자제하라는 재난문자를 받는 날이 많다. 그런데도 오존파괴, 열섬현상과 같은 근본적인 환경문제를 거론하는 사람들은 많지 않다. 단지 매년 이맘때쯤이면, 매스컴에서 이야기하는 더위·가뭄·홍수에 관한 소식을 반복적으로 접하곤 한다. 그럴 때마다 곧 지나가는 것이 열대야고, 잠깐 참으면 되는 것이 여름 더위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서늘해지면, 무척이나 더웠던 지난날을 잊고 선선한 가을에 빠져든다. 계절의 변화와 반복과 다른 것이 도시이다. 도시는 일시적인 현상으로 탈바꿈되어서는 안 되고, 지속적으로 변화하는 과정을 고민해야 한다. 그중에서 제일 중요하고, 연구자로서 가장 먼저 살펴보는 것은 ‘우리’, 사람이다. 도시에 사는 우리는 서로 매우 다른 환경을 가지고 있으며, 누리고 있기 때문이다. 초고령화 사회를 걱정하며 노인복지정책을 말하지만, 도시 속 고령자나 초고령자들이 어디에 주로 분포해 있고, 그들이 어떠한 환경 속에서 살고 있는지를 이야기하는 사람은 그다지 없는 것 같다. 저출산을 우려하며 출산장려 정책을 만들고 고민하지만, 마땅한 보육시설이 없어서 젊은 부부들이 헤매고 있는 것이 도시 안의 사회적인 문제가 되고 있다. 이러한 사회적인 문제와 더불어 같이 생각해야 하는 심각한 도시적인 문제도 있다. 도시 안에는 초고령자가 유독 많이 거주하고 있는 지역이 있으며, 저소득층이 다른 지역과는 달리 밀집해 있는 지역도 있다. 반대로 신세대 부부들이 거주하는 지역과 선호하는 지역도 있고, 고소득층이 주로 사는 좋은 자연환경을 가진 지역도 있다. 이런 모든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서 알 수 있는 것이 집값이다. 공시지가나 아파트 실거래가를 볼 수 있는 누리집에 들어가 ‘우리 집은 얼마나 올랐나?’를 언제든 검색해보는 편리한 시스템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한 시스템 때문에 도시에 대한 면밀한 분석도 가능해졌다. 이런 분석을 통해서 미래도시의 방향을 설정하는 방법도 달라져야 한다. “그 동네는 환경이 지저분하고 살기가 불편해”라는 선입견으로 정책과 개발을 수립하던 70~80년대의 철거 재개발과 같은 방법이 반복되어서는 안 된다. 당연히 저렴한 값으로 매입해 보상하는 방식이 개발에 훨씬 용이하겠지만 쉽다고 남발해서는 도시의 미래가 더욱 어두워질 수 있다. 우리는 개발도시가 아니라 환경 도시로 만들어야 한다. 도시개발은 일시적인 현상으로 지나가는 더위를 해결하는 냉방기가 아니라 은근히 불어오는 자연 바람과 같은 그런 도시를 꿈꿀 수는 없을까? 오늘날 우리의 미래도시를 그릴 수 있고, 정량적 판단을 할 수 있는 시스템이 너무나 많이 구축돼 있다. 구축된 시스템을 활용해야 하고, 정확한 진단을 통해 삶의 터전을 만들고 그려야 한다. 도시 속 건축물 또한 그렇다. 50~60년 이상 노후화된 건축물이 밀집한 지역도 있다. 그곳에는 오랜 시간 동안 지켜오고, 지켜졌던 역사적 건축물이 있고, 그와는 반대로 오랜 시간 동안 묵묵히 그 자리에서 함께하는 건축물, 누군가의 지속적인 개선을 통해서 서 있는 건축물, 반대로 개선의 여지 없이 방치된 건축물이 공존하고 있다. 그런 것들의 집합체가 도시 속 블록, 동, 구로 확산돼 있기도 하다. 그것을 지켜야 하는 논리, 방법, 관리에 이르기까지 철저한 논의를 통해서 결정되어야 할 것이다. 도시를 너무 거창하게 들여다보고, 꿈꾸지 않았으면 좋겠다. 면밀하게 도시 다시 보기를 해야 한다. 오래된 것이 나쁜 것도 아니고, 새로운 것이 반드시 좋은 것 또한 아니다. 어떤 것이 우리에게 가장 좋은 것인지 정량적 판단을 해보고 새로운 옷으로 바꿀지, 잘 수선해서 입어야 할지를 고민해야 하는 시기이다. 우리가 사는 도시라는 용기의 크기는 정해져 있다. 진지하게 고민해보자! 물론 함께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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