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영길(40) 개성고 교사는 17일 논란 속에 열린 ‘아펙 바로알기 수업’에서 “총체적 관점을 끊임없이 추구해 세계시민으로서 자기 삶의 주체가 되도록 노력하자”고 학생들에게 말했다. 부산/최상원 기자 csw@hani.co.kr
“성장 기회” “선진국 잔치” 학생들 활발한 찬반 토론
“부산 아펙 정상회의 의장은 누구죠?” “부시요.” “부시가 뭐야, 부시님이지.” “왜 부시 미국 대통령이 의장이라고 생각하죠?” “제일 힘이 센 나라 대통령이잖아요.” “여러분! 부산 아펙 정상회의의 의장은 우리 학교 53회 선배님이신 노무현 대통령입니다.” “이야, 정말이요?” 17일 오후 3시30분 부산 개성고(옛 부산상고) 1학년 2반 교실에서는 교사와 학생들 사이에 이런 대화가 오갔다.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아펙 바로알기 수업’이 처음으로 17일 개성고에서 이 학교 차영길(40) 교사의 지도로 열렸다. 차 교사는 학생들에게 미리 아펙에 대해 인터넷 등에서 알아오게 한 뒤, 부산시의 아펙 홍보자료와 ‘아펙 반대 부시 반대 국민행동’의 반아펙 자료를 각각 1장씩 학생들에게 나눠주고 수업을 진행했다. “요즘 우리 학교 체육관을 경찰 아저씨들이 숙박시설로 사용하고 있어서 학생들이 이용하지 못하고 있는데, 어떻게 생각해요?” 차 교사의 질문에 “무서워요” “불쌍해요” “불편해요” 등 다양한 대답이 튀어나왔다. 아펙에 대한 학생들의 생각도 “부산이 크게 성장할 수 있는 좋은 기회”, “남북통일을 향해 한걸음 더 나갈 수 있는 계기”라는 찬성론과 “경제협력이라는 원래 목적이 테러와 안보 중심으로 변질됐고 환경문제를 외면한다” “선진국은 더 잘살게 되고 후진국은 더 못살게 만드는 회의”라는 반대론이 팽팽하게 맞섰다. 차 교사는 “부산에서 아펙 행사가 열리고 있는데 정작 이 곳 학생들조차 아펙에 대해 제대로 몰라 바로알기 수업을 하게 됐다”며 “세계화를 거역할 수 없는 상황에서 학생들이 건강한 세계시민으로 자라나 자기 삶의 주체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수업을 준비했다”고 말했다. “혹시 문제가 되지나 않을까”하는 걱정을 안고 수업을 지켜보던 부산시교육청, 전교조 부산지부 등의 참관인들도 학생들의 높은 호응 속에 수업이 끝나자 모두 환한 미소를 지으며 교실을 떠났다. 박태동 개성고 교장은 “고민을 하지 않았던 것은 아니지만 부산에서 열리는 국가행사에 대해 학생들이 올바르게 이해하는 것이 옳다고 생각해 아펙 바로알기 수업을 허락했다”며 “편향되지 않으면서도 매우 바람직하고 시의적절한 수업이었다”고 말했다. 차 교사가 칠판에 ‘APEC’라고 써놓고 ‘아펙’이라고 읽자, 학생들은 “에이펙이 맞아요”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차 교사는 “오늘은 학생들이 원하는대로 ‘에이펙’이라 하겠지만, 아펙이 맞는지, 에이펙이 맞는지 다음 시간까지 스스로 알아보고 오세요”라며 숙제를 냈다. 부산/최상원 기자 csw@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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