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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전국일반

호남학의 진흥을 기대하며

등록 2017-08-23 15:28수정 2017-08-23 19:31

박학래
군산대 역사철학부 교수

한국학의 중핵을 이루는 분야 중 하나인 ‘지역학’에 대한 관심이 보다 구체화하고 있는 느낌이다. 1990년대 초 ‘서울학’을 시작으로 본격화해 해당 지역명과 ‘학’(學)이 결합한 형태로 우리에게 다가선 지역학은 관련 서적의 발간은 물론 다양한 형태의 시민강좌, 문화행사 등을 통해 대중들과 만나고 있다. 또 지역 문화사업 및 관광산업과의 발전적 연계도 도모하고 있다.

호남에서도 일찍부터 지역의 역사와 문화, 그리고 각종 문화유산에 대한 관심을 높여 왔다. 비록 1990년대 들어 서울학을 필두로 한 지역학이 관심의 대상이 되었지만, 호남에서는 이미 1960년대부터 몇몇 선배 학자들의 노력에 힘입어 호남학과 관련한 대학부설 연구기관이 설립됐고, 지역의 역사와 문화에 대한 학문적 관심을 제기하면서 초보적이나마 관련 자료의 수집과 연구가 시도됐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이러한 연구는 체계화·집적화하지 못한 채 일부 학자들에 의해 분산적으로 진행되는 등 호남학은 그 명맥만을 유지해 오고 있었다.

호남학의 침체와 타 지역에서 이뤄지는 지역학의 활성화를 지켜보면서 10여년 전부터 호남의 문화적 기반을 현재화할 수 있는 종합적인 학술문화기관을 설립해 호남의 역사와 문화의 집산·연구·활용 등을 구체화해야 한다는 생각이 제기됐고, 우여곡절을 거쳐 올해 5월에 ‘한국학 호남진흥원’ 설립이 확정됐다. 최근 전남도의회에서 동 기관의 설립과 지원에 관한 조례가 발의되는 등 설립을 위한 행보가 구체화하고 있어 호남의 지역민은 물론 한국학 연구자들의 기대가 높아지고 있다.

‘한국학 호남진흥원’은 애초 호남권 단체장협의회 안건으로 상정돼 전남, 전북, 광주가 공동으로 추진할 상생사업이었다. 하지만 전북에서 자체적으로 추진한 ‘호남실학원’과 사업 성격이 겹치고, 예산 분담과 입지 선정 등에서 이견이 있다는 이유로 이 사업의 불참을 통보함에 따라 전남과 광주만의 ‘한국학 호남진흥원’ 추진이 진행됐다. 이후 전북에서 추진한 ‘호남실학원’ 건립은 해당 기초자치단체의 반대에 부딪혀 흐지부지 설립 추진이 중단됐다. 지금은 그 사업을 추진했다는 사실조차도 기억하는 사람이 많지 않을 정도다.

‘한국학 호남진흥원’은 그 설립만 확정됐을 뿐 향후 해결해야 할 문제가 산적한 상태이다. 경북 안동의 ‘한국국학진흥원’을 벤치마킹하려는 시도가 진행되고 있다는 전언이 있기는 하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명증한 성과를 이뤄내기 위해서는 한국학 및 호남학 관련 연구자·전문가들과 함께 체계적인 사전작업을 진행해야 할 필요가 있다. 호남학의 중추기관을 설립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체계적인 운영을 위한 사전작업이 충분히 준비돼야만 설립취지에 부합하는 구체적인 성과를 이끌 수 있다. 그래야 호남학 뿐만 아니라 한국학의 발전을 견인하는 핵심기관으로서 한국학 호남진흥원이 자리를 잡을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한국학 호남진흥원’에서 감당할 내용적 범위가 호남의 전 지역이라는 점을 고려해, 온전한 호남학의 진흥을 위해 설립 추진 과정에서 이견으로 불참한 전북의 참여를 대승적 차원에서 재고할 필요가 있다. 애초 이 기관의 설립과 운영이 호남 지자체 간의 상생사업이었음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또 호남의 특정 지역을 제외한 호남학은 성립할 수 없으며, 미래지향적인 호남학을 이끌기 위해서는 호남의 화합을 기초로 이 기관이 설립·운영돼야 한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 역사 속에서 확인되는 호남의 정신 중 하나가 ‘소통과 개방을 통한 포용성’이었다는 점을 다시 한 번 알린다. 최근 충청권의 충남, 충북, 대전, 세종 등 자치단체가 화합해 8000여억원(국비 3400여억원) 규모의 재원이 투입되는 충청유교문화권 관광개발사업을 진행하고 있다는 점도 참고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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