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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녀학교는 인생학교…인생을 배웠어요”

등록 2017-08-27 12:51수정 2017-08-27 22:57

26일 한수풀해녀학교 졸업식…10년간 530여명 배출
매주 비행기 타고 오고, 제주로 이주해 다니는 열의도
“해녀학교는 치유와 재충전의 기회”…“해녀 삶 이해도”
제주 한수풀해녀학교 학생들이 제주시 한림읍 귀덕2리 바다에서 물질을 배우고 있다. 한수풀해녀학교 제공
제주 한수풀해녀학교 학생들이 제주시 한림읍 귀덕2리 바다에서 물질을 배우고 있다. 한수풀해녀학교 제공
“해녀학교 수업기간은 나의 인생에서 색다른 경험이었어요.“

정규환(43·제주대병원 의사)씨의 얼굴에 환한 미소가 퍼졌다. 지난 26일 제주시 한림읍 귀덕2리 바다는 분주했다. 바다에서는 일일 해녀체험을 하는 이들이 강사의 지도 아래 해녀 물질을 체험하고 있었고, 어촌계가 마련한 천막에서는 해녀들과 일반인들이 섞여 잔치국수를 먹고 있었다.

올해로 3회째를 맞는‘ 제주 한수풀해녀학교 바당축제’다. 해마다 해녀학교(입문반)를 졸업하는 이들이 물질운동회를 열고, 해녀야시장과 플리마켓, 콘서트를 겸해 졸업식까지 하는 마을축제다. 지난 5월13일부터 매주 토요일마다 16주 동안 이어진 해녀학교 과정을 끝낸 이들의 표정은 모두 들떠 있었다. 올해 10기째를 배출한 한수풀해녀학교는 51명이 입학해 이날 42명이 졸업장을 손에 쥐었다. 해녀학교 과정을 다닌 이들은 사연도 다양하다. 해녀가 되고 싶다는 이들부터 인생의 탈출구나 힐링을 위해 다닌 이들도 있고, 해녀 문화를 이해하고 싶다는 이들도 있다.

제주 한수풀해녀학교 학생들이 제주시 한림읍 귀덕2리 바다에서 물질을 배우고 있다. 한수풀해녀학교 제공
제주 한수풀해녀학교 학생들이 제주시 한림읍 귀덕2리 바다에서 물질을 배우고 있다. 한수풀해녀학교 제공
지난해 3월 제주로 이주한 정씨는 애초 부부가 입학하려고 했으나 부부 중 한명만 입학할 수 있다는 규정에 따라 아내의 권유로 먼저 입학했다. 정씨는 “심적으로 힘든 시기가 있었는데 해녀학교가 인생의 큰 전환점이 됐다”며 “수업시간을 기다리다 보면 일주일이 감쪽같이 지나고 마음이 설레었다”며 밝게 웃었다. 그는 “병원에서 해녀들이 물질하다 숨지는 기사를 접하면서 해녀관련 책이나 기사를 보았지만 해녀의 삶을 이해하는 데 한계가 있었는데 해녀학교를 통해 해녀들의 삶을 조금이나마 이해하게 됐다”고 말했다. 경기 고양시 일산에서 매주 비행기를 타고 와 수업에 참여한 유주형(51)씨에게 해녀학교는 탈출구였다. 두 번을 제외한 14번을 비행기를 타고 다녔다. 바다를 좋아해 스킨스쿠버 강사 자격증도 있다는 유씨는 “해녀의 삶을 그린 영화 <숨비소리>를 보고 남자도 물질할 수 있을까 생각하던 중에 해녀학교 모집소식을 알게 돼 응시했다”며 합격하자마자 16주간의 비행기 티켓을 예매하는 열의를 보였다. 유씨는 “28년 동안 병원 원무과에서 근무하면서 쌓인 피로를 해소할 수 있는 재충전의 기회가 됐다. 직접 체험해보니 해녀 일이 정말 힘든 직업이라는 걸 알게 됐다”고 말했다.

26일 제주시 한림읍 귀덕2리 바다에서 일반인들이 일일 해녀체험을 하고 있다. 허호준 기자
26일 제주시 한림읍 귀덕2리 바다에서 일반인들이 일일 해녀체험을 하고 있다. 허호준 기자
서울 출신인 전지연(36)씨는 “제주도에서 직장을 구하자마자 해녀학교 문을 두드렸다”며 “처음엔 물에 들어가는 게 무서웠지만 3개월 정도 하다 보니 재미있었고 보람도 있었다. 퇴직하면 해녀가 되고 싶다”는 희망을 내비쳤다. 지난해 6월 제주살이를 시작한 박선희(38)씨는 재수 끝에 입학했다. 박씨는 “지난해에는 지원했다가 떨어졌는데 올해는 운 좋게 합격해 다닐 수 있었다. 수영은 웬만큼 하는데 해녀들이 물건을 채취하기 위해 바닷속으로 들어가는 ‘덕 다이빙’(수직입수)은 어려웠다. 올해 목표가 해녀학교 입학과 졸업이었는데 해냈다”며 웃었다.

제주 한수풀해녀학교 학생이 해녀(왼쪽)와 함께 해산물을 채취하는 과정을 배우고 있다. 한수풀해녀학교 제공
제주 한수풀해녀학교 학생이 해녀(왼쪽)와 함께 해산물을 채취하는 과정을 배우고 있다. 한수풀해녀학교 제공
지난해 3월 물질을 할 수 있어서 제주로 이주했다는 김현지(33)씨는 ‘그냥’ 해녀가 되고 싶다. 별다른 이유가 없다. 처음에는 도심지에 살았으나 해녀가 되려면 어촌계에 가입해야 한다는 사실을 알고 어촌계가 있는 지역으로 거처를 옮겼다. 스스로 열정이 넘친다고 말한 김씨는 “해녀 할머니들한테 커피도 대접하고 하면서 친해져 어촌계장과 해녀회장의 추천을 받고 입학했다. 해녀학교 과정을 통해 이해가 깊어졌다. 해녀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해녀학교에 들어가는 이들 가운데 상당수는 해녀가 되고 싶어하지만 직업인으로서의 해녀가 되는 길은 매우 드물다. 어촌계 가입 조건이 매우 까다롭기 때문이다. 제주도 내 바다에서 해산물을 함부로 채취할 수도 없다. 하지만 해녀와 해녀 문화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제주 한수풀해녀학교에서 강사로 활동하는 해녀가 학생들을 보내며 아쉬워 물속에서 손을 흔들고 있다. 한수풀해녀학교 제공
제주 한수풀해녀학교에서 강사로 활동하는 해녀가 학생들을 보내며 아쉬워 물속에서 손을 흔들고 있다. 한수풀해녀학교 제공
이지선(35)씨는 해녀학교를 다니려고 아예 4개월 동안 서울에서 제주도로 이주한 경우다. 이씨는 “서울 생활에 지쳐갈 즈음 새로운 일을 찾아 힐링하고 싶어 해녀학교 문을 두드렸다”며 “해녀 사회는 경쟁사회와 다르다. 낙오되는 사람이 없이 서로 보듬어주는 해녀들의 집단문화가 너무나 매력적이다”고 엄지손가락을 치켜들었다. 이씨는 “애초 해녀학교가 끝나면 올라가려고 했는데 한 달 더 연장했다. 제주에 눌러앉을지 서울로 올라갈지 반반이다”고 말했다. 귀덕2리 어촌계장이자 해녀학교장인 이학출(60)씨는 “해녀학교를 졸업한 이들이 제주해녀와 해녀 문화를 이해하고 홍보하는 역할을 하면 좋겠다”고 소망을 나타냈다. 해녀학교 졸업생들은 시설개선을 위한 행정기관의 관심도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한수풀해녀학교는 2007년 제주시로부터 마을특화사업으로 선정돼 2008년 1기를 시작으로 올해까지 모두 533명이 거쳐 갔다. 올해는 해녀가 되기 위한 해녀 직업반도 개설돼 현재 15명이 다니고 있다.

허호준 기자 hojo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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