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시 한림읍 주민들이 29일 오전 한림읍사무소 앞에서 양돈농가의 가축분뇨 무단배출과 관련해 농장주 구속 수사와 제주도의 대책 마련, 관련 법 개정 등을 요구하며 규탄대회를 열고 있다. 허호준 기자
참고 참았던 제주 제주시 한림읍 주민들의 불만이 터져 나왔다. 한림읍 주민 400여명은 29일 오전 한림읍사무소 앞에서 양돈농가의 가축분뇨 무단배출과 관련해 농장주 구속수사와 제주도의 대책 마련을 요구하는 규탄대회를 열었다. 국내에서 알아주는 제주산 돼지를 사육하는 뒤에는 인근 주민들의 고통이 있다.
제주도 내 297개 양돈농가 가운데 133개 농가가 모여있는 한림읍 지역 주민들은 30여년 이상 축산분뇨 악취에 시달리다 이날 불만이 폭발한 것이다. 주민들은 이날 규탄대회를 연 것은 지난달 한 양돈농가가 빗물이 땅속의 지하수 함양지대로 흘러들어 가는 통로인 이른바 ‘숨골’에 축산분뇨를 흘려보내다 적발됐기 때문이다. 제주도 자치경찰단은 지난달 14일 전화제보를 받고 합동조사를 벌여 한림읍 상명리 인근 폐상명석산 내 용암동굴 등으로 흘러든 축산분뇨 찌꺼기를 발견했다. 일부 양돈농가들은 분뇨 저장조 주변을 파 분뇨를 몰래 유출하기도 했다.
지난 11일에는 한 양돈농가가 저장조와 숨골을 연결한 길이 30m, 직경 10㎝ 크기의 고무관이 발견됐다. 수년 동안 고무관을 통해 몰래 분뇨를 방류하다 보니 숨골 주변은 분뇨 찌꺼기로 딱딱하게 굳고, 악취가 진동하는 뻘밭으로 변했다. 고승범 상명리장은 “석산 내 용암동굴이 길이 50여m, 높이 7m 정도인데 마치 정화조 구실을 하는 것처럼 분뇨 찌꺼기로 가득 차 있었다”고 말했다. 제주도의 악취 민원은 2014년 306건에서 지난해 갑절 이상 불어난 668건으로 증가했다.
그러나 가축분뇨 무단 유출에 따른 벌칙이 가벼워 이를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가축분뇨의 관리 및 이용에 관한 법률을 보면, 가축분뇨나 퇴비·액비를 무단 배출하면 2년 이하의 징역이나 2천만원 이하의 벌금을 물리는 것으로 하고 있을 뿐이다.
이날 규탄대회에서도 주민들은 성명서를 통해 “솜방망이 관련 법을 개정하라”고 요구했다. 주민들은 “지속해서 발생하는 민원이었지만, 조치는 방역 차량의 일회성 운행이나 소량의 약품지원이 전부였다”며 △관련자 철저 수사 △축산업자의 철저한 폐수관리 △행정기관의 감독 및 점검 등을 요구했다.
한편 제주도는 사단법인 한국냄새학회에 맡겨 올해 말까지 축산분뇨 배출관리실태와 악취 배출 원인 등을 규명하기 위한 조사에 들어갔다.
허호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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