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택시운전사>의 실존 인물 고 위르겐 힌츠페터를 광주로 싣고 갔던 택시운전사 고 김사복씨가 1980년 함께 찍은 사진.김승필씨 제공
“아버지 유해를 힌츠페터 추모비 옆에 모시고 싶습니다.”
영화 <택시운전사>의 실존 인물 고 위르겐 힌츠페터 기자를 광주로 싣고 간 택시운전사 고 김사복씨의 아들 김승필(58)씨는 5일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아버지는 단지 외국 기자를 태우고 수동적으로 광주에 내려갔던 것이 아니다. 아버지는 민주화 문제에 관심이 많은 인권주의자였다”며 이렇게 말했다.
그는 1984년 세상을 뜬 아버지 김사복씨가 힌츠페터와 함께 찍은 사진을 공개했다. 이 사진은 1980년 5월 당시 촬영된 것으로, 김사복씨와 힌츠페터가 수풀이 우거진 장소에서 일행과 함께 식사하는 모습이 담겨 있다.
민주화 운동의 거목 고 함석헌 선생(왼쪽)과 김사복씨가 함께 찍은 사진. 김승필씨 제공
이 사진이 공개되면서 힌츠페터가 1980년 광주를 찾은 구체적 배경도 밝혀졌다. 당시 한국 중앙정보부(현 국가정보원 전신)의 ‘요주의 인물’이던 페터 크렙스는 한국 정보당국의 감시를 피하기 위해 카메라 기자인 힌츠페터를 5·18 현장으로 특파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승필씨는 이날 서울에서 5·18민주화운동기록관 관계자를 만났다. 이 자리에선 다음달 16~20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리는 힌츠페터 추모 사진전에 김사복씨의 기록물을 공개하는 방안도 논의됐다. 김씨가 공개한 사진엔 김사복씨가 민주화 운동의 거목 고 함석헌 선생과 함께 찍은 사진도 포함돼 눈길을 모은다. 김승필씨는 “아버지가 평소 <사상계> 같은 책을 즐겨 읽으셨다”고 말했다.
앞서 김승필씨는 지난달 29일 광주 5·18기념재단을 방문해 ‘1984년 세상을 뜬 아버지의 유해를 힌츠페터가 묻힌 망월동으로 옮기고 싶다’는 뜻을 전달했다. 김승필씨는 “아버지가 광주에 다녀오신 뒤 괴로워했고, 술을 많이 드셨다”고 말했다. 힌츠페터는 ‘광주에 묻히고 싶다’는 유지를 남겨 그가 세상을 뜬 뒤 광주시는 지난해 5월 고인의 머리카락과 손톱 일부를 망월동 옛 5·18묘지에 안치하고 추모비를 세웠다.
김승필씨는 “아버지가 택시가 아니라 호텔 소속 콜택시를 운전했기 때문에 택시회사 등을 수소문했던 힌츠페터와 만나지 못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광주/정대하 기자
daeha@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