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사랑하는 해녀의 정신
유네스코 등재 가치와 의미 인식을
출향해녀에도 따뜻한 관심을
유네스코 등재 가치와 의미 인식을
출향해녀에도 따뜻한 관심을
시인·제주4·3연구소장 그녀들의 뜨거운 자매애를 사랑한다. 망망대해 둥근 테왁 위, 안 보이는 동료의 이름을 불러 확인하는 마음을. 힘든 일 닥치면 눈물도, 기쁨도 달려가 함께 나누는 그 모습을. 배려의 마음을 사랑한다. 소라 몇 개 부족해 무게 못 채운 동료에겐 내 것 하나 더 나눠주는 그 마음을. 현대식 탈의장 없던 시절, 불 피워 벌겋게 시린 언 몸 녹이며 삶의 온기를 나누던 불턱의 주인공들을 사랑한다. 물숨 먹고 세상 뜬 동료를 위해 함께 잠수굿을 벌여 절하던 그녀들의 등판을 사랑한다. 늘 칠성판을 등에 진 물질, “내년이면 힘들어 못 나오시겠지” 하던 후배잠수들의 예상은 늘 빗나가게 마련. “은퇴란 내가 정하는 것, 내 몸 허락하는 한 물에 든다” 당당하게 말하는 해녀 할머니. “너희들은 공부만 하거라. 나는 물질만 한다.” 자식들의 입을 위해 평생 물을 떠나지 못했다는 일본 출가물질 떠나 그 곳서 생을 다한 아흔의 해녀를 사랑한다. 일제 강점기 해녀들의 항일투쟁, 시대를 헤쳐온 담대하고 뜨거운 정신을 사랑한다. 물에선 “반드시 자기 숨을 넘어가선 안 된다!” 해녀들의 목숨 같은 철칙. 하여 숨비소리 내는 “욕심 금물”을 사랑한다. 땅 위 직장처럼 숨 가쁘게 “내가 하나 더 먼저” 경쟁하지 않아도 된다고 물신 신던 한때의 그녀, 바다의 시간을 사랑한다. 지난해 말, 제주해녀들은 환호했다. 그토록 바라던 해녀문화가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됐을 때다. 그렇다면, 등재 이후 달라진 것은 무엇인가. 무엇보다 전문직이란 자긍심을 갖고 목소리를 낸다는 것 외에 현실적으로 좋은 것들이 있다. 2년에 한 벌 해주던 고무옷을 1년에 한 벌 해준다는 것, 70대에겐 월 10만원, 80살 이상 해녀들에겐 월 20만원을 지원해준다는 것, 의료혜택 등이다. 그러나 아직도 유네스코 등재가 갖는 가치나 재인식 교육 등 프로그램이나 홍보 또한 미흡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해마다 해녀는 줄어들고 있다. 2016년 기준 제주해녀는 4005명. 고령화, 자연 감소는 피할 길 없는 일. 아무리 해녀학교에서 해녀 학습을 하고 양성을 하지만 직업 해녀가 되겠다는 새내기 해녀는 드물다. 하고 싶다는 것과 해야만 한다는 것의 차이다. 갈수록 진행되는 바다밭의 황폐화도 문제다. 당연히 수입이 줄고 해녀도 힘들어질 수밖에 없다. 그 옛날 해녀들에게 칼날 같은 바다는 삶의 현장이었다. 가족의 입을 위한 절박한 사랑이 겨울바다로 뛰어들게 했으니. 제주바다엔 일제 강점기 때 해녀 항일투쟁에 목숨 걸던 해녀들의 거룩한 정신이 흐른다. 그렇게 한국의 해녀는 바다밭의 전사들이다. 기록화해야 하는 이유다. “열여섯에 구룡포 물질 3년. 함경도 청진 두 해, 주문진, 거제도, 만주 근방까지 안 다닌 바당 없수다. 산전수전 안 다닌 데 없어. 글은 몰라도 입 가지면 못 찾아간 곳이 없어. 육지물질로 왕창 벌엇수다.” 한때 한반도 전역, 일본, 중국 다롄과 칭다오,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까지 초국가적 대륙을 이동하던 여인들이다. 한창땐 4천여명이 나갔다. 그러니, 제주 밖의 출향해녀들에게도 관심을 갖자. 타지역 해녀 딸들에게 제주해녀는 엄마다. 6~7개월 출가물질 후, 명절이 가까워지면 너도나도 지역 특산물 싸 들고 고향으로 향하던, 한때는 출향해녀였던 제주해녀들 아닌가. 올봄, 제주도해녀협회가 탄생했다. 해녀들 스스로 나서 소통의 장이자, 해녀문화 보존과 해녀의 권익을 보호한다는 뜻에서 출범했다. 협회 첫 주관으로 유네스코 등재 1주년 기념 해녀 문화를 축제로 승화하는 ‘제10회 제주해녀축제’가 30일부터 이틀간 제주에서 열린다. 고향 떠난 출향해녀들과 연대의 시간되기를 희망한다. 따뜻하고 생명력 넘치는 해녀정신이 새로운 보편적 가치로 이 시대의 힘든 가슴들을 위안할 수 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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