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견이 그린 <몽유도원도> 영인본으로, 대전시립박물관이 여는 박팽년 선생 탄신 600년 기념 특별전에 전시된다. 안평대군은 박팽년, 신숙주, 최항과 도원을 걷는 꿈을 꾼뒤 이를 안견에게 그리게 했다. 대전시립박물관
대전을 대표하는 충절의 상징인 박팽년(1417~1456) 선생 탄신 600년을 맞아 특별전이 열린다. 대전시립박물관(관장 류용환)은 29일부터 12월17일까지 ‘박팽년, 꿈속에서 도원을 거닐다’ 특별전을 연다고 28일 밝혔다.
<몽유도원도>는 1447년 4월20일 안평대군이 꾼 꿈을 듣고 안견이 사흘에 걸쳐 그린 그림으로 전해진다. 그림속 기암괴석과 계곡 사이 길따라 무릉도원을 걷는 4명의 선비 가운데 한명이 바로 박팽년이다.
이 특별전은 세종의 총애를 받던 집현전 학자로서의 학문적 성취와 세조 즉위 뒤 단종 복위를 도모하다 사육신으로 남은 박팽년의 삶을 들여다보고, 그의 신원 복원을 위해 애쓴 후손과 사림의 사상을 재조명하기 위한 것이다. 사육신은 멸문의 화를 당해 관련 자료가 거의 남아 있지 않다. 시립박물관은 전국에 흩어져 있는 문화재 100여점을 모아 전시회를 준비했다.
대전시립박물관이 여는 박팽년 선생 탄신 600년 기념 특별전에서 공개되는 박팽년 선생 친필 옥판. 사육신은 명문을 당해 유물이 거의 남아있지 않지만 전문가들은 이 옥판이 박팽년 선생의 글씨를 보관하다 후대에 새긴 것으로 보고 있다. 대전시립박물관
박팽년의 친필을 새긴 것으로 알려진 옥판이 처음 공개되고 안평대군과 박팽년이 아직도 도원을 걷는 <몽유도원도> 복제본도 선보인다. 또 장릉사보(장릉은 단종의 능호로, 단종의 사적에 관한 내용을 모은 책), 단종정순왕후복위부묘도감의궤 등 조선 왕실 유물도 만날 수 있다. 시립박물관은 개관을 기념해 29일 오후 2시 ‘박팽년의 선비적 삶과 절의정신’ 특별강연을 개최한다.
회덕(현재 대전 대덕구 읍내동)에서 판서 박중림의 아들로 태어난 박팽년 선생은 유학에 밝고 문장·필법이 모두 뛰어나 집대성으로 불렸다. 세조가 계유정난을 일으켜 즉위하자 단종 복위를 도모하다 죽음을 맞았다. 대전에는 증조 박원상의 묘가 동구 대별동에 남아 있고, 동구 가양동에 유허와 비각이 있다.
류용환 대전시립박물관장은 “<몽유도원도>에 등장하는 4명은 지금도 절친의 모습이지만, 안평대군과 박팽년 외에 다른 2명인 신숙주와 최항은 뒷날 수양대군(세조)의 편에 서서 공신이 됐다. 선생은 어떤 일을 당할지 알면서도 변절과 배신이 난무하는 시대에 소신을 지켰다. 내년에 탄신 600년을 맞은 성삼문 선생과 함께 충청도의 기질을 잘 보여주는 선비”라고 말했다.
송인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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